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납품단가 연동제 논의,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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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납품단가 연동제 논의,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중소기업뉴스
  • 승인 2021.09.1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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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중소기업인의 한숨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9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중소제조업체가 영향을 많이 받는 공산품에서 상승세가 뚜렷하다. 특히 철강 등이 포함된 1차금속제품의 경우 지난해 보다 28.1%나 인상됐다니, 중소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려움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갑을(甲乙)관계로 대표되는 한국의 수직적 산업구조 아래에서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격 인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원자재를 구매하는 기업도, 제품을 만들어서 납품하는 기업도 대기업이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격이 오른 만큼 비싸게 원재료를 구매하지만, 납품단가에는 이를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저하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원자재 가격변동 및 납품대금 반영 실태조사를 보면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96.9%가 올해 생산비용이 증가했고, 평균 상승률도 26.4%에 달하고 있다. 비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하지 못한 중소기업은 절반(45.8%)에 가깝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여전히 그 비용은 중소기업이 짊어지고 있다.

비용 인상분만큼 납품대금 조정을 요청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 현장과는 온도차가 있는 이야기다. 현행 조정협의제도는 개별 중소기업의 신청이 있어야 진행이 가능하다. 문제는 소수의 대기업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소위 신청기업이라는 낙인이 업계에서 찍히는 순간, 현재는 물론이고 잠재적인 거래처마저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협동조합이 다수의 조합원사를 규합해 적극적으로 납품대금 조정 등 거래조건 합리화를 위한 협상에 나서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부당한 공동행위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를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는데, 협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나섰다가는 자칫 담합 관련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제는 전향적인 관점에서 납품대금 제값받기를 위한 해법을 모색할 시점이다. 우선, ‘납품단가 연동제도입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경우 이와 연동해 납품단가를 조정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분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원·하청기업이 나눠 분담하게 된다.

또한, 현행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와는 달리 개별 중소기업의 신청을 필요로 하지 않아 원만한 거래관계 유지와 함께 거래단절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중소기업의 78.5%가 연동제 도입을 원하고 있다. 거래조건 합리화를 위한 협동조합의 행위도 공정거래법 상 담합에서 제외해야 한다. 제조분야 납품거래와는 달리 가맹점 및 대리점 단체가 가맹본부 등과 거래조건을 협의하는 경우에는 담합 관련 규정에서 자유롭다.

작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소상공인 단체의 행위에 대한 심사 지침을 제정해 담합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간 계약은 외형적으로는 상호 간의 협상을 통해 정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기업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협동조합의 역할을 강화해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보다 균형 있게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한 납품단가 제값받기는 노력하지 않은 대가를 받겠다는 게 아니다.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인상 시 합리적인 수준에서 납품단가를 조정해 달라는 간절한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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