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극복 위한 필수과제
방치하면 대·중기 양극화 심화
플랫폼 공정화법 조속제정 등
동반성장 위한 해법 마련 시급

김기문(중소기업중앙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원자재값이 천정부지로 인상되는데 대기업은 차일피일 미루며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단가 조정을 요청했지만 이미 납품한 건은 어쩔 수 없고, 신규오더만 반영해 준다고 하네요.” 요즘 필자가 중소기업인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듣게 되는 간절한 하소연이다.

원자재가격이 오르면 납품가격을 올리면 되지 않냐고 한다. 하지만 중소제조업체의 42.1%가 수급기업이고, 위탁기업 매출액 의존도가 83.3%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제값을 달라고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중소기업이 처한 어려움은 10년 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다. 당시 중소기업들은 납품단가에 원자재 가격상승분을 반영 못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공장을 멈추고,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자 정부 최고위층이 필자를 불러 노조마냥 데모를 하냐며 질책을 해서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건의한 적이 있다. 경제위기가 기업 간 이중구조 심화와 사회계층 간 갈등 확대라는 또 다른 위기를 불러왔던 것이다.

 

2011년 양극화 해법으로 경제3불 해결 제시

이때 필자는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는 구조적 문제인 거래의 불공정, 시장의 불균형, 제도의 불합리라는 경제3() 해결을 해법으로 제시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적이 있다. 그리고 경제3불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게 바꾸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단초가 됐다.

거래의 불공정 해결을 위해 협동조합의 납품단가조정협의권이 신설되고, 대기업의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법제화됐다. 그리고 재벌 2,3세의 골목상권 침해와 일감몰아주기 같은 시장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와 대규모점포의 월2회 의무휴업이 제도화됐다. 제도의 불합리 문제도 신용카드, 은행, 백화점 등 3대 수수료를 현실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사실 우리경제는 2019년 기준 총 법인사업체수 752000개 중 중소기업이 99.1%를 차지한다. 하지만 0.3%2395개 대기업이 매출의 47.4%, 영업이익의 57.3%를 차지한다. 이러한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임금 지불여력을 약화시켜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수준은 대기업 근로자의 47.5%에 불과하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투자여력을 약화시켜 중소기업의 R&D투자규모는 대기업의 25.7%에 그친다. 결국 산업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지만 청년 실업자는 늘어나는 일자리 미스매칭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신경제3불 발생

문제는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를 초래하는 구조적인 요인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급격한 경제·사회변화와 함께 경제3불로 그 양상이 보다 복잡해지고 다양해졌다.

 

거래의 불공정

우선 원·하청기업간 수직적 거래구조에서 발생하는 거래의 불공정이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체의 59.7%가 공급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원자재 값은 급등하지만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이 안돼 납품할수록 손해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은 기술개발 여력이 부족하고, 직원의 급여도 인상하기 어렵다. 수급 중소기업이 급격한 원자재 가격 인상 시 이를 납품단가에 즉시 반영할 수 있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시급히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시장의 불균형

두 번째는 급격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과 함께 온라인 시장으로 전이된 시장의 불균형이다. 최근 3년간 국내 온라인 시장은 78조원에서 161조원으로 2배가 넘게 커졌다. 하지만, 이를 규율할 법과 제도가 없다. 온라인 입점 중소상공인이 과도한 수수료와 왜곡된 수익배분구조에 방치돼 있는 동안 거대 플랫폼사업자의 이익독점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해결책은 시장의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인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조속히 제정하는 것이다. 최근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98%가 넘는 절대다수가 법제정이 시급하다고 응답한 결과도 있다.

 

제도의 불합리

세 번째는 조달시장에서 최저가 유도관행 등으로 납품할수록 손해를 보는 제도의 불합리. 중소기업은 내수침체가 장기화되면서 145조원에 달하는 조달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 하지만 저가계약으로 조달시장 납품 중소기업의 연평균 손해가 95000억원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가계약법상 최저가를 유도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낙찰 하한율을 상향하거나 신규 도입해야 한다. 특히, 조달시장의 가장 불합리한 부분으로 지적되는 부정당 행정제재는 사안별 경중에 따라 제재사유를 구분하고, 과징금 차등화와 중복처벌을 최소화 하는 등 제도의 불합리를 해소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전염병 대유행이 발생하고 5년 후에는 불평등의 척도인 지니계수가 평균 1.5% 가까이 증가했다는 분석과 함께 코로나 이후 불평등 확대를 경고한 바 있다. 위기는 곧 양극화 심화라는 공식을 깨질 수 있도록 이제는 대·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코로나 위기를 사회구성원들의 이해와 협력으로 극복했듯 양극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과제는 아니다. 경제3불 해소를 위한 제도적 기반 아래 대기업은 상생협력을 실천하고, 중소기업도 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한다면 코로나 이후 양극화의 파고도 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코로나가 가져온 대전환의 시대, 중소기업은 혁신과 경쟁력 향상이 절실하다. 경제3불 해소는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해 선택이 아닌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필수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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