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장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장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장

 

우리는 지금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매일 의사결정의 순간들로 둘러싸여 있는 CEO이지만, 지금은 기업의 향후 10년을 결정지어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ESG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진행된 20여년 간의 흐름을 요약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2000년대 초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자본시장에서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와 만나 ‘ESG’가 탄생했고, 이를 고려해 투자하는 책임투자가 시작됐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ESG가 기업 관행의 토대가 되는 ESG모멘텀이 구축됐고, 2015년에는 UN지속가능발전목표(SDG)와 파리기후목표가 2030년까지 달성해야할 전 지구적인 목표가 됐다.

그런데 이 목표는 ESG를 근간으로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달성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특히 지난해부터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은 ESG가 ‘인류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생존전략’임을 일깨워줬다.

이에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ESG는 금융의 안정성과 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금융의 리스크이자 기회’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존 금융과 달리 ESG를 기준으로 자본을 흐르게 하는 새로운 흐름이 시작됐다. 이러한 조류와 통합의 과정은 최소한 2030년까지는 계속 강화될 것이다.

금융에 의존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자사의 주주인 기관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ESG를 정비하면서 이미 이 물길에 몸을 던지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아직까지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한다. 중소기업의 대주주인 CEO의 결정에 이제 사운이 달려있을 만큼 촉박하다. 문제는 이것은 하나의 바람이 아니며, 지구 전체를 아우르기 시작한 새로운 해류이며, 기업에게는 곧 문 앞까지 들이닥칠 채권자들과 같다.

8000조 원을 운용하는 전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올해 “매출의 25% 이상이 화석연료 관련 비즈니스에서 나오는 기업은 투자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지난해 매출액의 5.6%가 화석연료 관련 비즈니스에서 발생하지만, 지난달 23일 신규 석탄투자 및 시공을 전면 중단한다는 ‘탈석탄 선언’을 했다. 즉 ‘매출 25%’라는 기준은 한 투자기관의 제안일 뿐, 이미 사회는 규제 보다 훨씬 빠르게 기업에게 탈탄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엄청난 변화가 글로벌 금융기관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중이다. 이 변화에 빨리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는 다가오는 쓰나미 앞의 작은 돛단배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 변화가 산업계가 아닌 금융에서 먼저 진행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하고, 영민한 중소기업 CEO는 빨리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제 ESG는 기업 미래 경쟁력의 기준이 되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2020년대의 시대적 요구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며, 2030년 글로벌 경제의 모습은 ‘저탄소 경제’ 또는 ‘탈탄소 경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향후 저탄소 경제 하에서의 경쟁력을 평가받게 될 것이며, 이미 금융기관들은 이를 기준으로 투자 또는 대출 등 제공하는 금융서비스의 리스크를 판단하기 시작했다.

투자자 역할도 크다. 투자자는 기업의 ESG 리스크를 투자 리스크로 본다. 재무성과도 좋을 뿐 아니라 ESG, 즉 비재무리스크를 잘 관리하는 기업은 미래에 영속하고 지속가능한 수익을 보장하는 기업이라고 본 것이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요구로 현재 한국은 작년말 발표한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다시 작성 중으로, 올 10월 상향된 목표의 발표를 예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발표한 탄소중립위원회의 시나리오는 여러 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발표한 세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가장 강력한 3안에 따르면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혹독한 변화를 마주해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9년 반. 일부 산업에게는 가혹할 수 밖에 없는 시대의 새로운 조류를 타지 못하는 많은 기업이 2030년이 오기 전에 사라질 것이다. 기회는 '녹색 전환'과 '탈탄소화'에 있다.

우리 CEO들은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칭찬받기 위해 ESG 경영을 연출할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사업을 영위할 새로운 경제와 금융 체제하에서 살아남고 성장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경영진의 인식 전환과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 모두 바꾸는 노력을 할 것인가.

이미 SK건설 같은 대기업은 사명을 ‘SK에코플랜트’로 바꾸면서 기존 건설업에서 친환경 수처리/폐기물 등 새로운 비즈니스로 전환했다. 도시가스 발전에서 재생에너지 솔루션 및 태양광 사업으로 비즈니스모델을 바꾼 대기업도 있다.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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