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차, 스트레스 해소에 탁효
감잎차, 감기예방·면역력 강화
녹차, 세계10대 슈퍼푸드 선정

암·노화방지 효과도 입소문

풀잎 위로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에 가을장마까지 겹치니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 여름내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는 벌써 잊혀지고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닌 따뜻한 차 한잔이 절로 생각나는 계절이 왔다. 미처 날씨를 알아차리지 못한 가벼운 옷차림에 몸이 으슬으슬하고 잔기침이 나기도 한다. 그럴 땐 얼른 녹차 티백 하나를 우려 마셔본다. 찻잔이 바닥을 보이면 이윽고 코앞에 찾아온 감기가 달아나는 기분을 느낀다.

일찍이 조선 의학자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차를 영약(靈藥)’이라고 표현하며 차의 약효를 칭찬했다. 옛 선조들은 차를 통해 몸과 마음의 정신을 가꾸었고, 미국 타임지는 녹차를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선정했다. 차 한잔에 병을 물리치는 것만 같은 기분은 그냥 느껴지는 게 아니라 과학적 사실에 의존한 반응이었던 것이다. 차가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지만,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좋은 걸까?

먼저 차의 효능을 논하려면 차의 성분을 알 필요가 있다. 카테킨과 테아닌, 카페인, 당류 그리고 비타민은 차의 5대 물질로 불리는 대표 성분들이다. 이중에서도 효능이 가장 두드러지는 물질은 폴리페놀의 일종인 카테킨이다. 카테킨은 차 특유의 쌉싸름한 맛을 유발하는 성분으로, 최근에는 다이어트 식품을 통해 더 잘 알려졌다.

 

제철 식물 재료로 만드 차가 효능 좋아

실제로 혈액 중의 포도당, 지방산, 콜레스테롤이 우리 몸에 흡수되는 것을 막고 지방분해를 촉진시키는 기능을 지녔다. 시중에서도 카테킨을 추출해 만든 다이어트 알약이나 보조식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사실 카테킨의 진짜 유효한 기능은 따로 있다. 바로 항산화작용이다. 항산화란, 세포를 산화시켜 암이나 심장병, 알레르기와 같은 질병을 야기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작용을 말한다.

카테킨의 항산화 효과는 비타민 EC의 수십에서 수백 배에 달할 정도로 매우 뛰어나다. 뿐만 아니라 차에 함유된 유기산이나 비타민 C가 카테킨과 함께 상승효과를 내 보다 뛰어난 항산화 작용을 하게 된다.

한 실험결과에 따르면, 폐암에 노출된 쥐에게 차의 카테킨을 공급해 암 발병률을 반으로 낮춘 사례가 있을 정도로 차의 카테킨은 암 예방 및 노화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중추신경계를 흥분시켜 정신이 깨우고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되는 카페인 또한 차의 주목할 만한 성분 중 하나다. 차의 경우 카페인 성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양의 커피를 마셨을 때와 같이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손이 떨리는 등의 카페니즘(cafenism) 현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데, 이는 테아닌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천연진정제로 통하는 테아닌이 카페인의 체내흡수를 서서히 진행시켜 카페니즘이라 불리는 부작용을 막는 것이다. 따라서 카페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에게 차 한잔은 좋은 각성제가 될 수 있다.

이렇듯 차의 약리적인 성분과 효능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특히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엔 차만한 예방접종이 따로 없다. 전문가들은 따뜻한 차를 자주 마셔 몸의 온기를 높이고 건조해진 호흡기에 수분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감기를 예방하고 기침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차의 유효성분을 섭취함으로써 면역력까지 높일 수 있으니 요즘 같은 날씨에 마시는 차는 약에 가깝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의 효능을 알았으면 무슨 차를 마실지 고를 차례다. 건조식품인 차는 계절 상관없이 언제고 원하는 것을 찾아 마실 수 있다. 물 대신 마시는 보리차나 옥수수차부터, 다양한 맛과 형태로 발전한 녹차, 약재로도 쓰이는 구기자차까지 차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어떤 차든 취향껏 마시는 것이 마시지 않는 것보다는 좋을테지만, 제철 식물마다 각각의 계절에 이로운 양분이 있다고 했을 때, 기왕이면 제철 식물을 재료로 한 차를 마시는 것이 차의 효능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을엔 어떤 차가 좋을까?

 

국화차, 감기·두통·현기증에 효과 만점

가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꽃 중 하나인 국화. 이 국화로 만든 차는 예로부터 그 효능을 인정받아 왔다. ‘동의보감에서는 마시는 물 중 으뜸은 새벽에 긷는 우물의 정화수(井華水)이고, 그 다음은 차가운 샘물인 한천수(寒泉水), 그리고 다음이 국화꽃으로 가득 덮인 연못에서 기른 국화수(菊花水)’라고 했다 한다. 중국 명나라 의서인 본초강목은 국화에 대해 오랫동안 복용하면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며 감기, 두통, 현기증에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국화차는 비타민 AB를 비롯해 지방간 예방에 좋다는 콜린과 스타키드린, 신진대사에 필요한 에너지원인 아데닌 등 유익한 성분을 많이 지니고 있다. 특히 국화차에 함유된 비타민은 머리를 맑게 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데 효과를 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화차는 주로 10월에서 11월 사이에 온전한 모양새로 딴 국화꽃을 건조시켜 만든다. 1인분으로 90도 정도의 물에 3~5개의 꽃송이를 넣어 2~3분 정도 우려낸 후 마시면 된다. 취향에 따라 꿀을 넣거나 부드러운 녹차와 블렌딩해 마시면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감잎차, 환절기 면역력 향상에 도움

가을이 제철인 감은 단감, 곶감, 연시, 홍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 수 있다. 심지어는 감잎을 말려 차로도 마시는데, 맛과 영양을 두루 갖춘 덕에 중국과 일본에서는 감잎차를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잎차의 대표 성분은 단연 비타민 C. 감잎은 감보다 훨씬 풍부한 비타민 C를 가지고 있는데,열에도 잘 파괴되지 않아 차로 마시기에 제격이다. 환절기에는 감기예방과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이뇨 작용까지 해 몸의 부기를 뺄 때 마셔도 좋다.

구수한 맛과 함께 싱그러우면서도 달콤한 과일향이 매력적인 감잎차는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초여름 수확한 감잎을 깨끗이 닦아 그늘에 말린 후 잎을 잘게 썰고, 말린 잎을 가볍게 쪄준다. 그리고 다시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리면 끝이다. 감잎차를 말리는 과정에서 찌는 과정을 생략할 수도 있지만, 수증기에 살짝 찐 후 한번 더 말려주면 비타민C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말린 감잎차는 8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1~2 티스푼을 넣고 수분 간 우려 먹는다. 이때 매실주 한 방울이나 유자청 한쪽을 넣어 풍미를 더할 수 있다.

 

- 신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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