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상속절차 간소화 필요
‘부의 대물림’ 선입견 불식해야
고용보험 등 안전망 구축 필요

아들이 둘인데 회사를 이어받을 생각이 없답니다. 전문경영인을 알아보고 있어요.”

인천에서 제조업을 하고 있는 S 대표는 최근 기업승계 문제로 아들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70살을 넘겼지만 아직 후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아들은 기업을 이어받을 의지가 없다. 경영학을 전공한 장남은 대기업에 입사했고, 차남 또한 자신의 재능을 찾아서 본인의 일을 하고 있다. S 대표는 기업 경영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다보니, ‘자식이니까 이어받으라고 강요할수는 없다라면서 그래도 어떻게 일군 회사인데 전문경영인보다는 자식들에게 이어주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1세대 중소기업 창업주들의 상당수가 S 대표처럼 70살을 넘겼다. 30~40년 회사를 경영해온 사람들이다보니 은퇴를 고려하는 이들도 대다수다. 하지만, 문제는 후계자다. 자녀들이 기업을 안받으려는 경우도 있고. 상속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진행한 상속·증여세 부담 및 기업환경 설문결과를 보면 경영 승계 계획이 없는 창업주의 경우 그 원인으로 자녀가 원치 않거나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50.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영위업종 전망이 불투명해서’(25.8%)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자녀에게 무거운 책무를 주기 싫어서’(14.6%)가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 사무용품 제조업을 하고 있는 B 대표는 지금은 더이상 물건을 만들고 팔아서 돈을 버는 시대는 아닌 것 같고, 지식이나 재능을 비즈니스로 만드는 것이 익숙한 자녀 세대에게 제조업을 물려주는게 맞는지 고민이 많다유학도 다녀와서 자신의 직업이 있다보니 자녀의 삶과 가업을 잇는것을 놓고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기업을 승계받기로 한 2·3세 경영자들도 부의 대물림이라는 선입견과 맞서야 한다. 지난 630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업승계 토론회에서 한방유비스의 최두찬 대표는 작년에 가업승계를 마쳤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박사까지 공부했지만 금수저아니냐? 라는 주변의 시선을 느낄 때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고혜진 고원니트 전 대표도 가업승계가 금수저라는 인식이 있지만, 나에게는 창업이라며 영세한 중소기업을 승계받았고, 근로자가 아니라 고용보험조차 적용을 못받기에 사회적 안전망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기업승계는 장수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 창출과 정부의 세수확보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대국민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장수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승계가 필수적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360만개 중소기업이 존재하는데, 그 중 93.6%338만 개 기업은 가족 구성원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가족기업이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각종 리스크를 떠안으며 먼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오너십이 없었다면 기업엔 복지부동’, ‘무사안일식 문화만 자리잡았을 것이라며 창업정책에 버금가는 기업승계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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