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인(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대인(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공조달시장에서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는 등 가격위주의 낙찰제도 운영의 한계를 벗어나 최적가치(best value)를 확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충분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우리나라 국가계약법상 낙찰기준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해외 공공조달법에서의 낙찰기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4년의 EU 공공조달지침에서는 낙찰기준으로 크게 두 가지, ‘경제적으로 가장 유리한 입찰최저가입찰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공공조달과 사회·경제·혁신정책의 연계가 강조되면서 경제적으로 가장 유리한 입찰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낙찰기준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최저가입찰의 경우 근로자들의 임금저하로 이어지고, 친환경적인 조달을 하는 데에도 장애요인이 된다는 점 등 단점이 드러난 것이다.

그 결과 2014년에 개정된 EU 공공조달지침에서는 최저가입찰을 낙찰기준에서 삭제하고 경제적으로 가장 유리한 입찰을 단일한 낙찰기준으로 반영하게 된다.

발주처의 관점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유리한 입찰은 생애주기비용과 같이 비용효율성 접근법을 사용해 가격 또는 비용을 기반으로 정해져야 한다.

한편, 미국의 연방조달규칙에 따르면 최적가치연속체계에 따른 낙찰자선정이 이뤄지는데, ‘종합심사낙찰제최저가/적격심사낙찰제로 구성돼있다. 이 중 종합심사낙찰제가 보다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이 제도는 최저가 낙찰제보다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지만 정부에게 더 높은 가치를 주는 입찰에 대해서 낙찰이 가능하다.

이 경우 계약낙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평가 요소들과 주요 하부요소들, 그리고 이들의 상대적 중요성이 입찰공고문에 분명하게 기술돼야 한다. 그런데 이처럼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지만 정부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점에 대한 계약공무원의 판단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판단이다.

EU와 미국의 낙찰기준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난다. EU경제적으로 가장 유리한 입찰을 단일기준으로 하면서 생애주기비용과 같은 비용적인 요소들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종합심사낙찰제최저가/적격심사낙찰제보다 널리 활용하고 있다.

구체적인 제도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최적가치를 달성할 수 있는 낙찰기준을 운영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EU와 미국간에 공통점이 있다. 다만, 미국의 종합심사낙찰제는 계약공무원에게 비가격적 요소에 대한 판단재량을 상당히 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객관적인 비용산정을 중시하는 EU의 낙찰기준에 비해 탄력성이 크다는 차이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계약문화 등이 EU나 미국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해외의 낙찰기준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격위주의 낙찰기준에서 벗어나 최적가치를 추구하는 점, 단순한 가격이 아닌 생애주기비용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 사회·경제정책을 반영한 낙찰기준을 활용하더라도 계약본체와의 관련성이 존재하는 범위 내에서만 이를 허용한다는 점, 계약담당 공무원의 적절한 재량이 중시되고 있다는 점 등은 우리나라에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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