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높아지는 ‘코로나와의 공존’]
거리두기 2년… 한계상황 직면
자영업자 63% ‘휴·폐업 고민중’
경제 살릴 ‘방역 차별화’ 불가피

소상공인 91%는 매출 반토막
거리두기, 효과보다 피해 막대
전문가들, 방역체계 전환 촉구

“2011년 이태원에서 고깃집을 열고 잘 돼서 2년 전 한 군데 더 냈는데, 코로나가 장기화하고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지난달 31일부로 10년간 운영하던 가게를 폐업신고했습니다. 호텔, 백화점, 구내식당은 괜찮고 오로지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식당만 계속 단속한다고 하니 형평에도 어긋난 것 같습니다.”

지난 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with코로나 대응, 방역체계 개편 촉구 기자회견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지속과 이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삶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호소가 이어졌다.

특히 코로나194차 대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두 달째 이어지면서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도 위드(with) 코로나,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고강도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가 지속되면서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자영업·소상공인들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다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소상공인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문 회장은 우리나라 소상공인은 620만명으로 전체 사업자 수의 93.3%를 차지하고 종사자 수는 897만 명에 달한다면서 소상공인들이 무너지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복지 비용이 증가해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 이후 직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246000명이나 줄었지만 생계를 위해서 투잡을 뛰는 1인 자영업자는 155000명으로 역대 최다로 늘었다면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상황을 호소했다.

그는 같은 식당인데 낮에는 4, 저녁에는 2명으로 인원 제한이 다르고, 결혼식은 49명인데 종교 활동은 99명이라 어느 분은 교회에서 결혼식을 하면 몇 명이 가야 되느냐고 묻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획일적인 방역 정책의 허점을 꼬집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이제 행정명령 중심의 일률적인 방역 체계에서 벗어나 마스크 쓰기 등 방역 수칙은 엄격하게 준수하되 경제 활동은 최대한 보장하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돼야 한다면서 소상공인의 희생을 전제로 한 획일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소상공인과 공존할 수 있는 차별화된 방역 체제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소상공인연합회(회장 오세희), 대한숙박업중앙회(회장 정경배), 한국외식업중앙회(회장 전강식),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회장 방기홍) 등 소상공인단체들은 코로나19 공존 시대, 방역 체계 개편에 대한 중소기업·소상공인 입장을 발표하고 두 달 넘게 이어지는 고강도의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로 소상공인들은 사실상 영업을 포기하고 있다방역 수칙은 엄격히 적용하되 경제활동은 최대한 보장해줄 수 있는 새 방역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를 위해 직접적 운영 규제는 최소화하고, 감염 고위험 시설과 저위험 시설을 구분해 선별적 방역조치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백신 접종 완료자는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을 해제하고, 공적 회의와 관련된 모임이나 식사시 PCR검사 결과 제출자에 대해 예외를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일반 행사는 정상 개최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철저한 방역 지침 준수 하에 예정된 행사를 정상 개최해 전시산업 등 관련 업종의 피해를 최소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단체는 방역과 경제는 양자택일 대상이 아니며 코로나19와의 공존은 불가피하다정부와 국회는 소상공인 희생에만 의존하는 현 방역 체계 대신 업종별·단계별로 정상적 경제활동을 허용하는 방역체계 개편을 서둘러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일 여의도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열린 with코로나 대응, 방역체계 개편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황정아 기자
지난 2일 여의도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열린 with코로나 대응, 방역체계 개편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황정아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카페, 식당, 전시업체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도 참석해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해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호프집, 이자카야 등은 오후 6시에 문을 열어서 새벽까지 운영하고 주 매출은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나온다. 2차 손님이 주 고객인데 손실이 쌓이고 있다야간 음식점업도 낮 시간에 영업하는 일반 음식점업과 동일한 영업시간을 보장하도록 형평성 있게 차등화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시업체를 운영하는 중소기업 대표는 작년부터 전시회 및 이벤트가 모두 취소·연기돼 관련 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빠져 있다면서 업체 대부분이 건설업으로 등록돼 있다 보니 지원금을 받을 수도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중기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코로나19 공존 시대에 대한 소상공인 인식 조사결과에서도 소상공인들의 절실함이 잘 드러나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6.8%는 방역 체계 개편에 찬성했다.

구체적인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백신 접종률에 따른 단계별 방역조치 완화’(42.8%), ‘업종과 무관한 전면 완화’(34.4%), ‘경제충격 취약업종 대상 우선 완화’(22.8%) 등을 꼽았다. 91.4%는 지난 7~8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줄었다고 답했다. ‘매출 40% 이상~60% 미만 감소30.2%로 가장 많았고, ‘20% 이상~40% 미만 감소29.0%였다.

현 방역 체계가 지속될 경우 휴·폐업을 고민할 것이라는 응답은 63.0%에 달했다.

감염병 전문가들 역시 획일적 방역 대신 지속가능한 방역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정부가 한달여 뒤로 제시한 방역체계 전환 검토 시점도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은 국립중앙의료원-국회공공의료TF 토론회 발표에서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방역이 중요하지만, 점점 의료대응이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방 센터장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중증도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약간 높고, 전파력은 훨씬 높아보인다면서도 백신 접종으로 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방 센터장은 팬데믹은 단순히 건강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 교육과 자영업 등 사회 전체에 엄청난 손해를 끼친다비용 대비 효율적인 방역과 의료대응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 센터장은 이를 위해 획일화된 고위험시설 평가를 개선하고 불필요한 입원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클럽은 신체 접촉이 많은 곳이지만 감염돼도 중증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낮은 젊은 층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체 인구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비율을 늘리는 것보다 고령자 등 고위험군의 2차 접종 완료율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 교수는 토론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집단면역은 불가능하므로 지속가능한 방역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와 싸우는 무기’ 3가지로 사회적 거리두기, 검사-추적-격리(test-trace-isolation), 치명률을 낮추기 위한 치료를 꼽았다. 김 교수는 우리는 이 세 가지 무기 중 사회적 거리두기에 과도하게 의존해왔는데, 이는 올해부터 거의 효과가 없으며 그에 비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끼치는 피해는 막대하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방역 체계를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것을 9월 말, 10월 초부터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김 교수는 이때 검토를 시작하면 언제 전환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9월 말 10월 초에 새로운 방역체계를 도입하는 출발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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