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서비스 제공 계약
펜타곤 요구시 반도체 공급
인공지능 연구개발도 맞손

전 세계 최대 종합 반도체 회사 인텔이 미국 국방부(펜타곤)파운드리 서비스제공 계약을 맺었다.

파운드리(Foundry)는 반도체 제조를 전담하는 생산 전문 기업으로, 반도체의 설계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부터 제조를 위탁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앞서 펜타곤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 내 반도체 설계·생산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밝혔는데, 인텔이 사전 물량을 확보한 것이다.

지난 23(현지시간) 인텔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미국 정부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인텔이 참여하는 펜타곤의 프로그램은 ‘RAMP-C(Rapid Assured Microelectronics Prototypes-Commercial)’. 펜타곤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를 미국 내 파운드리 기업을 통해 구매하는 것이 목적이다. 인텔은 이번 프로젝트를 올해 출범한 파운드리 사업부가 전담하도록 할 예정이다.

IBM, 케이던스, 시놉시스 등 반도체 설계 기업인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만 하는 회사) 업체들과 협업해 국방부가 요구하는 반도체를 공급할 계획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우리가 얻은 교훈 중 하나는 반도체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이라면서 인텔은 첨단 반도체를 설계·제조하는 유일한 미국 회사라고 강조했다. 국방부가 반도체 생산에 예산을 투입한 이유는 미국이 반도체 설계에만 집중한 탓에 제조 기반을 상실해 왔는데, 정부 주도로 이를 만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때 파운드리업계 빅3였던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는 2014IBM의 관련 사업부를 인수했지만, 이후 한국 삼성전자나 대만 TSMC에 기술력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활용해 대규모 반도체를 생산하는 곳은 현재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인텔은 최근 이 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의 RAMP-C 프로젝트는 이 같은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7나노(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4~5나노 개발·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국방부는 RAMP-C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내년도 예산에 총 23억달러를 반영한 바 있는데, 인텔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32000만달러를 우선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과 이종 칩의 적층·통합, 뉴로모픽 칩 등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여기에도 인텔이 참여하고 있다. 인텔은 모빌아이를 153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이스라엘 인공지능(AI)칩 전문업체 하바나랩스를 20억달러에 인수했다.

기존 시스템반도체가 데이터 수집저장·가공전송연산·제어·학습·추론 등 전 과정에 활용되는 데 반해, 인공지능반도체는 학습·추론 등 인공지능의 핵심 연산을 수행한다. 높은 성능 및 전력효율로 대규모 연산을 실행하는 반도체로, 대량의 데이터를 동시 처리해 기존 반도체 대비 약 1000배의 연산 전력효율을 구현한다. 다양한 산업에서 융합·확산하면서 전후방 산업 빅뱅을 이끄는 신무기로 꼽힌다.

2030년이면 인공지능반도체 글로벌시장 규모가 1179억 달러(1354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 3769억 달러(4328000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술은 아직 선도국에 뒤처진 상태다. 미국에 견준 한국의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수준은 84.0%(2018)로 평가된다. 인공지능 반도체 특허출원 점유율(2013~2016)도 미국(43.0%)과 중국(30.7%)이 한국(10.3%)을 크게 웃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새로운 반도체 산업 전략을 짜고 실행해야 한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아우르는 새로운 반도체 투자, 연구, 인재 육성 방안을 기대해 본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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