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겨울바람이 불어드는 외딴 산 속. 어느새 온 산은 눈을 이불 삼아 포근해졌고 졸졸 흐르는 계곡물에도 얼음이 두껍게 깔렸다. 아침에 까치가 울어대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자연. 똑같은 여행지라도 계절에 따라 그 느낌은 크게 달라진다. 겨울이어서 더욱 빛이 나는 여행지가 있다. 제천에서 충주호를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 길에는 영화세트장까지 가세해 가족들의 발길이 끊어지질 않는다. 최근에는 단양에서 이어지는 옥순대교가 연결되면서 하천리-청풍대교로 이어지는 강변 드라이브길까지 가세해 눈에 띄게 차량이 많아졌다.
청풍호는 지난해 개통된 중앙고속도로의 첫 연결지점인 남제천IC를 이용하면 된다. 제천시내를 거치지 않아도 곧바로 청풍호에 다달을 수 있다. 구불구불한 지방도로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호숫길. 요즘처럼 차가운 날씨에는 이른 아침이면 어김없이 물안개가 피어난다. 길게 이어지는 도로변. 호숫길을 따라가다보면 맨 처음 만나는 곳이 왕건 세트장이다. 문경이 서울이라고 말하면 이곳은 지방 소도시 정도로 작은 규모다. 양지바른 언덕위에 20여가구가 옹기 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50~60년전으로 거슬로 올라간 시골 마을과 영락없다. 거기에 수상가옥까지 가세했으니 모습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이곳에 사람들이 찾아들면서 주차비나 입장료를 받게 됐다. 이럴때는 주차장을 그냥 지나치면 된다. 고갯길을 돌아서자 마자 우측 강변으로 내려가는 비포장길이 있다. 이곳으로 들어서면 세트장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어차피 열악한 세트장을 자세히 살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의 틈새 공략이다.
다시 호숫길 드라이브를 한다. 강나루를 바라보면서 번듯하게 지어진 큰 건물 두동. 국민연금 청풍리조트다. 언제 공사를 했나 싶었는데 어느새 번듯한 건물이 들어섰다. 사람들의 능력이라는 것은 참 위대(?)한 듯 보인다. 금성면 성내리 마을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무암사(043-652-0897)가 있다. 창건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조선 영조 16년(1740)에 중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절에는 2개의 부도가 있는데 그 중 한 개가 소의 부도. 죽은 소에서 나온 사리를 보관하고 있어 유명하다.
이곳에서 다시 도로를 달리면 호반 한가운데 있는 호반 분수대를 볼 수 있는 공원을 만난다. 이어 충주호를 굽어보는 호수의 산마루에 자리잡고 있는 청풍문화재단지(043-647-7003)를 들르면 된다. 이곳은 충주댐 건설로 인해 청풍의 화려한 이름만을 전설로 남긴채 잠기게 되자 한꺼번에 옮겨 놓은 곳이다. 청풍대교와 푸른 호수, 금수산(1016m)의 설경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기암괴석을 뚫고 아래로 펼쳐지는 청풍호반.
이 단지 안에 드라마 ‘대망’의 세트장이 생겼다. 안으로 들어서야만 감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마을 전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어 단지 안에 들어서지 않아도 된다. 단지 들어가는 입구에서 언덕 끝으로 가면 세트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때문이다. 왕건마을에 비해 훨씬 규모가 크다. 해가 질무렵이면 서둘러 정방사로 향하는 것이 좋다. 하천리로 이어지는 길에 예전에 보지 못했던 차량들이 많아진 것은 옥순대교가 완공됐기 때문이다. 환상적인 강변 드라이브길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수량이 줄어든 계곡물에 잎새 떨어진 메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난 소로. 정방사 가는 길은 늘 고즈넉하고 아름답다. 주차장에서 2~3분 정도만 걸으면 된다.
금수산 산자락에 아슬아슬 걸려 있는 듯한 정방사(043-647-8806-7). 산세 감상하려고 만들어 둔 벤치하나. 그 앞으로 호수와 켜켜히 펼쳐지는 산자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절집이다. 이곳에 펼쳐지는 낙조는 가히 환상적이다. 멀리 월악영봉이 손에 잡힐 듯 다가서고 호수가 해거름에 일렁인다. 한해를 잘 마무리 하라는 듯 낙조가 미소를 짓고 있다.
청풍문화재단지 관람시간:하절기=오전 9시~오후 6시, 동절기=오전 9시~오후 5시까지/입장료:어른(1,500원)
■자가운전 : 영동고속도로 남원주-중앙고속도로 이용-남제천IC-능강계곡, 정방사는 청풍대교 건너기 전 상천리로 좌회전-능강계곡 매표소(시멘트 포장길 따라 10여분 달리면 정방사 주차장)-계속 직진하면 하천리에 얼음골 주차장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등산로를 이용하면 된다.
■별미집&숙박 : 토종닭 전문인 잠박골 가든(043-647-3510, 648-8118)은 닭국물을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꽤 괜찮은 집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단체 민박도 가능하다. 예촌(043-647-3707)은 버섯전골이나 된장찌개를 맛스럽게 내놓는다. 그 외 송어회 잘하는 곳이 여럿 있다. 이에스 리조트(043-648-0480)는 회원에게만 이용이 가능하지만 산속에 펼쳐지는 전원주택의 별장식 콘도가 그림같다. 그 외에도 새로 생긴 국민연금청풍리조트(043-640-700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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