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HMR·밀키트 전성시대
CJ, 시장 선점해 점유율 43% 독주…비비고 국물요리 1억봉+판매
더 비비고, 건강공식 캠페인 진행, 슈완스는 해외서 매출 효자노릇
이마트·배민·편의점·스타트업…너도 나도 가정간편식 전쟁 합류

식유통업계에선 간편식 전쟁이 뜨겁다. 가정간편식(HMR), 밀키트(Meal Kit)가 불티 나게 팔리며, 대기업 중소기업 동네식당까지 너나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다. CJ제일제당, 오뚜기, 동원F&B, 대상, 이마트, 편의점, 배달의민족, 스타트업 등이 뒤섞여 전쟁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사태로 인한 수요 급증, 콜드체인 유통 인프라의 확대, SNS를 비롯한 마케팅 채널의 다양화 등 수많은 요인이 한 데 얽혀 관련 산업의 성장을 불태우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35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4조원, 2022년에는 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 HMR 제품군인 국··찌개 등 국물요리시장은 지난해 3122억원 규모로 확산됐다. 전년 대비 25.5% 성장한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는 올해 이 시장이 5000억원대 규모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찌감치 이 시장에 뛰어든 CJ제일제당은 점유율 43%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표상품인 비비고 국물요리의 경우 지난해 1억 봉지 넘게 팔렸다. 국민 한 사람당 두 그릇 이상을 먹은 셈이다. 비비고 국물요리 매출은 2180억원으로 햇반과 비비고 만두에 이어 세번째로 메가 제품(매출 2000억원 이상) 반열에 올랐다. 오뚜기와 동원F&B 등도 334억원, 212억원 등 규모(닐슨 기준)로 시장 톱 3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동원F&B는 지난해 탕 6, 찌개 5, 5종 등 양반제품 17종을 출시했고, 1년도 되지 않아 시장 점유율 상위에 랭킹했다.

 

동원·오뚜기도 속속 가세

HMR 시장에선 국··찌개 외에도 다양한 밑반찬과 수산물이 등장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소고기장조림, 무말랭이 무침, 오징어채 볶음, 소고기 꽈리고추장조림, 비비고 견과류 멸치볶음 등 비비고 반찬 제품 5종을 대표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 수산물 중에는 고등어, 가자미, 삼치, 임연수, 꽁치 등으로 구성된 비비고 생선구이를 내놓았고, 올해는 생산라인을 최대 두 배 이상으로 키울 계획이다. 비비고 생선구이는 2월 기준 누적 판매 600만개, 누적 매출 250억원이며, 지난해 월평균 20%씩 성장했다. “육류 위주로 형성된 기존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수산 제품이 연 매출 100억원 브랜드로 성장한 건 이례적이라는 CJ제일제당 측의 평가다.

동원F&B는 한식 브랜드 양반을 통해 문어통살 장조림, 쇠고기 장조림, 돼지고기 장조림, 메추리알 장조림 등 양반 통조림을 내놓았고, 온라인 장보기 마켓 더반찬&’을 강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계열사인 동원산업은 지난해 수산물 HMR 브랜드 수산명가를 선보였고, 가시 없는 생선구이 2(고등어, 참치), 바로 먹는 수산물 2(데친문어, 자숙소라), 훈제연어 스테이크, 생연어회, 명란 등을 판매하고 있다. 오뚜기와 대상 등도 간편 생선 구이를 출시했다. 손질과 조리가 간편하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지역특산물 아니 동네 맛집 HMR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뚜기는 지역의 맛을 살린HMR 제품군을 내놓으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식 쇠고기 보양탕, 부산식 돼지국밥 곰탕, 남도식 한우 미역국, 수원식 우거지 갈비탕 등을 집에서 즐길 수 있게 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 중인 우아한형제들은 전국 유명 식당과 손잡고 인기 메뉴를 가정간편식 제품으로 재탄생 시켰다. ‘배민의발견이란 브랜드 아래 판매되는 HMR 1호 제품은 강훈 사장님의 팔백집 쪽갈비. 서울 성북구 일대의 배달 맛집과 협업한 제품이다. 기존에 배달의민족이 갖고 있는 배달 주문 데이터를 활용해 뜰 만한 상품을 찾아내는 만큼, 높은 판매효과가 기대된다.

 

스타트업은 밀키트서 약진

가정간편식과 함께 밀키트 시장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가정간편식과 밀키트는 간편한 요리라는 점에선 같지만, 조리 과정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갈린다. 가정간편식은 어느 정도 조리가 된 상태에서 가공 포장된다.

소비자는 데우거나 끓이는 간단한 조리로 음식을 완성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밀키트는 손이 더 간다. 밀키트 제품 안에는 다듬어진 원재료와 소스 등이 들어있다. 소비자가 직접 지지고 볶아야 한다. 대신 재료 신선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음식 간도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업체 입장에서 보면, HMR보다 진입장벽이 낮다.

조리, 보존 과정 위한 설비가 HMR 만큼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밀키트 시장에선 스타트업의 약진이 눈에 띈다.

테이스티나인은 최근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며 주목을 받았다. 2015년 창업한 테이스티나인은 지난해 매출 2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테이스티나인은 2019년 흑자 전환 이후 식품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흑자 운영 중이다. 테이스티나인은 레디밀(Ready-Meal)’에 주력하고 있다. 레디밀은 5~10분 내 단순 조리만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일부에선 3세대 간편식품군으로 꼽는다. 인스턴트 느낌이 강한 HMR1세대라면, 재료신선도가 높지만 먹기까지 과정이 복잡한 밀키트가 2세대, 이전 세대의 단점을 보완한 레디밀은 3세대라는 것. 테이스티나인은 전식품군에 아울러 250종 메뉴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반찬류와 상온식품을 비롯해 유명 스타셰프와 협업한 스테이크 등 프리미엄 제품까지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1882억원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가 산정한 수치다. 3년 전에 비해 125배 커졌다. 올해는 40% 이상 증가한 26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트업 중에는 테이스트나인 외에도 프레시지, 마이셰프 등이 밀키트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홈쿡 열풍타고 매출 불티

대기업도 밀키트 전쟁에 나이프를 들이밀고 있다. 2019년부터 밀키트 브랜드 쿡킷을 운영 중인 CJ제일제당은 최근 “2주마다 4종 이상의 새로운 메뉴를 쏟아내겠다고 발표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현재 20여 종에 불과한 밀키트 메뉴를 100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다.

hy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는 프레시 매니저를 유통 채널로 활용하며, 밀키트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프레시 매니저가 냉장 보관용 카트를 끌고 다니며, hy의 밀키트 잇츠온을 배송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가정간편식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업체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하는 데 힘썼다면, 올해는 프리미엄 건강식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CJ제일제당은 건강간편식 전문 브랜드 더비비고를 앞세워 건강공식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더비비고는 한국영양학회의 검증을 받은 ‘CJ영양설계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제품으로 열량, 총지방, 총당류, 나트륨 등의 함유량이 구체적으로 반영돼 있다. 건강공식 캠페인은 걱정은 비우고 건강을 채우다, 건강공식을 슬로건으로 영상광고, 온라인 기획전과 소비자 이벤트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정간편식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CJ제일제당은 올1분기 367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42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5% 늘었다. 분기 최대 영업이익이다. 식품사업부는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23064억원 매출을 올렸다.

해외 시장에선 슈완스가 효자 노릇을 했다. 슈완스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18년 인수한 미국 냉동식품업체다. 당시 15000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액 때문에 시장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홈쿡 열풍이 불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슈완스 1분기 매출은 6880억원으로 CJ제일제당 전체 해외 매출 1260억원 중 67.1%를 기여했다. 증권업계는 HMR시장 성장과 K컬처 확산에 힘입어 CJ제일제당의 실적도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는 가정간편식 시장. 2라운드가 시작됐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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