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창업한 콘텐츠 제작사 헬로 선샤인이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에 매각된다. 실력있는 국내 미디어 업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OTT(Over-The-Top. 개방된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를 활발히 사들이고 있어서다.

헬로 선샤인은 리즈 위더스푼이 2016년 미국 금융업자인 세스 로드스키와 함께 창업한 회사다. 주로 여성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드라마와 영화 등을 제작하고 있다. 2018년에는 헬로 선샤인 채널이라는 방송국도 열어 미국 케이블 방송 시장에도 진출했다.

외신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AT&T와 에머슨 콜렉티브 등 헬로 선샤인 투자자들에게 현금 약 5770억 원을 지불하고 주식을 매입할 계획이다. 리즈 위더스푼을 포함한 일부 경영진과 투자자들은 남은 지분을 블랙스톤이 이번 인수를 통해 설립하는 콘텐츠 기업의 주식으로 바꿔 보유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수를 통해 블랙스톤은 헬로 선샤인이 제작할 모든 프로그램의 소유권을 갖게 된다.

블랙스톤이 미디어 기업을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사는 이번 인수를 통해 독립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설립해 OTT 스트리밍 업계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월트디즈니 출신의 케빈 메이어가 이끄는 자회사를 출범시킬 예정이며, 위더스푼도 새 회사 이사진에 합류, 경영에 계속 관여할 계획이다.

블랙스톤은 미국 부동산 기업 허드슨퍼시픽프로퍼티스와 함께 약 11200억 원을 투입, 런던 북부에 대규모 영화 스튜디오도 설립한다. 이를 위해 양사는 영국 하트퍼드셔주 브록스번에 위치한 약 111000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했다.

두 회사가 영국에서 대규모 영화·TV·디지털 제작 단지 조성에 나선 이유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확대로 오리지널 콘텐츠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부족한 제작 환경이 사업적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WSJ는 풀이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OTT 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과 협력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OTT 시장 규모는 지난해 28700억 원에서 올해 33000억 원으로 약 15% 성장했으며, 넷플릭스·웨이브·티빙 등 주요 OTT 월간 사용자는 올해 2월 기준으로 약 2181만 명에 이른다. 반면, IPTV가 주도한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 연간 증가율은 기존 3~8%대에서 지난해 1.6%까지 낮아졌다. OTT 서비스에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국내 IPTV 3(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분 내외의 짧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TV 외 태블릿PC 등으로 IPTV를 시청하는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는 것. IPTVOTT의 전략을 역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브로드밴드는 최근 국내 유명 유튜버들과 협업해 숏픽(Short Pick)’이라는 10분짜리 콘텐츠 추천 프로그램을 매월 100편씩 제공하고 있다. 현재 협업 중인 10여명의 유튜버 규모도 확대해 프로그램 수를 대폭 늘릴 예정이다. 숏폼 형태는 주로 유튜브와 OTT가 활용하는 제작 방식으로, TV보다 모바일 스낵컬쳐(5~15분 분량의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를 겨냥한 콘텐츠다. CJ계열사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10대의 56%가 단시간 내 몰입할 수 있는 10분 미만의 동영상을 선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합병이 1년여 만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수 성사 시 KT 그룹이 유료방송 시장의 독보적 1위 사업자로서 점유율이 3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올해 그룹 콘텐츠 역량 결집을 위해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투자를 공언하는 등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미디어·콘텐츠 사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OTT 사업자가 국내 유료방송 시장을 급속하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콘텐츠에 무게 중심이 쏠린 미디어 업계 전반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면 국내 미디어 제작 업체에게도 큰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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