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모습을 바꾸는 도심에서 무려 35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왔다. 주머니 부담 없이 치킨과 맥주 한 잔으로 하루의 고단함을 풀었던 곳, 강남 교보사거리에서 지척인 ‘금강바비큐’는 숱한 이들의 추억속 아지트이자 변치 않는 이정표로 자리 잡았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손님을 맞는 한정수 대표도 여전하다.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도 숯불 앞에 선 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마지막 불맛을 더한다. 
 

“꼭 제가 구워야 맛이 난다고 하는 손님들이 있어요”

세번 구워 더 담백한 치킨에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밴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치킨에서는 맛볼 수 없는 금강바비큐만의 소스가 입혀진다. 과하게 달거나 맵지 않고 마늘향이 살아있는 매콤한 소스는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게 매력이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손님들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한정수 대표가 부단히 연구해서 개발한 소스다.

금강바비큐의 또 다른 매력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조금은 빛바랜 의자와 테이블이다. 그곳에서 데이트를 했던 연인이 부부가 돼 다시 찾고, 신입사원이던 직장인이 임원이 돼 다시 발길을 잇는다. 늦은 밤, 어두운 얼굴로 홀로 찾은 손님이 있다면 주인이 기꺼이 말동무를 해주는 친근한 치킨집.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변하는 도심에서 맛도, 분위기도, 사람도 여전한 가게가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 금강바비큐는 위안이 된다.

1980년대 중반 통닭이 주류였던 치킨 시장에 바비큐 치킨이 등장해 한창 유행할 때 한정수 대표는 작은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회식을 갔을 때 바비큐 치킨을 처음 접하고 깜짝 놀랐다. 당시 한대표는 본인의 봉급이 18만 원이었을 때 닭을 굽는 분 월급이 40만 원이라는 말을 듣고 언젠간 창업을 하겠다는 욕심이 생겨 그 뒤로 매일 가게 앞에 서서 닭은 어떻게 굽는지, 주방은 어떻게 구성이 되는지를 지켜봤다. 그렇게 보고 익힌 것만으로 강남역에 있는 바비큐 치킨 가게에 취직을 했고, 이후 사당동으로 자리로 옮겨 경력을 쌓던 중 현재 자리에 있던 가게에서 바비큐 치킨 가게로 세팅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한 대표는 알음알음 소문이 나서 주방장으로 스카우트 돼 1986년에 직접 이 가게를 인수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대 직장인이 망설임 없이 치킨전문점을 창업을 할 만큼 한정수 대표에게는 닭이 특별한 존재였다. 어릴 적 아홉 식구 함께 살면서 먹을 게 항상 부족했을 때 병아리를 사서 닭으로 키워 먹었다고 한다. 인삼 이삭을 주워 받은 7만~8만원으로 병아리 50마리, 토끼 30마리를 사서 잘 키운 다음 겨울 보양식으로 온가족이 영양을 보충했다. 그만큼 한 대표에게 닭은 친숙하고 특별한 존재다.

예전만큼 바비큐 치킨 전문점이 많지 않고 다양한 치킨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는 현재,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로 한 대표는 바로 고객과의 소통과 끈기를 꼽았다.

가게를 운영한 지 2년쯤 됐을 때 직장인 한 분이 “솔직히 맛이 없다”고 조언을 했을 때 한 대표는 본격적으로 바비큐 소스 연구를 시작했다. 절망하기보다 2년 만에 이룬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 그는 고객과 툭 터놓고 마음을 주고받는 소통을 위해 단골 손님을 모니터 요원으로 두고 1년 동안 매일 다른 소스를 선보였다.

그 후 어느 날부터 꽉 차고 줄을 서서 먹는 맛집이 바로 본인의 가게가 됐다.

또 다른 장수의 비결은 끈기다. 3개월을 버티면 3년을 가고, 3년을 버티면 6년을 갈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결국 버티는 자가 승자가 된 것이다.

가게가 잘 나갈 때 오히려 위기가 찾아왔다. 90년대 초 장사가 한창 잘되는 시기에 돈이 모이자 한 대표는 봉제공장을 인수했다가 어려움을 겪었다. 섣불리 한눈을 팔면 안된다는 걸 배운 그는 눈과 귀를 막고 가게만 보고 다시 달렸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전문대학원을 가고 졸업 후에는 현직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강의도 진행했다. 여행을 가더라도 식당을 늘 꼼꼼히 들여다보고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며 언제 어디서나 늘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한 대표는 최근 주 관심사는 트렌드의 변화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멈춤이 변화할 시간은 도약할 기회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이에 맞춰 본인은 어떻게 변해야 할지 인테리어부터 신메뉴 개발, 재료등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 뼈 없는 닭 메뉴로 레스토랑을 겸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고객들에게 내어주는 과자도 좀 더 건강하고 맛있게 만들고 싶어서 직접 수수 농사를 지어 곡물 과자를 만드는 공장도 세웠다.

이렇듯 35년 동안 도심 한 가운데에서 치킨전문점을 하며 지켜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변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이다.

한편, ‘금강바비큐는’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에 선정돼 우수성과 성장가능성을 높게 평가 받았다.

-노란우산 희망더하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