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하며 손님에게 듣기 싫은 말 가운데 하나는 여긴 왜 이리 비싸!”라는 불만이다. 장사꾼치고 그 말을 듣기 좋은 사람 누가 있을까. 특히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는 필자로서는 임의로 가격을 결정할 수 없어 꽤 억울한 측면마저 있지만, 손님도 그것을 모르지는 않으시리라. 혼잣말처럼 푸념하는 그 말은 물가가 왜 이래?”라는 우회적 표현으로 받아들인다. 과일 사러, 삼겹살과 채소 사러 동네 마트에 들렀다가 나도 깜짝깜짝 놀란다. 가격이 언제 이렇게 올랐지?

봉달호 (편의점주·작가)
봉달호 (편의점주·작가)

편의점 점주에게 가격 인상은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가격이 오를 때마다 가격표를 갈아 끼우는 일도 번거롭고, 깜빡 바꾸지 않았다가 진열대 가격과 금전출납기 가격이 달라 손님과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어쩌랴, 오롯이 게으른 내 탓이거늘. 오늘도 일제히 가격이 오른 컵라면 가격표를 바꿔 끼우며 , 또 올랐네한숨을 내쉰다. 얼마 전엔 구운계란 가격이 모두 올랐고, 단골손님이 좋아하는 꿀고구마 가격도 인상이 예고돼 있다. 무심코 상품을 들고 계산대로 왔다가 눈을 크게 뜰 손님을 위해 미리 통보해드려야겠다. 그게 100, 200, 겨우 푼돈의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한낱 장사꾼 주제에 물가지수나 인플레이션, 가격 변동 요인 같은 어려운 용어를 거론할 재주는 없다. 다만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오르고 있다는 체감지수 같은 것을 겪는다.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라고 하던가. “내 월급 빼곤 다 오르네요라는 씁쓸한 넋두리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지만, 세기적 재앙이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은 더욱 예민하기 마련이다. 자영업자로서 더욱 그렇다. 매출은 턱없이 줄고,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할 여력마저 사라진지 오래다. 하루하루 버티는 일상이 신기할 정도인데, “오르는 건 물가, 쌓이는 건 빚뿐이라는 새로운 자조를 얹는다. 물가가 오르면 장사꾼은 좋지 않냐고 얄팍하게 묻는 친구도 있는데, 아서라 내 가격만 오르던가.

정부가 나서 특단의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가격 결정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나름의 자유주의적 신념 같은 것을 지니고 있지만, 지금이 그런 일상적상황은 아니지 않은가. 이미 임금이라는 가격 결정에 정부가 개입해 시장을 한껏 흔들어 놓은지 오래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됐다.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는 정부 예산은 해마다 경신에 경신을 거듭하는 중이고,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한 돈들은 하릴없이 주식과 코인으로 몰린다. 전 국민에게 골고루 재난지원금을 나눠줄 때부터 생계는 힘든데 시중에 돈은 넘쳐나는기괴한 현상은 예정돼 있지 않았던가. 수렁을 만든 측에서 해결할 책임도 갖는다.

물론 하도 답답하니 하는 말이다. 이런 때에 서민이 정부에 한탄하지 어디에 어려움을 호소하겠는가. 결국 국민은 투표로써 마음을 드러낼 것이고, 내년 3월 대통령 선거까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극적으로 달라질 수도 있다. 지금은 꾹 참고 견디지만6개월 뒤에 벌어질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는 법! 정신 바짝 차리고 더욱 열심히 하라는 뜻에서 정부에 전하는 충고의 말이기도 하다. 작금 여러 상황은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고차 방정식이고 비상 상황임을 알지만, 그래서 묵묵히 정부의 지침을 따라왔지만, 강조컨대 이런 인내와 포용의 유효기간이 과연 언제까지 갈는지 아무도 모른다.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 국민은 숱한 이슈 가운데 대체로 경제를 기준으로 미래를 선택했다. 그런 살만함힘듦의 가늠자는 취업률이나 수출증가율, 국내총생산 같은 이른바 통계로 된 경제지표에 있지 않다.

국민의 삶은 그곳이 아니라 가격표와 급여명세서, 가계부 속에 있지 않을까. 통계가 아니라 부디 소상공인의 현장 목소리부터 들어 보시길. 어떤 정부에게든 충심으로 건네고픈 말이다. 오늘도 나는 100원 오른 초록사과 가격표를 갈아 끼운다. 쏟아지는 한숨들을 떠올린다. 거기에 대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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