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외부광고 규제따른 조치
점포 내부 사고발생 우려 고조
행정편의적 발상 즉시 재고를

편의점주·작가
봉달호(편의점주·작가)

최근 들어 전국 편의점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편의점 유리창에 일제히 회색 시트지를 부착한 것이다. 이유는 담배 광고 규제 때문이다. 알다시피 담배는 외부 광고를 할 수 없는 품목이다. 편의점 내부에만 전광판 등을 통해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광고물이 바깥에서 보이니 그것까지 가리라는 것이다. 흡연 억제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충분히 이해하고 지지한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일은 아닐까, 정책의 효율성에 의문을 갖는다.

편의점 내부가 투명해 보이도록 만드는 이유는 여럿이다. 먼저 쇼윈도 효과. 안에 있는 상품이 눈으로 보이니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하지만 편의점을 찾는 고객은 대체로 목적 구매손님이다. 무엇을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편의점에 들어가지, 지나가다가 특정한 상품을 보고 저것을 사고 싶다면서 충동적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왕 빵을 산 김에 음료수도 사야겠다, 껌을 산 김에 사탕도 구입해야겠다 하는 식의 연관 구매를 하기는 한다. 쇼윈도 효과를 통한 방문 유도는 옷 가게나 신발 가게 같은 경우에나 통하는 기법이다.

편의점 내부가 훤히 보이게 만드는 것에는 안전의 이유도 있다. 편의점은 24시간 열려있다. 이슥한 밤에는 남성인 필자가 계산대에 앉아 있어도 적막감이 느껴질 정도다. 그럴 때 외부로부터 시선이 차단돼 있다고 생각해보자. 근무자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진다. 바깥에서 보여야 근무자가 성실하게 근무한다는 관리 감독상 이유 또한 있다. 손님 입장에서도 내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바깥에서 미리 보여야 안심하고 가게에 들어갈 수 있다.

일반적인 편의점은 입구에 계산대가 있다. 그것도 다 이유가 있다. 손님이 편의점 내부로 들어갔다가 나가는 길에 계산을 치르는 동선(動線)상 이유도 있지만, 여기에도 안전의 이유가 곁들여 있다. 출입문 바로 앞에 계산대가 있어야 바깥에서 더 잘 보이고, 근무자의 안전이 보장된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편의점 강도가 든 영상을 보면 안쪽 깊숙한 곳에 계산대가 있는 점포만 노린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점포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사람이 죽거나 다친다 해도 알 수 없는 구조라면 누가 선뜻 일하려 들겠는가. 여성 점주나 근로자는 더욱 그렇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하는 일인데 그것이 남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말한다. 편의점도 그렇다. 장사를 위해, 점주와 근로자를 위해 투명하게 유지하는 유리창이지만 손님을 위한 이익이 된다. 환하게 불을 밝힌 편의점 간판만 봐도 밤길이 안심된다는 여성들이 많다. 실제로 많은 편의점이 여성지킴이’, ‘아동지킴이등의 스티커를 붙여놓고 있다. 위급한 일이 생겼을 때 언제든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오라는 손짓이다. 작년 5, 경남 창녕에서 부모의 학대를 피해 건물 4층 지붕을 타고 옆집으로 탈출한 어린이가 가장 먼저 가려 했던 곳도 동네 편의점이었다.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던 여성이 편의점에 달려가 도움을 요청한 사례도 여러 차례 보도됐다. ‘보이지 않는 손따뜻한 손으로 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그 손을 가리려고 한다. 치우려 한다. 바깥에서 담배 광고판을 보고 담배 피우고 싶다고 충동을 일으킬 사람은 얼마나 될까? 혹여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자.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일부를 차단하기 위해 전국 편의점 전체를 차단하고 밤길의 불안과 위험을 한껏 높여놓는 일은 과연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우리 사회의 바람과 일치하는 행정일까?

그동안 계도 기간이 있었고, 오는 71일부터 보건복지부 산하 각 지자체 보건소에서 본격적인 단속을 시작한다고 한다. 지면으로부터 130~200cm 사이에 어느 정도 투과도의 시트지를 붙이라는 구체적인 규정까지 만들어졌다. 그동안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이 정책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건당국의 자기 역할만 강조하는 것이다. “편의점 안에서 무슨 사고가 크게 한번 터져야 이 정책이 철회되려나하는 편의점 점주들의 아우성이 그냥 부질없는 걱정만은 아닐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칠 수는 있어도 사람의 생명은 되돌릴 수 없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행정안전부, 그리고 총리실에서 나서야 할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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