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동결’ 총력전 나선 중소기업]
50년째 섬유가공 한길 걸어온 한상웅 이사장 직설
“매출 40%가 직원 월급… 이제 공장 접으려고 한다”
22개 업종별 이사장·협회장 “사지로 내몰지 말라”
고용에도 악영향… 업종별·규모별 차등 적용 호소

중동시장에 가서 내 이름 말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이제 사업을 포기할 때가 온 거 같습니다. 계산을 해보니 40%가 직원들 급여로 나갑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삭감해야할 판에 올리면 어떤 기업이 살아남겠습니까?”

염색 섬유업체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상웅 대구경북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 8일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와 최저임금 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최근 노동계의 최저임금 1440원 인상안에 대해 직격했다.

자신을 50년째 섬유사업 한우물을 파고 있다고 설명한 한상웅 이사장은 최저임금이 시급 1만원을 넘으면 대한민국에서 제조업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인건비 비중이 매출 원가의 40%가 넘어가는데 어떤 사람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지난 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2년 최저임금 동결 촉구 대국민 호소대회’에서 주보원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앞줄 오른쪽 네번째)과 22개 업종별 대표들이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프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2년 최저임금 동결 촉구 대국민 호소대회’에서 주보원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앞줄 오른쪽 네번째)과 22개 업종별 대표들이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22개 업종별 협동조합 이사장 및 협회 대표들은 여의도 중기중앙회에 모여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며 현장 애로를 쏟아냈다. 다음주 초 나올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중기중앙회를 중심으로 중소기업계가 마지막 강경 호소에 나선 것이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9.7% 올린 1440원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임금 결정기준인 기업의 지불능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에는 주는 쪽의 지불 여력과 받는 쪽의 절박함이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는 최소한 동결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5일 열린 중소기업단체협의회 공동성명 기자간담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기업의 지불능력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김 회장은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에는 기업의 지불능력과 근로자의 요구 사이에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균형점을 못 찾았을 때 그 단적인 예가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319만명에 달한다는 것이며, 이는 전체 2045만 근로자 중에서 15.6%에 달한다고 질타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한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36.3%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다. 국내 노동시장의 최저임금 수용성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김 회장은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못하고 있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실정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는 노·사간에 현실을 감안한 의견조율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노사 모두의 밥그릇 뺏는 격

지난 5일에 이어 8일에도 중소기업계가 각각 중단협과 업종별 대표들이 나서 공동성명 기자간담회에 나선 것은 13~14일로 예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발표에 앞서 인상 저지를 위한 총력전이다. 특히 8일 기자간담회에서는 현장에 겪는 심각한 애로 상황이 격렬하게 터져 나왔다.

나동명 한국전시행사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정부가 기업하는 사람과 근로자의 밥그릇을 뺏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비판했다. 나 이사장은 52시간제로 이미 일감이 50%나 줄어들었는데 최저임금까지 인상되면 현재 인원을 다시 절반으로 줄여야하는 형편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일감이 없어 간신히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데 도대체 정부가 왜 자꾸 노동규제로 기업인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어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업종별 대표들은 기업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만 펼친다” “사업자 등록을 하는 순간 잠재적 범죄자가 된다” “정부와 국회가 임금을 주는 게 아닌데 인상에 따른 감당을 왜 기업이 져야 하냐며 절박함이 담긴 호소가 계속 이어졌다. 아울러 최저임금 이외에도 주52시간제와 유급휴일 확대 등의 이중삼중 부담이 매우 크다며 하소연했다.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업이 올려줄 수 있는 인건비는 한계가 있는 데 이를 모두 신규직원 인상에 사용하면 수십년간 기술을 갈고 닦은 숙련공들과의 임금격차가 줄어 이들이 회사를 떠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임금은 기업이 근로자의 생산성과 기여도, 능력에 따라 주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인데,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최저임금을)올리는 것은 부작용만 낳게 될 것이라며 비판했다.

양태석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우리나라 3만개의 뿌리기업은 핵심 제조인력 대부분을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고 있고, 이들은 대부분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입게 된다이들의 임금만 계속 올라 내국인 근로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양 이사장은 중소기업 사장들이 월급을 밀리지 않으려 월급날 얼마나 조마조마해 하는 지 정부가 그 심정을 아나라며 원자재 급등, 52시간제 도입, 유급휴일 확대 등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중소기업은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윤영발 한국자동판매기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서비스, 유통, 카페, 편의점, 식당 등의 사장들이 그동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여파로 직원들을 안뽑고, 직접 가족들과 일하는 사례가 늘어났다요즘 무인화, 비대면화가 진행되는 데다 코로나사태까지 겹쳐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고용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구직자 과반이 인상 반대

이날 주보원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은 아직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현장에서는 정상적인 임금 지급이 어려울 정도로 코로나 피해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고, 노사가 한마음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염려하고 있다우리 중소기업들이 직원들과 함께 일자리 정상화와 경제 회복에 힘쓸 수 있도록 올해 최저임금 결정에 이러한 현장 목소리가 꼭 반영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노동계가 일부 먹고 살만한 귀족 노조의 안일한 주장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백만명의 생계형 소상공인과 청년구직자들은 대다수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실정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63.8%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와 같거나 낮아져야한다고 응답했다. 또 구직자 80%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인상 반대응답은 매년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에서 나오고 있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주휴수당은 실제 근로시간이 아니라 약정한 근로시간을 보상하는 제도로 월급에 포함하고 있다주휴수당 포함하면 최저시급은 이미 1640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소기업계는 업종별 규모별 차등적용만이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이의현 이사장은 코로나 사태이후 업종간 양극화와 대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심해져서 경제 회복 속도도 다르다한시적으로라도 시범 지역을 선정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양태석 이사장도 일본도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구분 적용되는데, 우리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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