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남발로 ‘脫 코리아’ 가속 현실화]
초읽기 들어간 규제, 보완입법 없인 중소기업 생존 기로
경영계 “인건비·법인세 부담도 여전… 한국 탈출 고려”

입법 보완 없이 시행될 경우 노사 관계는 물론 경영 자체의 대혼란이 불가피합니다.” 경영계가 52시간제’(5~49인 사업장 적용)노조 3’(해고자·실업자 등의 노동조합 가입 등 허용) 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요구한 공통된 목소리다.

52시간제와 노조3법은 71일과 6일 각각 강행된다. 특히 지난 14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경제5단체가 전면에 나서 공동성명을 내고 주52시간제의 중소기업 전면 확대 방침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이들 경제단체는 “5~49인 사업장의 계도기간 부여가 꼭 필요하다며 마지막까지 정부에 촉구했지만, 정부는 경영계의 요구를 묵살하고 16일 기존 시행 방침을 고수했다. 52시간제와 노조3법 모두 중소기업계에는 생존위기를 겪을 만한 노동규제.

이뿐 만이 아니다. 최근 노동계의 현실성 없는 최저임금 제시안은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를 한계 상황에 내몰 결정적 충격이 될 게 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663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전대미문의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노동계는 지난 24일 최저임금 전원회의에 참석해 내년도 최저임금180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8720원 대비 23.8% 오른 요구안으로 최근 2년간 각각 2.9%, 1.5% 인상한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의 인상 카드를 내민 것. 최근 중기중앙회(실태조사: 中企 50.8% ‘동결’)와 한국경제연구원(보고서: 1만원 인상시 50일자리 감소’)이 노동계의 1만원 인상 고집이 현실성이 결여된 요구라는 점을 낱낱이 지적하고 있지만, 노동계의 일방적인 폭주는 멈출 기미가 없어 보인다.

 

국회 문턱 넘은 중대재해처벌법

올해 내내 중소기업계는 팍팍한 경영 환경에 놓여 있었다. 경영자를 직접 옥죄는 각종 기업규제도 남발됐다. 국회는 지난해 12기업 규제 3(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이어 올 1월에는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속전속결로 국회 문턱을 넘겼다. 올해 연말이면 각종 기업 과잉규제가 시행되면서 중소기업계가 또 한 차례 대혼란에 빠질 형편이다.

특히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은 중소기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보완입법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과잉 규제중 하나다. 이 법은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고용주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처벌법이다.

문제는 제재의 수위가 심각할 정도로 높다는 점이다. 고용주는 단 한 번의 사고만으로도 벌금, 기업인 처벌, 영업 정지, 징벌적 손해배상 등 무려 ‘4중 제재를 부과 받게 된다. 사업존폐를 결정할 무시무시한 철퇴를 맞게 될 상황이다. ‘정부노동규제국회기업규제가 범람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입법으로 신설·강화된 규제는 총 1510건으로 전년보다 5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정부의 규제 관련 정부 입법 심사 건수는 4600건이 넘었다. 여기에 국회에서 발의된 규제 관련 법안만 3900여 건이나 된다.

수천 건의 노동 및 기업규제가 쏟아지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에는 정부와 국회가 대기업을 옥죄는 기업 정서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그간 대기업에서 터져 나오는 각종 오너 리스크, 정경유착, 기업 특혜 시비, 노조 대립 등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행정·입법 기관의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과잉 입법 규제들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중소기업을 하나의 단위로 본다면 그 비율은 무려 전체 기업의 99.9%(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달한다.

이렇게만 보면 한국경제에 있어 절대적 규모의 집단 같지만 사정은 열악하다. 업종과 상황에 따라 당장 내일의 존립이 불투명한 중소기업이 한두 곳이 아니다. 코로나19가 문제가 아니다. 이미 청년 일자리 미스매칭으로 최악의 인력난을 계속 겪고 있고, 원자재값 폭등으로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해외진출 中企 92% “국내복귀 않을것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라는 말이 있다. 객관적으로 약자인 집단이나 사람을 동정하고 응원하는 현상이다. 맹목적으로 약자는 선()하고, 강자는 악()하다는 잘못된 인식 오류를 범하기 쉽다.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요즘 정부와 국회의 규제 남발을 보면 언더독 효과에 빗대어 고용주이자 자본을 축적하는 중소기업도 이 사회에선 악()으로 분류하는 듯하다자영업자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로 고사 직전이고,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납품단가 협상테이블 조차 만들지 못하는 불공정·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요즘 경영계는 한국에서 더는 기업을 할 이유가 없다는 자괴감마저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근 중기중앙회의 실태조사에서도 중국과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소유한 중소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92%가 리쇼어링(해외 진출 공장의 국내 복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이 리쇼어링을 고려 않는 이유 중에 높은 응답에는 노동, 환경 등 국내 각종 규제등이 이유로 꼽혔다.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코로나19 상황이 잠잠해지면 본격적인 해외 이전 검토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50~299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정부가 유예해준 주52시간제의 시행기간이 올해 연말 종료되면서 내년 범법자로까지 몰릴 위기에 처하자 중견·중소기업들의 해외 이전 움직임이 한층 거세지는 분위기다.

정부는 올해 안에 첨단기업이 리쇼어링을 할 경우 기존 해외 사업장의 생산량을 줄이지 않아도 유턴기업으로 인정해 각종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도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총 16건의 리쇼어링 지원 법안이 제출되는 등 지원사격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기도의 한 기계부품 中企 대표는 각종 규제는 물론 인건비, 법인세 부담이 그대로인데 인센티브를 강화해 국내 회귀를 요구하는 건 말이 안되다한국은 노동 리스크와 규제 남발로 기업체를 운영하기 매우 어려운 기업인의 무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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