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리 한의사의혀로 보는 건강학]

중소기업에 다니는 민 대리는 한 달에 한번 업무 브리핑을 해야 한다. 막상 날짜가 닥쳐오면 하루 이틀 전부터는 긴장이 돼서 잠이 안오고 소화가 안 되기 시작한다. 혹시라도 체해서 망칠까봐 거의 굶다시피 하는데 일을 마치면, 거의 녹초가 되기 일쑤다. 그러고 나면 여지없이 혀가 얼룩덜룩 벗겨져서 3일은 간다.

얼룩덜룩 설태가 벗겨지는 지도설은 혀 일부에 불규칙한 지도모양의 형성을 특징으로 하는 원인 불명의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다. 유전적, 체질적인 요인도 가지고 있고, 면역질환, 알러지, 비타민B 결핍, 건선, 빈혈 등에서 나타난다고 하는데 원인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원인 불명이라는 것은 기질적인 원인이 없다는 것을 말하며, 기능적인 이상은 반드시 있다. 그래서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한의학적인 기능적 진단으로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지도설은 그냥 둬도 문제가 되지 않으며 자연적으로 소실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이 지나면 자연소멸 되는데 재발이 쉽다. 없어지기 전에 재발되면 마치 지도설이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계속 지속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지도설 때문에 2차적인 질환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안심해도 좋다.

혀에 있는 백태는 너무 많은 것도 좋지 않지만, 너무 없는 것도 좋지 않다. 적당한 백태는 혀를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백태가 사라지면, 혀가 예민해지고 따갑고 아프게 된다. 젊을 때는 지도설이 생겨도 아프지 않지만 나이가 들면 통증이 생긴다.

지도설에 대한 논문을 보면 전체 인구 1~2.5%에서 나타나고 4세 정도의 어린나이에 많이 발생한다. 대부분은 무증상이고 뜨겁거나 맵고 짜고 신 음식에 화끈거리고 불편감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혀클리너의 사용과 스테로이드 연고, 마취가글, 비타민A등이 처방되기도 하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사항이다.

지도설은 면역력이 떨어진 후 회복기에 들어갔을 때 많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설이 반복해서 생기고, 장기간 없어지지 않는다면 면역력 저하를 의심해 봐야 한다. 한의학적으로는 몸의 어디가 안 좋은가에 따라 벗겨지는 부위가 달라진다. 혀뿌리에 나타나는 지도설은 하초, 즉 신장, 방광, 대장, 자궁, 전립선의 문제를 나타내고, 위장영역에서 보이는 지도설은 비위의 기능이 현저하게 약해졌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따라 같은 지도설이라도 어느 장기를 중점적으로 치료해서 전체적인 면역력을 올릴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치료전략이 잡히게 된다.

 

- 최주리 한의사(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창덕궁한의원 원장
-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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