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구리 등 소재 92% 회수
친환경·자원확보 ‘두토끼’
환경부, 시장개척 정조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폐배터리 시장을 발굴하기 위한 투자에 힘쓰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9(현지 시간) 공개한 연간 전략보고서 ‘2020 테슬라 임팩트 리포트에서 자체 리사이클링 기술로 폐배터리 소재의 92%를 회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덧붙여 테슬라는 이미 지난해 기준 니켈 1300 , 구리 400, 코발트 80톤을 재활용했다고도 밝혔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실제 공정에서 92% 회수율을 달성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지만 연구개발(R&D) 단계에선 이미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테슬라의 이러한 시도는 친환경성과 자원 확보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폐배터리는 산화코발트, 리튬, 망간, 니켈 등을 1% 이상 함유한 유독 물질이다. 전기차에서 나오는 배터리를 그대로 폐기할 경우, 심각한 환경오염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친환경이라는 기치 아래 시작된 전기차 산업이 오히려 또 다른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폐배터리 시장을 발굴하기 위한 투자에 힘쓰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폐배터리 시장을 발굴하기 위한 투자에 힘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이드하우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기준 폐배터리로 창출할 수 있는 배터리 생산능력은 지난해 531메가와트시(MWh)에서 올해 1.2기가와트시(GWh), 202511.8GWh, 2030136GWh로 연평균 성장률이 74%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2040년 이후에는 배터리 제작 시에 광산에서 추출한 광물보다 재활용을 통해 얻는 광물을 더 많이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터리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가 전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폐배터리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2012년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급속 성장했고 일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는 5~10년간 15~20주행 후에 수명을 다 하기 때문이다.

덩달아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주요 소재의 확보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리튬 거래 가격은 7월 톤당 평균 8550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7(34138달러)에 비해 2배 넘게 올랐다. 니켈과 코발트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테슬라가 보고서에서 배터리 소재 대량 회수는 장기적으로 중대한 비용 절감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한 이유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폐배터리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말 대기환경보전법을 개정해 폐배터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하던 의무를 폐지하는 한편 2022년부터는 폐배터리의 민간 매각을 허용하기로 했다. 전기차 보급 초기와 달리 폐배터리 활용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을 열어준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폐배터리 시장 규모가 20204,000억원에서 204087조원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폐배터리에서 원자재를 확보하는 도시 채굴시스템을 먼저 갖추는 기업이 시장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에서 나오는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법에 있어서 아직까지는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평가 방식이나 기준이 없다. 현재 전기차 폐배터리를 폐기하지 않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전기차에서 회수한 폐배터리를 재정비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재사용(reuse)’과 배터리를 분해해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하는 재활용(recycling)’이다.

배터리를 분해해 원자재를 추출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는 점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제조사별로 제품을 분해하는 데 많게는 몇 시간씩 걸리기도 한다. 아직 폐배터리 시장이 크지 않아 소규모 업체들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전기차 배터리는 8~10년가량 이용한 뒤 재활용되는데, 폐배터리가 쌓일 때까지 스타트업들이 기술을 개발할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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