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이 지속성장 요체
평판 나빠지면 소비자들 외면
ESG보다 CSR에 더 관심둬야

최준선(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법률로 규정한 나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국, 인도네시아, 영국, 중국, 인도 등은 CSR을 입법화 했다. 프랑스도 2019년 사회 및 환경 쟁점을 고려하도록 민법과 상법을 개정했다.

이들 여러 나라의 예를 따라 한국도 CSR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CSR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것이므로 경영자가 스스로 그 필요성을 깨닫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기 때문에 자기책임의 원칙에 맡기면 충분하다고 본다.

현재 한국 법률에는 대기업의 CSR을 요구하는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데, 유독 중소기업에게는 CSR을 요구하는 법률이 있다.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중소기업진흥법) 62조의7(사회적책임경영의 지원) 1항은 중소기업은 회사의 종업원, 거래처, 고객 및 지역사회 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경영활동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정해 중소기업의 CSR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다만, CSR의 정도는 노력에 그치며, 책임 불이행에 대한 벌칙은 없다. 이 밖에 산업발전법’, ‘지속가능발전법국민연금법에도 CSR 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막상 대기업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도 중소기업에게만 CSR을 법률로 규정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대기업은 사회의 주목을 더 받는다. 직원들의 단결된 힘도 강하다. 차별금지나 미투 같은 것도 대기업에서 먼저 터진다. 기업 내부 직원의 목소리를 무시하고는 성공한 리더가 될 수 없다. 대기업 CEO는 사회 공헌과 직원 행복 등 윤리경영에 대해 중소기업의 CEO보다 더 큰 압력을 받는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CSR에 대해 무심해도 될까. 요즘은 모든 세상이 SNS 등 소셜 미디어로 연결돼 있다. 조그만 불미스런 일도 금방 세상에 퍼진다. 따라서 중소기업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CSR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데, 특히 S(social)가 중요하다. 인간은 뼛속까지 사회적 동물이다. 기업도 법이 인정한 인간이고, 인간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즉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지 않는다.

CSR지속가능성의 관점인데 비해 ESG는 투자에 따른 기업의 경제적 가치 극대화에 초점이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투자와는 별도로, ESG가 수출장벽으로 부상했기 때문에 문제다. 또 기후변화에 따른 E(환경) 관련 제품을 고도화도 이뤄야 소비자의 호감을 얻고 생산성도 높아진다.

대기업 ESG 평가에는 공급망 안에 있는 협력사 ESG 실적도 포함되므로 중소기업도 ESG 경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ESG를 무시하면 금융이 돌지 않는다. 한국의 주요 금융기관 하나같이 ‘ESG 금융을 선언했다. 금융은 기업의 혈액인데, 혈액 돌지 않으면 기업은 사망 위험에 빠진다.

다만, ESG에서는 G(governance)가 강조된다. 원래 투자자 관점에서 투자자들은 G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대리비용 문제 때문이다. 대리비용이란 전문경영인이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이익보다는 대리인인 자신의 이익에 집중함으로써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소모되는 비용을 말한다. 그래서 감사를 두고, 공시를 하고, 주주총회를 연다.

이것은 모두 비용을 소모하는 지배구조(G)문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는 대주주 직접경영체제가 대부분이다. 대리비용 문제가 크지 않다. 따라서 비상장 중소기업의 경우 G보다는 S, ESG보다는 CSR에 더 집중해야 한다.

비상장 중소기업은 투자자 대응 리스크는 크지 않은 대신 오너 일가의 갑질문제 등 사회적 위험인 S 관련 리스크가 크다. 소비자는 합리적 소비활동을 하지만 동시에 정서적·감성적으로 행동한다.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인 일가의 행동, 기업의 평판과 같은 무형자산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중소기업들이 여전히 CSR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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