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이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한 상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일정한 간격으로 정갈하게 뜬 송어회는 선홍빛으로 윤기가 흐르고, 잘 손질된 각종 채소는 한눈에 봐도 신선하다.

널찍한 그릇에 잘게 채 썬 채소를 넣고 초고추장과 콩가루, 김 가루, 참기름 등을 더해 송어회와 잘 버무리면 맛있는 송어회무침이 완성된다. 탱탱한 식감과 고소한 맛, 그 한 그릇으로 외딴곳에 자리한 남한강송어횟집이 20년을 굳건하게 버틸 수 있었던 이유를 단번에 찾을 수 있었다.

“1999년부터 이 자리입니다. 딱히 광고하진 않았어요. 오직 입소문 하나로 손님들이 하나둘 늘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죠. 이곳까지 찾아주시는 손님 한분 한분이 모두 고마울 뿐입니다.”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이은 22년

남한강송어횟집은 남한강변에 위치했지만 상권이 형성된 입지가 아니다. 인근에 연계해 들를 곳도 마땅치 않은 곳에 식당을 연 계기는 온전히 풍경 때문이었다.

1991년부터 성남에서 갈빗집을 운영하던 창업주 강신자씨는 우연히 이 집을 보고 마음에 들어 구입했다. 1999년부터는 업종을 바꿔 송어 횟집을 시작했다.

아들 김학민 대표는 군에서 장교로 근무하다가 2005년부터 가게에 뛰어들었다. 당시 요식업을 처음 접한 김대표는 1년 동안 맛집 탐방을 하면서 가게에 접목할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7~8곳을 벤치마킹해서 변화를 시도했다. 식기를 바꿔보고, 가게 안에 TV를 없애고, 좌식 홀을 입식으로 바꾸는 등 좀 더 젊고 세련된 느낌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대를 이어서 가게를 운영한다면 전통을 지키는 것은 물론 시대의 트렌드를 적절하게 반영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김 대표는 창업주인 어머니가 강조한 음식 장사를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거짓말을 하지 마라. 둘째, 내가 못 먹는 식자재는 과감하게 버려라. 셋째, 싸고 제일 좋은 재료를 찾을 줄 알아야 한다. 어머니의 원칙은 곧 김 대표의 경영철학이 됐다.

주변 상권이 발달하지 않은 나 홀로 가게에서 초창기 자리를 잡는데에는 입소문이 가장 컸다. 처음에 주변에서 찾아온 4명중에 3명은 꼭 일주일 안에 다른 손님과 함께 찾아왔다. 이렇게 한 번 방문한 손님들이 재방문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오전 10시부터 대기 줄이 만들어질 정도로 북적였다. 이 중 손님들의 70%는 타지에서 오는 분들이다.

최상의 맛 위해 배달 사절

이렇게 꾸준히 단골이 생기고, 입소문이 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믿을 수 있는 좋은 재료이다. 남한강송어횟집은 직접 강원도에서 좋은 송어를 수급해 낮은 수온으로 관리하며 최고의 신선도와 육질을 유지해 비리지 않고 식감이 탱탱하게 살아있다. 밥을 지을 때는 여주 쌀 중에서도 가장 비싼 여주 진상미를 사용하며 장도 직접 담아 사용한다. 이 때문에 남한강송어횟집은 인근 쌀밥집보다 밥맛이 더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또 다른 원칙은 배달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송어의 어종에 있다.

8~12도 사이의 차가운 수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고 수족관에는 늘 물이 들어오고 나가야한다. 이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최상의 송어회를 선보일 수 있기 때문에 배달이 불가능하다. 특히 송어가 맛있는 시간은 3시간 이내로 포장도 3시간 넘는 거리는 해주지 않는 것이 김대표의 원칙이다.

“4대가 함께 오는 손님이 계세요. 오랜 단골 어르신이 증손주가 내 나이가 될 때까지 가게가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백년가게로 선정된 만큼 꼭 그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남한강송어횟집에서 아들과 조카와 함께 하는 앞으로의 60년을 바라보고 있다. 이를 위해 낮에는 송어를 팔고 저녁에는 와인을 파는 퓨전바를 꿈

꾸며 소믈리에 자격증도 취득했다. 또 10년 안에 본인은 본점, 아들과 조카는 1호점과 2호점을 각각 내는 것도 하나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창업주 어머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계량화, 표준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아들이 3대째 이어서 가게를 운영한다면 무조건 실험하고 도전하는 자세와, 원칙을 세우면 벗어나지 않도록 꼭 지키는 자세를 강조하고 싶다고 한다. 이처럼 흐름에 맞게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 모습과, 규정과 원칙을 지키는 모습은 변함없이 남한강송어횟집의 경영철학으로 남을 것이다.

- 노란우산 희망더하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