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눔 칼럼] 한동우(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기업의 사회공헌은 글로벌 추세
공유가치 창출이 지속 성장동력

대기업과 다른 방식의 공헌 필요
친환경·친사회적 경영 바람직

오늘날 기업은 무수히 많은 요구에 직면한다. 기업에 대한 사회의 요구는 경제적 기능과 역할을 초월해, 법적, 윤리적,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하고 있다. 공간적으로는 기업 내부, 지역사회, 국가사회, 그리고 지구적으로 확장됐다. 기업 생태계가 거래처 또는 소비자와의 단선적 관계를 벗어나 다중 이해관계자 속에 그물망처럼 복잡하게 형성돼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받아들여지는 사실이다.

고전적 의미에서 기업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 판매함으로써 획득한 이윤을 투자자와 소유주에게 배당하는 목표를 갖는다. 그래서 기업의 목표는 이윤추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 활동은 투자자와 소유주에 의해 직접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종사자와 관리자, 그리고 전문 경영인에 의해서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이윤을 투자자와 소유주뿐 아니라 종사자와 임원들에게도 다양한 방식을 통해 배당하고 있다.

이제 기업의 이윤 배당 대상자의 범위는 소비자를 비롯 지역주민,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또한 범위가 확대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동우(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한동우(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한편,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이윤추구를 위한 기업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상품시장과 노동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게는 적절한 수준의 사회적 책임이 부과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논리와, 기업 경영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 내에서의 평판과 이미지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가 결합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한국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확대돼가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한편,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관한 부정적 인식도 분명히 존재한다. 기업의 소유주와 투자자의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의 이윤을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아닌 취약계층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배당해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기업은 자선단체나 구호기관이 아니라 대표적 경제활동 주체로서 사회 문제와 취약계층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업은 주주와 임직원에 대한 경제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국가 사회를 이끄는 경제 주체는 정부, 기업, 그리고 시민 사회로 구분된다. 현대 사회에서 이 경제 주체의 협력은 필수적인 것이 됐으며, 경제 주체 간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시장영역에 정부가 개입하는 일은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며, 정부의 사업과 정책에 기업이 참여하는 일 또한 필수적인 것이 됐다. 시민사회와 정부의 결합은 각종 준정부기관과 비영리 조직들을 탄생시키고 있으며, 기업과 시민사회의 결합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경제 조직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돈 벌어서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가 이러한 국가적이며 지구적인 거버넌스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게 자선기관이나 구호단체와 같은 역할을 요구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여전히 기업에 대해 이익의 일정 부분을 기부금으로 출연하라는 요구가 있긴 하지만, 미래 사회에서 이러한 요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이미 10여년 전에 공유가치창출(CSV)라는 개념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의 경영활동이 통합돼야 함을 역설한 바 있다. 기업의 모든 활동은 기업의 가치 사슬에 포함돼야 하며, 여기에서는 기업이 창출한 가치가 사회적으로 공유돼야 함을 강조한다.

쉽게 말해서, 기업이 자신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경영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사회적으로도 이익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만들어 낸 가치가 사회적으로 공유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 기업의 지속가능성도 하락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의 대기업이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다양한 명분으로 공익단체에 기부하고 사회에 환원하는 것과는 달리 중소기업은 이러한 방식의 사회공헌활동이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중소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환경친화적이고 사회친화적인 경영과 마케팅을 통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기업사회공헌활동의 혁신은 기업의 경영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구조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한국사회에서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혁신이 중소기업으로부터 시작되고 꽃피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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