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섭(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윤병섭(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기업승계는 오랫동안 축적된 영속성을 지닌 기술과 노하우 전수는 물론 세대를 넘는 일자리 창출, 법인세 등 세금을 납부함으로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

올해 IBK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 창업자가 CEO51256개 회사를 조사한 결과 승계 완료기업 비율이 3.5%에 불과해 원활한 기업승계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명목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부담 비중이 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1%보다 0.3% 높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965년부터 2013년까지 48년간 상속세가 있는 OECD 16개국을 실증분석한 결과 GDP 대비 상속세 비중이 0.1%p 증가할 때 경제성장률과 민간투자증가율이 각각 0.6%p, 1.7%p 하락해 높은 상속세가 국가의 경제성장을 늦출 뿐 아니라 민간투자를 위축시킨다고 보고했다.

상속세가 있는 OECD 회원국은 직계존속으로부터 기업을 물려받을 때 부담하는 상속세율을 인하하거나 부가세를 차등 적용해 세 부담을 낮춰 줌으로써 원활한 기업승계를 지원하고 있어 그렇지 않은 우리나라와 비교된다.

맥킨지는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높아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는 것이 승계보다 재무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경영권 방어가 취약한 중소기업이 상속세 납부용 자금조달에 실패할 때 대안으로 주식을 매각한다면 지분율이 낮아져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기업승계가 닥치자 우량 장수기업도 상속세를 제때 준비하지 못해 사모펀드나 비관련 업종에 매각한 상당수 사례가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 500개 회사를 조사한 결과 기업상속공제 요건 실행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업상속공제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으로 해외에는 이런 나라가 없다.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법의 안정성에 중점을 둬 상속세 개정에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함으로 사전·사후 요건이 복잡하고 경직됐다.

상속세 실효세율은 과세표준액 대비 총결정세액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실효세율이 201426.8%, 201827.9%로 실효세율이 증가했음을 보여 줬다. 이는 그동안 여러 종류의 조세를 부담해 오면서 일생 번 돈을 또 상속세로 상당액 납부하는 게 이중과세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도록 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상속세 납부 후 사후관리 기간, 고용유지 의무, 자산유지 의무 등의 요건은 시대정신을 반영해 유연성을 줘야 한다.

상속세 납부 후 사후관리 기간이 7년이나 승계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트랜드를 반영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도록 사후관리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기업상속공제 후 고용유지 의무와 관련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 코로나19로 재택, 원격 근무 확산을 고려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의 유연성이 고려돼야 한다. 자산유지 의무 요건도 없애야 한다. 기업용 자산 처분 범위를 정하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공장을 이전할 수가 없다. 기업이 처분자산을 연구개발 등에 재투자 시 혁신 여력을 마련하게 자산유지 의무 요건을 없애야 한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유산취득세가 아닌 유산세 방식이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OECD 23개국 중 한국, 미국 등 5개국을 제외한 18개 국가가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인 중소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국가가 내린 과업을 이행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과업을 이행할 때 국가는 상속세 정책 전환으로 기업승계가 원활히 이뤄지게 도와야 한다. 상속인이 상속세 감면으로 생긴 여유 자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신규사업 촉진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힘을 줘야 한다. R&D로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인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핵심경쟁력 강화를 통해 산업 전반의 생태계 기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

현재 일부 국회의원들은 기업승계의 난맥상을 짚고 이를 개선하고자 상속세제 개편안을 여러 건 발의했다. 의원입법이 기업승계를 돕는 밑거름으로 기능하게 국회에서 상속세법이 조속히 개정되기를 응원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