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배터리 3사의 합작 ‘온도차’

한국의 배터리 전문기업들이 세계적인 완성차 기업들과 끈끈한 협력을 맺고 있다. 최근엔 아예 합작법인(JV)를 설립하면서 협력을 넘어 DNA를 합치는 작업 중이다.

특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글로벌 배터리 및 자동차 산업계에 있어 한 획을 긋는 상징적인 사건들이 많았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의 1위 자동차 완성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손을 잡았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자동차 역사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포드(Ford)와 합작을 발표했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은 국내 3대 배터리 기업 중 한 곳인 삼성SDI이 별다른 합작 소식을 내놓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SDI는 독일 폭스바겐과 연대하고 있지만, 삼성SDI의 일부 제품을 쓰겠다는 느슨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삼성그룹으로부터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받는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도 있지만, 단순 납품 정도에 그치고 있다.

LGSK 그리고 삼성이 배터리 사업에 있어 협력의 온도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생산방식과 배터리 유형에 격차가 상존하기에 그렇다. 주로 LGSK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만든다. 파우치형은 배터리가 들어가야 할 완성품의 규격과 형태에 따라 설계를 하게 된다.

따라서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의 플랫폼을 설계할 때부터 협력을 미리 다져야 한다. 반면에 삼성SDI의 주된 배터리는 고정형태다. 각형이라고 부른다. 삼성SDI는 주로 완성된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배터리 3사가 미국시장에서 펼칠 사업 방향성을 이야기 해보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GM과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를 설립했다. 미국 전기차 배터리 관련 두 번째 합작공장에 총 27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앞서 두 회사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첫 번째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개 공장이 완공되면 2024년부터는 연간 100만대의 전기차 생산도 가능해진다.

미국의 현재 전기차 시장은 110만대 정도라고 한다. 2025년 이 시장은 420만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 극성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가 있기에 그렇다.

그래서 각종 구매 인센티브와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에 올인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관용차 300만대를 전기차로 모조리 바꾸는 방침도 세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연대하는 합작법인 블루오벌에스케이설립한다고 최근 밝혔다. 특히 양사가 집중할 전기차는 전기 픽업트럭이다. 6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양사가 투자할 규모는 6조원이며 세부적인 투자 비율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55 수준일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삼성SDI는 이렇다할 합작 움직임이 없다. 그렇지만 거론되는 후보기업들은 많다.

예를 들어 삼성SDI가 주로 만드는 각형 배터리 사용을 확대한다고 밝힌 폭스바겐, 삼성SDI가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 등도 향후 공격적인 협력이 가능해 보인다.

최근 실적발표를 위한 삼성SDI 컨퍼런스 콜에서도 회사 측은 각형은 안전 장치와 냉각효율 등이 우수한 장점이 있는 반면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다면서도 최근에는 각형이 부품 숫자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 단점을 해소하고 있어 전기차에 더욱 적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기차에 더 효율적인 배터리가 자신들의 배터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추후 삼성SDI가 단순 납품에서 전기차에 적합한 배터리 양산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거란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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