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리 한의사의 혀로 보는 건강학]

필자는 지난해 중소기업뉴스에 식치에 대한 글을 연재한 바 있다. 이후에 문의가 들어왔다.

약용작물은 몸에 맞게 먹는 것이 중요하고, 홍삼도 아무나 먹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럼 그걸 알려면 한의원에 가야 하나요?”

, 한의사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일단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라고 답변을 주고 나서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기에, 심지어 아파도 병원을 내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건강식품이 맞는지 일일이 물어보러 가야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본적인 몸 체크를 위해서 설진(혀로 진단) 연재 글을 준비하게 됐다.

 

지난 편에서 한국은 분노장애를 비롯한 화병과 같은 심리 문제를 정신의 병으로만 보지 않았다는 설명을 했다. 우리민족은 뇌와 육체를 연결시켜서 육체에서 오는 정신의 문제를 화병으로 불렀고, 마음과 몸, 모두의 문제임을 자각하는 통찰력이 있었다. ‘화가 나다할 때의 심리적 상태도 이지만, 오장육부의 기능이 과항진된 상태도 라고 한다.

그럼 화와 열로 인한 몸의 증상을 한번 알아보자. 화와 열은 기본적으로 흉통과 가슴 두근거림과 같은 심장 관련 증상과 불안, 초조 등과 같은 심리적 문제를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위로 올라와서 두부면의 출혈과 염증 즉, 눈 충혈, 코피, 구내염, 목 이물감과 체기도 일으킨다. 이렇게 화병은 마음의 병과 동시에 몸의 병으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눈 충혈과 코피, 구내염이나 목의 이물감 같은 눈, , 입의 출혈과 염증이 일회성이 아닌 반복해서 일어난다면 간담, 비위에서 만들어지는 를 의심해 봐야 한다. 다만 허화(虛火)인지 실화(實火)인지에 따라 해결방법은 달라진다. 이는 고혈압과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질환의 예측 증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전조증상은 기질적 질환의 발생 직전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예를 들면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하기 직전 흉통과 미식거림, 어지럼증 등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전조증상에 앞서는 와 관련된 예측 증상들이 몇 년에 걸쳐서 몸에 경고를 한다. 화병을 조기에 다스리지 못하면 심장의 문제로 오기 때문에 반드시 미리 관리를 해야 한다.

화병을 마음, 정신의 병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진다. 마음이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필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명상, 호흡 등도 심리적 안정에 좋다는 것을 다 알지만, 그것을 할 수 있는 마음과 몸의 힘조차 없을 때도 많다. 이런 경우 정신과약을 복용하게 된다.

실제로 정신만의 문제가 아닌데도 말이다. 장기들의 힘의 균형이 깨져서 화가 오른 것인데, 뇌를 통제하는 성분들이 들어와 버리게 된다. 물론 병증상에 따라 적절한 양약이 필요한 경우도 많지만, 과항진된 장기들의 불균형을 되찾아 자연 치유될 수 있는 기회가 뺏기게 된다.

그럼 이런 몸의 변화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한의사들은 병을 진단할 때 맥진과 설진을 한다. 그 중 를 진단하는 설진 팁 한 가지를 알려드리고자 한다.

옆의 혀 사진을 보면 혀 중간에 열문(烈文)이 보일 것이다. 사진 속 환자분은 화병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몸 안에 불필요한 화가 생기면 설질이 더 붉어지고, 갈라지게 된다.

현재 홍삼은 증상, 체질 불문하고 모두에게 맞는 건강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몸에 열이 많거나 화가 오르고 있다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그러니 혀카를 찍어서 갈라짐이 보이는데 홍삼을 복용하고 계신 독자분이라면 당장 일시 중단하고 한의사에게 홍삼이 몸에 맞는지 확인해 보실 것을 권한다.

이렇게 화병은 몸의 불균형 상태에서 만들어진 마음의 상태이다. 물그릇이 몸이고, 담긴 물이 마음이라면 물은 그릇의 생김새를 쫓아간다. 네모난 그릇 안에 담긴 물이 혼자 둥그러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뜨거운 열로 가득 찬 활활 타오르는 몸인데, 마음만 차분해질 수도 없다.

혀가 갈라지고 붉어져 있다면 마음을 탓하기 전에 열을 내리는 한방차로 몸을 먼저 식혀보자.

 

최주리(창덕궁한의원 원장·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
-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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