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낙인해소가 최우선
민간금융기관의 연대보증 폐지
재도전 지원 특별법 제정 필요

김경만(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장)
김경만(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장)

코로나19로 인해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형편이 악화일로다.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사상 첫 530조 원을 돌파했다.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을 은행 대출로 겨우 버티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역시 10명 중 6명이 휴업 또는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생존의 위기에 놓인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재도전, 재창업이 중요한 화두가 돼야 하는 시점이다.

재도전은 실패를 사회적 비용으로 매몰시키지 않고, 그 경험을 자산화해 창업의 성공 확률을 높인다. 재도전 활성화는 단순히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기업생태계 선순환을 더욱 견고히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번의 실패가 끝이 아니라 그 실패를 교훈 삼아 다시 기업생태계로 재진입 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 해소는 창업 활성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 국민경제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재도전 활성화는 그 의미가 크다.

재도전 활성화를 위한 첫 번째 단추는 성실경영평가 제도의 개선이다. 성실경영평가 제도는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재도전 지원사업의 대상을 결정하는 첫 번째 관문이지만 현행 제도는 실패의 사유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범죄경력 등 단순 위법행위의 존재 여부만을 형식적으로 평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유관기관별로 진행되는 평가는 오히려 자금 지원의 신속성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별도의 평가기관으로 통합해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도덕적 해이 뿐만 아니라 실패 사유를 반영한 기업가 정신의 면밀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최종 성실실패자로 판정이 된 경우 부정적 신용정보 조기 삭제 등의 전폭적인 특례 지원으로 확실하게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재도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인 연대보증 폐지도 빼놓을 수 없다. 연대보증이 공공부문에서 전면 폐지된 지 4년이 지났다. 연대보증 폐지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비롯해 공적 금융기관의 보증 축소, 부실률 증가에 따른 재정부담 등 여러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보증 축소나 부실률 증가와 같은 우려는 눈에 보이지 않고 있다. 2023년까지 전면 폐지라는 정부의 로드맵이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민간 금융기관에까지 연대보증 면제가 확대돼야 한다. 연대보증 폐지와 함께 도입된 책임경영심사 제도의 보완과 현행 신용평가 시스템의 고도화가 병행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신용불량자 낙인 해소이다. 연대보증 채무 탕감보다 오히려 신용불량이라는 이른바 주홍글씨를 없애 달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크다. 파산절차 등을 통해 채무가 사라져도 관련인 등록 등 부정적 신용정보 기록으로 인해 사실상 모든 경제활동이 제한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앞서 언급한 개선된 성실경영평가를 통과한 성실실패자에 한해 부정적 신용정보를 일괄 삭제해주는 특례 지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각 금융기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신용등급 평가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 평가등급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각 금융기관의 신용등급 심사위원회에 객관적인 외부전문가 참여를 보장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어려움으로 연체가 발생했으나 성실하게 상환한 분들에 대해 신용회복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금융당국에 주문했다.

이에 더해 정책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채무조정 지원과 기업회생 프로그램의 마련도 절실하다. 아울러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상 각종 대출 지원의 만기 연장도 다시금 필요하다. 당장 발 등에 떨어진 급한 불을 끌 수 있도록 저신용자 초저금리 대출 역시 속도감 있게 시행해야 하며 그 규모와 대상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유럽 중소기업법의 10가지 대원칙 중 제2원칙은 파산에 직면한 정직한 기업가들에게 신속한 회복, 재기 기회의 보장이다. 우리 역시 한번 넘어져도 오히려 응원하고, 다시 손잡아 일으켜 세워주는 안전망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연대보증 폐지의 민간금융기관 확대, 신용불량 주홍글씨 해소 등을 담은 재도전 지원 특별법(가칭) 제정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재도전 활성화가 답이다. 그리고 그 답을 내놓는 것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