퓨전 한식요리와 환상의 짝꿍
화장품 브랜드와 협업도 눈길
힙한 감성 담아내 청춘입맛 유혹
약주 등 전통주, 다양한 변신 시도

우리 술이 젊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주류 매출의 일등공신 희석식 소주와 두터운 마니아층을 지닌 와인과 위스키, 누구나 즐겨 마시는 맥주 등에 밀려 외면받기 일쑤였던 우리 술이 새롭게 옷을 갈아입으며 새로운 소비층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이라는 단어에 묻혀 옛것으로 취급받던 전통주가 어떻게 회춘하게 된 건지, 그 비결이 궁금하다.

한류와 함께 떠오른 ‘K-막걸리전성시대

누구나 즐겨 마시는 맥주 등에 밀려 외면받기 일쑤였던 우리 술이 새롭게 옷을 갈아입으며 새로운 소비층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즐겨 마시는 맥주 등에 밀려 외면받기 일쑤였던 우리 술이 새롭게 옷을 갈아입으며 새로운 소비층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새단장에 몸을 맡긴 건 막걸리다. 전통주의 대표격이자 가장 대중적인 우리 술로 꼽히는 막걸리는 전통주 시장의 변화를 가장 빨리 받아들였다.

양은 사발에 한가득 부어 파전과 함께 먹던 막걸리를 세련되고 트렌디한 분위기의 테라스에서 다양한 퓨전 요리와 함께 예쁜 잔에 먹기 시작한 건 2009~2010년 무렵이다. 당시 K-드라마, K-, K-푸드 등을 필두로 한류 열풍이 거세지며 막걸리가 주목받게 됐다. 막걸리의 인기가 높아지자 막걸리를 프랑스의 보졸레 누보에 견줄만한 전통주로 키우자는 막걸리 누보바람이 불었는데, 이때 페트병이 아닌 고급스러운 유리병에 병입된 막걸리가 출시되기도 했다.

뒤이어 신사동 가로수길의 셰막과 달빛술담문자르, 이태원의 모우모우, 충정로의 물뛴다 등과 같은 젊은 감성의 막걸리바가 등장했다.

이들 가게들은 한식을 바탕으로 한 퓨전 음식에 이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전국 각지의 막걸리와 막걸리 칵테일 등을 선보이며 막걸리는 올드하다는 인식을 깨부수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이 열풍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유자, 블루베리, 복숭아 맛을 앞세운 과일소주의 등장과 와인, 수제맥주 등에 밀려 막걸리 붐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MZ세대와 제2의 전성기 누리는요즘 막걸리

그렇게 10년 전 반짝 전성기 이후 급격히 위축됐던 막걸리 시장이 근래 들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완성도 높은 퓨전 한식요리와 환상의 페어링을 자랑하는 전통주 판매 주점 한국술집 안씨막걸리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1에 이름 올리는가 하면, 이색 콜라보레이션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표문 막걸리’, ‘국순당 쌀 죠리퐁당등은 없어서 못팔 정도다.

이렇듯 막걸리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게 된 이유는 침체기를 걸었던 시간 속에서도 막걸리의 가능성을 믿고 꾸준히 새로운 맛과 형태의 막걸리를 연구·개발한 양조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진=복순도가

※사진=복순도가

원조 스파클링 막걸리로 잘 알려진 복순도가도 그중 하나다. 사실 복순도가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샴페인 잔에 마시는 프리미엄 막걸리를 내놨다. 이후 프리미엄 전통주 뿐만 아니라 화장품, 레스토랑, 펍 등 발효문화라는 콘텐츠를 통해 막걸리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했다.

지난달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자연소재 화장품 브랜드 한율과 협업해 한정판 제품인 빨간쌀 진액 스킨을 출시했다.

또 신세계 편집숍 케이스스터디(CASESTUDY)와 손잡고 특별 한정판 피크닉 패키지 체리블라섬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파클링 막걸리인 복순도가 손막걸리와 함께 피크닉 매트, 보냉 레디백과 일회용 필름 카메라, 종이컵 등으로 구성된 패키지는 특히 여성 2030 소비자로부터 반응을 이끌어냈다.

※사진=오미나라 홈페이지

※사진=오미나라 홈페이지

느린마을막걸리로 유명한 배상면주가는 지난해 1월부터 온라인 주류 판매 플랫폼인 홈술닷컴을 통해 막걸리 정기구독 서비스인 구독홈술을 운영 중이다. 느린마을막걸리는 아스파탐 등의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쌀, 누룩, 물만으로 빚어 낸 배상면주가의 대표 프리미엄 막걸리다. 특유의 순수한 맛과 부드러운 목넘김이 특징이며 숙성 정도에 따라 취향에 맞는 다양한 맛과 질감을 즐길 수 있는 생막걸리라는 점에서 개인 취향을 중시하는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배상면주가는 느린마을막걸리의 인기와 비대면 문화 확산을 기회삼아 주류 정기배송이라는 전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었다.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를 원하는 주기로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혼술 및 홈술 트렌드와 맞물려 큰 호응을 얻어냈다.

젊은 양조장의 등장 역시 막걸리가 젊어지는 데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힙스터 성지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의 한강주조가 대표적이다. 한강주조는 나루 생 막걸리를 통해 MZ세대의 힙한감성을 막걸리에 잘 담아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봄에는 식음료업계의 레트로 열풍을 선도한 곰표 밀가루와의 협업으로 표문 막걸리를 탄생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7, 나루 생 막걸리가 농림축산식품부의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올해 최고의 우리 술로 뽑히며 한강주조는 현재 가장 핫한 막걸리 브랜드로 떠올랐다. 지난 달에는 커피전문점 아티제와 함께 막걸리 마카롱 컬렉션인 빈드리즈 넘버 일레븐을 출시하며 막걸리 대중화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졌다.

 

위스키 부럽지 않은 고도수 전통주의 약진

변화하는 전통주 이야기에 막걸리만 등장하면 섭섭하다. 막걸리가 가장 대중친화적인 전통술인 것은 맞지만 우리 술에는 막걸리와 같은 탁주를 비롯해 청주, 약주, 증류식 소주, 혼성주로 분류되는 수많은 술들이 존재한다. 대체로 막걸리에 비하면 도수와 가격대가 높은 편이어서 친숙하지 않지만, 몇 해 전부터 약주나 고도수 증류주에도 트렌디한 변화가 일며 소비층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강남구 역삼동 골목 어귀에 자리한 ()’은 언뜻 보기에 위스키 바 같지만 오로지 우리 술만 판매하는 국내 최초 전통주 바다.

한국 최초의 위스키 마스터 블렌더 이종기 명인의 양조 기술로 탄생한 고운달, 문경바람을 비롯해 우리나라 3대 소주로 손꼽는 제주 고소리술 등의 증류주는 물론 앉은뱅이 술로 잘 알려진 한산소곡주와 같은 약주 등 소개하는 전통주만 해도 50여 가지에 이른다. 약주를 제외한 고도주는 잔술로도 판매되며 각각의 술은 맛과 향에 따라 위스키잔, 브랜디잔, 꼬냑잔에 내어준다.

최근에는 전통주 바 외에도 우리술과 퓨전 한식 요리를 페어링해 맛볼 수 있는 전통주 전문주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대체로 전통주와는 상반되는 모던한 인테리어로 감각적인 분위기를 내세우고 있다.

나아가 근사한 유리잔에 얼음을 넣은 온 더 락(On the Rocks)이나 소다수를 곁들여 한층 캐쥬얼한 하이볼(highball), 풍미를 더욱 극대화 시키는 칵테일 등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전통주로 전통주의 주요 소비층이었던 중장년층은 물론 고도주에 익숙하지 않은 MZ세대에 이르기까지 호응을 얻고 있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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