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주얼리·테이블 웨어… 어디서 찍든 ‘인생샷’
에르메스 전시 성황리 폐막, ‘존재의 이유’ 입증
떠오르는 명품테크, 소액투자 플랫폼 ‘피스’론칭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에 문을 연 구찌 가옥(GUCCI GAOK)’이 화제다. 주말 입장 대기만 2~3시간이 걸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하고 있다. 사전방문예약은 이미 이달 말까지 모두 마감된 상태다. 명품 매장 앞 대기줄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지만, 구찌 가옥엔 물건을 사는 사람보다 구경하는 사람이 더 많다. 이제 명품을 사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명품러들의 새로운 놀이터, 구찌 가옥

구찌 가옥은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는 구찌의 국내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이자 청담동에 국내 1호 매장을 오픈한 이래로 23년 만에 선보인 단독 매장이다.

명품 매장이 즐비한 강남이 아닌 강북에 자리잡은 것도 모자라 이름부터 남다르다. 루이비통 메종 서울, 에르메스 메종 도산공원 파크, 하우스 오브 디올 서울. 대부분의 럭셔리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의 명칭은 브랜드명과 지역명을 결합해 만든다.

여기에 메종’, ‘하우스이라는 뜻의 단어를 덧붙여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플래그십 스토어의 이름을 완성한다.

그런데 구찌 가옥은 메종이나 하우스가 아닌, 한국 전통 주택을 의미하는 가옥이라는 단어를 택했다. 한국의 집이 주는 고유한 환대 문화를 담아, 방문객이 편히 즐기다 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것. 여기에 한국 전통 집에서 느낄 수 있는 멋스러움과 구찌만의 감각을 더해, 구찌 가옥만의 특별한 고객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것이 구찌 측의 전언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에 구찌의 국내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이 문을 열었다. 상품 뿐만 아니라 내외부 인테리어에도 힘을 쓴 구찌 가옥은 볼거리가 넘쳐난다.	※사진=구찌코리아 제공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에 구찌의 국내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이 문을 열었다. 상품 뿐만 아니라 내외부 인테리어에도 힘을 쓴 구찌 가옥은 볼거리가 넘쳐난다. ※사진=구찌코리아 제공

시선을 사로잡는 거대한 외관 파사드를 지나 실내로 들어가면 어쩐지 가옥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팝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펼쳐지며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인테리어를 뒤덮은 메탈릭한 타일과 유니크한 조명이 그야말로 휘황찬란하다. 곳곳에서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카메라를 꺼내드는 장면을 포착할 수 있다.

화려한 분위기에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인생샷이 가능하지만 갤러리 투어를 돕는 직원은 피팅룸과 프라이빗룸, 메탈릭한 벽면에서 사진 촬영을 권했다. 대체로 명품 매장들이 사진 촬영에 민감한 편임을 생각하면 보기 드문 광경이다. SNS엔 이미 해시태그 ‘#구찌가옥의 사진이 줄줄이 올라오는 중이다.

색동저고리를 연상케 하는 구찌 가옥만의 익스클루시브 상품, 전세계에 단 한점 밖에 없는 1억짜리 주얼리 세트 또한 쉽게 볼 수 없는 구경거리다. 구찌 가옥에는 국내 매장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초고가 프리미엄 파인 주얼리, 테이블웨어 등 볼거리가 넘쳐난다.

구찌 가옥 인증샷을 올린 한 인스타그래머는 쇼핑을 위한 매장인데 4층까지 찬찬히 보고나니 놀이동산을 다녀온 듯, 미술관에 다녀온 듯, 다양한 영감이 떠오르는 공간이라는 감상으로 사지 않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구찌 가옥에 대한 평을 남기기도 했다.

명품 중의 명품이라 불리는 에르메스’. 에르메스는 지난달 522일부터 66일까지 서울 성동구 서울숲 디뮤지엄에서 열린 에르메스, 가방 이야기(Once Upon a Bag)’ 전시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가질 수 없어도 볼 수 있는, 에르메스 전시회

이번 전시회에서는 20세기 초 등장한 오뜨 아 크로와(Haut a courroies)’ 가방부터 1978~2006년 장 루이 뒤마 회장이 디자인한 유머가 있는 가방(Bags of Mischief)’까지, 50여 개의 컬렉션을 통해 180년이 넘는 브랜드 역사와 스토리를 볼 수 있었다.

특히 무료 관람에 이어 사진과 동영상까지 촬영할 수 있다보니 SNS 활용도가 높은 2030 세대의 발길이 유난히 잦았다. MZ 세대의 최고 힙 플레이스로 알려진 성수동에서 전시회를 개최한 까닭도 있다.

에르메스의 가방은 돈이 있어도 못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장에서는 공기만 판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을 정도다. 버킨백, 켈리백 등과 같은 인기 모델은 수천만 원의 실적이 있는 VIP 고객에게만 공개·판매되기도 한다. 때를 가리지 않는 품귀 현상에 에르메스 백을 구경만이라도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전시회장을 찾은 이들도 많았다.

전시 첫날부터 호기심에 전시회장을 찾았다는 직장인 한수민(34)씨는 초고가에도 인기 있는 에르메스의 매력이 뭔지 궁금했다며 에르메스의 역사와 브랜드 스토리, 제작 과정을 직접 보고 나니 에르메스가 왜 명품 중의 명품인지 알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명품 브랜드들이 전시회를 통해 잠재적 소비자 또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등의 유의미한 성과를 얻기 위해 이와 같은 행사를 개최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사기만 하는 명품은 끝! 돈까지 벌어다 주는 명품테크

사거나, 사지 못하면 구경하거나. 명품을 즐기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리셀(상품을 웃돈을 받고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대체로 한정 판매되는 상품을 중심으로 성행한다) 문화를 중심으로 명품을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는 움직임이 커지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은 샤테크(샤넬+재테크)’, ‘롤테크(롤렉스+재테크)’ 등의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희소성 있는 명품 제품을 웃돈을 붙여 거래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명품 소액투자 플랫폼 ‘피스’의 모바일 화면
명품 소액투자 플랫폼 ‘피스’의 모바일 화면

급기야는 명품 리셀을 활용한 소액투자 플랫폼도 등장했다. 지난 3월 론칭한 피스가 그 주인공. 론칭과 동시에 첫 펀딩을 성황리에 마치며 대체투자 시장에 화려히 등장했다.

피스(PIECE)’는 명품 자산을 투자군으로 구성한 소액 조각투자 플랫폼이다. 가치가 있는 한정판 상품 또는 희소성 있는 상품 등의 현물 자산에 여러 명이 투자하고 투자한 제품이 팔리면 차익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현물 자산을 마련해 투자자를 모으고, 자산을 판매해 차익을 남기는 것은 모두 피스가 한다. 개인 간의 리셀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모두 없앴다.

론칭과 함께 출시한 포트폴리오 ‘PIECE 롤렉스 집합 1의 펀딩은 성공적이었다. 피스에 따르면 투자 모집 종료까지 2주의 여유가 있는 상황에도 펀딩 오픈과 동시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30분 만에 완판됐다.

첫 선을 보인 집합 1의 모집액은 118000만 원. 롤렉스 모델 중에서도 프리미엄이 높기로 알려진 서브마리너,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데이트저스트 등의 11가지 모델로 구성됐다.

투자는 최소 10만 원부터 가능하며 예상 수익률은 6개월 기준 약 25% 이상이다. 때문에 롤렉스 마니아뿐 아니라 새로운 투자처를 찾던 소액 투자자들, 시드머니가 여유롭지 않은 2030 세대의 호응이 컸다고 분석할 수 있다.

한편 집합 1에 이은 피스의 후속 포트폴리오는 6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어떤 명품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수익을 실현시켜 줄 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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