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철근,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승하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필수자재인 철근 수급 불균형 문제가 심화하면서 중소건설사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사전제작 콘크리트(PC)를 만드는 S사는 얼마 전 400억원 규모의 공사를 낙찰받았지만 한 달에 두 번씩 인상되는 철근값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게 뻔해 고심 끝에 포기했다. S사 대표는 원자재 가격 인상 때문에 철근값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철강재 유통사들의 사재기가 더 큰 문제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철근 대란의 가장 큰 원인은 원재료인 고철 가격 급등이다. 1년 전 톤당 238000원이던 국내 고철 가격은 지난 14465000원까지 올랐다. 가장 높은 수입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산 철근의 공급 축소와 가격 인상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가 51일부터 내수확보와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철강제품에 대한 수출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13%)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철근수요의 15%를 차지하는 현대제철의 철근 생산현장 가동중단도 문제다.

지난 8일 현대제철 열연 공장 가열로에서 산재 사고가 발생하자 고용노동부는 10일부터 철근 생산설비까지 작업을 중단시켰다. 이후 철근 가격은 사흘새 3% 이상 올랐다.

국내 철강사들은 영세 수요처를 보호하고, 급격한 철근 가격 변동을 막기 위해 분기별로 공급가격을 결정한다. 철근 공급가는 지난해 4분기 톤당 685000원에서 올해 1분기 715000원을 거쳐 2분기에는 803000원으로 인상됐다. 이 가격은 유통사를 통해 공급되는 시중가격보다 20%에서 25% 정도 저렴하다. 실제 지난 14일 철근공급 기준가격은 803000원이지만 시중 유통가격은 98만 원까지 폭등했다. 철근 유통사 입장에서는 철강 제조업체에서 철근을 공급받기만 하면 가만히 앉아서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철근 대란의 최대 피해자는 중소형 건설사이다. 대기업은 3개월 단위로 공급계약을 맺는다. 반면, 대부분의 중소형 건설사는 시중 유통사와 단발성 계약을 통해 철근을 공급받는다.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웃돈을 주고서라도 물량을 확보하려는 중소형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한 달에 두 번씩 가격을 인상하고, 최근엔 톤당 100만 원 이상을 요구하거나 종전계약을 철회하는 유통사도 있다고 한다.

철근의 원재료인 고철 가격 급등으로 철근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데는 수요자들도 충분히 공감한다. 문제는 원재료 인상 폭에 비해 제품가격 상승 폭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또한, 철근 파동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철근 가격 추가인상 기대감에 물량을 풀지 않고 사재기하는 유통상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더 이상 철근 수급 불안 문제와 유통사들의 철근 사재기 현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철강사들이 생산량을 최대한 확대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철근유통사들의 사재기 근절을 위한 현장 단속 강화와 함께 위반 시 강력히 제재하는 적극적인 행정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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