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 쇠해 장내 불균형 심화
인삼·홍삼·황기 복용 바람직’

최주리 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최주리 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

필자는 창덕궁 약방에서 화병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열과 화가 많은 사람은 인삼과 홍삼을 복용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반복해 왔다. 본지 칼럼에서도 인체 내 열과 화를 표현하는 붉은 설질의 혀나 갈라짐이 심한 열문설(fissured tongue)은 금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인삼과 홍삼은 어떤 혀일 때 복용하면 가장 좋을까? 결론을 먼저 얘기하자면, ‘기허(氣虛)양허(陽虛)’에 해당하는 기능적 이상일 때이다.

현대인들에게는 한의학에서 얘기하는 기허나 양허라는 단어의 뜻이 직접적으로 안 와닿을 것이다.

하지만 건강과 질병의 경계에 존재하는 기능적 이상은 질병명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용어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경계선에서 예방을 통해 건강을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허와 양허의 병적 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질환이 갑상선기능저하증이다. 사고를 제외한 모든 질환이 그러하듯, 갑상선기능저하증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혈액검사 상 T3, T4 호르몬 수치는 떨어지고, TSH의 수치는 높아지고, 더 나아가 TPOAb, TgAb의 상승이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면 이미 갑상선 조직의 파괴는 한참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 적출술이나 방사성요오드치료로 인해 의도적으로 저하증을 발생시킨 경우를 제외하면, 80%이상 대부분은 자가항체로 인한 갑상선의 염증으로 발생한다.

그럼 이렇게 자가면역반응을 일으켜서 나의 면역이 나의 갑상선 조직을 파괴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장부(臟腑)간의 불균형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내 몸 장부의 불균형이 심화돼 면역의 불균형이 생기게 되면 자가항체가 만들어지는데, 이들이 갑상선을 공격하게 된다.

이미 자가항체에 의해 파괴된 갑상선 조직을 되살리는 의학적 방법은 현재로써는 아직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에 기허나 양허를 파악하고 장기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전략을 세워서 미리 예방하는 것이 유일하다.

기허는 문자 그대로 기가 허한 경우이다. 기를 생성하는 장기는 비장(췌장)이고, 기를 확산시키는 장기는 폐장이므로 기허는 주로 비기허와 폐기허가 있을 수 있다.

비기허일 때는 만성피로, 식욕부진 등이 있을 수 있고, 폐기허는 대사가 저하된 양상에서 호흡이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식은땀이 나거나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사지가 쉽게 무력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럴 때는 인삼, 홍삼도 좋지만 황기가 주로 쓰인다.

양허는 기허보다 심해진 상태로 체온이 저하돼 오한이 현저하거나 온도 변화와 관련된 뚜렷한 징후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

기허와 양허가 보여주는 기본적인 혀의 특징은 태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설색이 중요한데, 기허는 설질이 핏기가 없이 맑거나 누런 빛깔을 띠고 혀가 잘 붓는다. 몸상태가 더 안좋아져 양허로 진행될수록 침샘의 분비가 늘어나 침이 고이고 혀가 더 붓게 된다.

혀는 외경동맥으로 들어온 혈관의 상태를 보여주는데 특히 적혈구의 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 혀가 맑다면 심박출량이 줄어들었거나 혈액순환이 안 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 최주리 한의사(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창덕궁한의원 원장)

-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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