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연이은 대출 규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계 빚이 사상 처음으로 18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결국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칼을 꺼내 들었다.

가계대출 증가로 인한 금융 불균형 위험이 계속 누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조처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한 상황에서 중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전 분기보다 2.3%(412000억원) 늘어난 18059000억원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0.3%(1686000억원) 증가인 데 이는 2003년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이 같은 상황에 심각성을 느낀 한국은행은 결국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0.25%포인트 인상했다. 코로나19로 혼란해진 시장경제 안정을 위한 차원이었던 금리 인하 정책이 가계대출 폭증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인 만큼 지난해 코로나 위기 상황에 대응해 크게 확대했던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경기 개선 정도에 맞춰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계획이라며 연내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까지도 시사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316일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춘 이른바 빅컷(1.25%0.75%)’을 단행했다. 이후 두 달 만에 0.25%포인트 추가 인하를 결정한 뒤 13개월째 기준금리를 0.5%로 유지해왔다. 그러나 중소기업계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 속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7.0%는 9월 말 대출만기연장 종료와 기준금리 인상이 겹치면 기업애로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7.0%는 9월 말 대출만기연장 종료와 기준금리 인상이 겹치면 기업애로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7.0%9월 말 대출만기연장 종료와 기준금리 인상이 겹치면 기업애로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아직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중소기업은 유동성 위기로 쓰러지고 은행도 동반 부실화되는 악순환이 유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도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경기 회복 기운이 약화되고 있는 점,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고통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추석 연휴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결정된 만큼 중소상공인의 우려는 더욱 가중된 상태다. 기준금리에 더해 은행이 자체적으로 조정하는 가산금리의 인상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단지 가계부채 관리에 한정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이 같은 상황에 금융권은 자금 긴급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돕기에 나선 상태다. 우선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각각 15조원 수준의 자금을 지원한다. 신규 지원 6조원, 기한연장 9조원을 포함한 금액으로 최대 1.0%포인트~1.5%포인트 우대금리 내에서 공급한다. NH농협은행은 신규 지원 5조원과 기한연장 6조원을 포함한 총 11조원을 최대 1.5%포인트 우대금리 내에서 지원한다.

지방은행도 중소상공인 긴급지원에 동참했다. BNK금융그룹 소속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각 8000억원(신규 4000억원, 기한연장 4000억원)의 긴급자금을 편성하고 업체당 최대 30억원을 최고 1% 금리감면과 함께 지원할 방침이다. 광주은행, 전북은행, DGB대구은행 등도 경영자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소재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각 5000억원씩 편성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자금조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차원에서 각 은행들이 추석 특별자금대출의 규모를 보다 확대해 지원하고 있다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처의 연장 등 실질적인 정부의 대책 마련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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