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제2신화’이끄는 소진세 회장
코로나 특수 타고 실적 신기록 행진
중대형 매장 확대로 ‘역발상 마케팅’

‘가맹점 돈 벌게하라’경영원칙 고수
수제맥주시장 급성장, 새 먹거리 낙점

‘허닭’과 손잡고 가정간편식 정조준
자체앱 강화하며 배달앱에 도전장

교촌에프앤비는 국내 최대(매출 기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다. 지난해 프랜차이즈업계 최초로 코스피에 직접 상장한 교촌에프앤비는 올해도 다양한 신기록을 세우며 뜻깊은 창사 30주년을 맞고 있다.

교촌치킨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511일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239억원, 영업이익 108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4%, 13.2% 증가했다. 코로나19사태가 주된 요인 중 하나다. 배달과 포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며 판매량이 증가했다.

신메뉴 출시도 한몫했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11월 리얼후라이드와 올 3월 교촌 치즈트러플순살 등 신메뉴를 출시했다. 교촌 허니콤보, 간장치킨 등 양념 중심이던 기존 메뉴에 후라이드 제품군을 확대한 것. 리얼후라이드는 출시 10일 만에 판매량 12만개를 넘겼다.

교촌치킨은 수년째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20년 교촌치킨 가맹점 전체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 역시 업계에 처음 있는 일이다. 가맹점 1곳당 매출은 전년보다 14% 성장했다. 전체 가맹점의 배달 매출은 전년 대비 21% 올랐다. 본사 매출은 연결기준 44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늘었고, 영업이익은 4% 늘어난 410억원이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사태가 주된 요인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코로나19 사태로 관련 업체 모두가 꿀을 빤 건 아니다. 늘어나는 수요를 잡기 위해 치킨,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너도나도 출혈 경쟁을 벌였다. 배달 앱을 통해 대규모 가격 할인을 하거나 각종 온라인 몰을 통해 마케팅 이벤트를 벌였다. 그 결과 매출은 늘었지만, 막상 영업이익은 줄거나 소폭 증가에 그친 곳이 대부분이었다. 교촌 역시 영업이익 증가폭은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교촌이 치킨 싸움에 빠진 건 아니다. 교촌에프앤비는 치킨 싸움에 올인하는 대신 본질적인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 기존의 소형 매장을 중대형 매장(내부면적 50)으로 확장하며, 매장의 생산 능력을 강화한 것.

교촌 측에 따르면, 오후 6~9시 사이 피크 타임에 몰리는 주문이 하루 매출의 80~90%를 차지한다. 이때 몰리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매장 내 조리 시설이 클수록 유리하다. 실제 지난해 중대형 매장으로 전환한 106개 매장은 26% 매출이 올랐다. 교촌치킨의 2019년 중대형 매장 비율은 60%. 교촌 측은 2025년까지 중대형 매장 비율을 9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본사 입장에선 소형 가맹점을 늘리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그렇다. 그렇지만 교촌에프앤비는 보다 장기적으로, 가맹점과 상생하는 길을 선택했다. 권원강 전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교촌 간판을 달면 무조건 돈 벌게 하라는 경영 원칙을 중시했고,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회장도 이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지역 상권을 살펴본 뒤 인구 분포가 2000명 정도인 지역에 가맹점을 낸다. 또 지역의 다른 매장과 상권을 분리해 가맹점 매출을 보장한다.

교촌 30년 역사상 폐점률이 1%대를 넘은 적이 없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폐점률이 2~5%만 돼도 우량 기업으로 평가 받는다. 가맹 희망자가 수백 명씩 줄을 잇지만, 교촌에프앤비는 그 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교촌 가맹점 중 문을 닫은 곳은 한 곳 뿐이었다. 같은 기간 신규 점포는 112, 1분기 신규 점포는 15곳으로 총 1284개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경쟁사인bhc치킨과 BBQ와 비교해보자. 2020년말 기준 bhc치킨의 매장수는 1550, BBQ 1604개이다. 2020년 기준 bhc치킨 매출은 4004억원, 영업이익 1300억원. BBQ 매출은 3256억원, 영업이익 550억원이다.

소진세 회장은 교촌에프앤비를 글로벌 종합 식품 기업으로 키워나가려 하고 있다. 기업 공개를 계기로 2025년까지 전 세계 25개국에 500개 매장을 개설하고 매출 7700억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창업주인 권원강 전 회장이 소진세 회장을 2019년 영입한 것도 상장과 성장을 위한 포진이었다. 소진세 회장은 1977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40년 넘게 롯데그룹에서 일한 유통 베테랑이다.

소진세 회장은 다양한 방면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교촌에프앤비는 수제 맥주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치맥(치킨+맥주)’ 문화를 정조준한 것. 교촌에프앤비는 54일 수제맥주 브랜드 문베어브루잉을 120억원에 인수했다. 문베어브루잉은 LF 자회사인 인덜지가 운영하던 브랜드다.

인덜지는 강원도 고성군엔 연간 450만 리터 규모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양조장을 갖고 있다. ‘금강산 골든에일’ ‘한라산 위트’ ‘백두산 IPA’ ‘설악산 스타우트4종의 수제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교촌은 상반기에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수제맥주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CU 곰표 밀맥주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취향을 저격하며 인기를 끌고 있고, 제주맥주는 코스닥에 상장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소진세 회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공략하는 건 수제맥주 만이 아니다. 가정간편식(HMR) 시장도 확대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인기 닭가슴살 브랜드 허닭과 손을 잡고 닭가슴살 큐브, 핫바, 주먹밥 등 가정간편식 제품을 내놓았다. 교촌 측은 HMR 제품을 기존 60여 종에서 올해 100여 종까지 늘릴 계획이다. 다만 가정간편식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CJ제일제당을 필두로 하림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포진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닭을 활용한 건강식에서 틈새시장을 찾으려 하고 있다. 닭가슴살 원자재 수급, 자체 개발 소스 등 교촌에프앤비가 가진 능력을 십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가정간편식 사업이 성공하면, 교촌에프앤비는 보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 현재는 가맹점에 식자재를 납품하며 얻는 매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가정간편식 사업이 확대되면, 수익 모델이 다양해지고 프랜차이즈 사업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교촌이 자체 앱을 강화한 점도 주목된다. 교촌에프앤비는 2월 자체 앱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할인 쿠폰 등의 혜택을 늘렸다. 배달 전문 앱보다 더 큰 당근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것. 효과는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자체 앱을 통해 주문한 비율이 지난해 14.8%에서 올 38.0%2배 가까이 증가했다. 자체 앱을 통한 3월 매출은 1년 전보다 43% 늘었다. 앱 회원은 4100만명을 넘겼다.

자체 앱이 활성화되면 가맹점주와 본사 모두에게 유리하다. 가맹점은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 앱에 내는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본사는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 추후 맞춤형 마케팅도 가능하다. 소진세 회장은 유통의 달인 답게 데이터의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소진세 회장은 해외 사업 강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3월 싱가포르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4월에는 중동 지역 진출을 위한 마스터프랜차이즈 본계약을 체결했다.

교촌에프앤비는 현재 미국,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6개국에서 4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10평 통닭가게에서 시작해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교촌에프앤비. 올해도 신화는 계속되고 있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