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코로나19 18개월, 소상공인 ‘삶터’ 둘러보니…
점심 매출 반토막·저녁 90%↓
4단계 예고 뒤 단체손님 전무

인건비는 커녕 임대료 막막
“최저임금 인상이 웬말” 분노

‘임대 문의’ 붙인 매장 상당수
기댈 건 오직 ‘코로나19 종식’

점심매출은 반토막났어요. 저녁매출은 90% 줄었네요

지난 12일부터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가운데, 14일 신촌에서 만난 한 식당주인 오 모씨의 푸념이었다. 신촌 대학가에서 10여년째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는 오 모씨는 “24시간 매장이어서 서빙직원이 6, 주방이모가 3명이었는데, 오후 10시까지 밖에 영업을 못하니 지금은 다 자르고 서빙 2, 주방 이모 1명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 일행(2)이 오후 5시쯤 식당을 찾았는데, 손님은 기자일행을 포함해 3명뿐이었다. 대학교 방학인 점을 고려해도 손님이 너무 없었다. 식사를 마친 오후 620분까지 추가 손님은 2명에 불과했다.

지난 15일 오후에 찾은 서울 종각 ‘젊음의거리’. 작년 9월만 하더라도 일 평균 유동인구 42만명에 달하는 곳이었지만 이날은 매우 한산했다. 이날 최고온도는 34도에 달했는데,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포장마차 주인의 모습에서 피곤함이 느껴진다.
지난 15일 오후에 찾은 서울 종각 ‘젊음의거리’. 작년 9월만 하더라도 일 평균 유동인구 42만명에 달하는 곳이었지만 이날은 매우 한산했다. 이날 최고온도는 34도에 달했는데,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포장마차 주인의 모습에서 피곤함이 느껴진다. [사진=황정아 기자]

오 씨는 신문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더 올랐다는 기사를 봤다이렇게 되면 있는 직원마저 다 자를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고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몇차례 줬다고 하는데 전국민에게 다줬던 작년 5월빼고는 받은게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신촌 일대의 식당 관계자들은 지난해도 그 직전해(2019)보다 매출이 50% 줄었는데, 올해는 거기에 50%가 더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거리두기 4단계가 예고된 시점부터 저녁 단체 예약을 취소하는 전화가 이어지다보니, 전화받는게 두렵다고 말한 식당 주인도 있었다.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로드샵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의 사정도 비슷했다. 김 씨는 백화점은 주말 장사인데, 주말 인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아무리 지금 방학기간이라고 해도 평일에는 5만원, 주말에는 10만원도 못파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김 씨의 매장에서 판매 중인 제품의 평균 단가가 1만원대인걸 고려하면 하루에 5개도 못파는 것이다. 임대료는 물론 인건비도 안나올 것 같았다. 김 씨는 원래 직원 한명이 더 있어서 2교대로 했는데, 지금은 혼자하고 있다인건비는 고사하고 임대료도 내기 힘들어 대출로 막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날 같은 시간에 서울 종로2가를 찾았다. 이 일대는 미래에셋 등 대기업 본사들도 많고, 취업준비생들이 토익 등 스펙을 쌓기 위한 학원이 밀집해있다. 또한, 청계천, 광화문 등 관광명소도 즐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SK텔레콤 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 지오비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종로 상권의 일평균 유동인구는 426728명이다. 월 평균 1300만명이 다녀가는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다. 작년에도 코로나 시국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하지만 지난 15일 오후 4시의 종로 젊음의 거리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14일 찾은 신촌 일대. 한시적으로 문을 닫은 가게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지난 14일 찾은 신촌 일대. 한시적으로 문을 닫은 가게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사진=황정아 기자]

젊음의 거리에서 15여년째 분식 포장마차를 하고 있는 정 모씨는 요즘 장사가 어떠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을 쉬면서 들고 있던 집게로 옆을 가리키며 한마디로 답했다. “옆 봐봐라”. 직접 보면 모르겠냐는 어투였다. 평소 같았으면 토익 학원 수강생이나 청계천에서 데이트하는 커플들이 삼삼오오 떡볶이나 순대를 먹었겠지만, 한명도 없었다.

종각 식당가에서는 4단계 거리두기가 적용돼 오후 6시 이후로는 3인 이상 식사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많이 보였다.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 씨는 저녁 단체 예약은 99% 취소됐다이참에 몇달 쉬어야 하나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임대 문의를 붙여놓은 매장이 심심치 않게 보였고, 몇달간 쉬고 오겠다는 가게 주인의 공지문이 붙은 식당도 있었다.

취재를 위해 만난 소상공인의 대부분은 절망을 넘어 해탈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들이었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발한지 16개월이 됐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숨통이 트일라하면 다시 강화된 단계가 적용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들도 코로나19 상황이 하루 빨리 종식되길 바라고 있다. 종각의 한 가판대 주인 김 모씨는 거리두기 단계가 하도 자주 바뀌어서 관심도 없다코로나나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들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매출 절벽을 오랜기간 마주한 만큼 생존을 위한 피해 지원 그리고 하루라도 빠른 코로나19 종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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