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한 매혹 ‘니치 향수’가 뜬다]
친숙한 향 대신 소수취향 겨냥
최상의 재료로 희귀한 향 탄생

수십만원 호가에도 판매 불티
코로나블루 타고 신장세 지속

최근 병당 20만~50만원을 호가하는 ‘니치 향수’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니치 향수는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향수를 가리킨다. 니치 향수의 대표적인 브랜드 ‘딥디크’의 제품.
최근 병당 20만~50만원을 호가하는 ‘니치 향수’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니치 향수는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향수를 가리킨다. 니치 향수의 대표적인 브랜드 ‘딥디크’의 제품.

어떤 향은 잊고 있던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매혹적인 향에 바삐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기도 한다. 낯선 곳에서 익숙한 향을 맡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경험도 더러 겪는다. 이처럼 후각은 생각보다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마스크와 실내 생활이 일상화 된 요즘, 화장 대신 향기로 개성을 표현하거나 같은 일상 같은 공간에 향을 채워 기분 전환에 나선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사치를 누린다는 뜻의 스몰 럭셔리열풍이 더해져 고가의 니치 향수인기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니치 향수는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향수를 뜻하는 말로, ‘틈새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니키아(nicchia)’에 어원을 둔다. 합성 원료를 통해 대량생산 하는 대중적인 향수 브랜드의 제품과 결을 달리한다. 천연 향료와 희귀 성분 등의 고급 원료를 주재료해 희소성을 앞세운다.

바이레도_블랑쉬
바이레도_블랑쉬

매스 브랜드들의 향수가 플로럴, 시트러스, 프루티, 머스크 등과 같이 친숙한 향을 베이스로 한다면 니치 향수는 가죽향이나 스모키향, 우드향, 날것 그대로의 꽃향 등 원료 특유의 개성을 살려 만들기 때문에 다소 낯설거나 향기롭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니치 향수의 호불호가 시작되는 지점이면서 소수의 취향을 타겟으로 한다는 니치 향수의 지향점과 맥을 같이 한다.

모두에게 호감을 얻지 않아도 열광하는 단 한명의 마니아를 만드는 것이 니치 향수의 본질이라면 본질이다. 그리고 이러한 본질은 대체로 브랜드 창립자의 철학과 조향사의 코끝에서부터 실현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로 조 말론 런던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그리고 요즘 핫한 브랜드로 자리잡은 바이레도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조 말론 런던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조향사라 불리는 조 말론에 의해 탄생했다. 브랜드의 창립자이자 조향사인 조 말론은 향에 대한 남다른 조예로 차별화된 향과 향수를 통한 경험을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조 말론 런던_라임 바질 앤 만다린
조 말론 런던_라임 바질 앤 만다린

어머니의 피부미용 일을 도우며 자신에게 향기에 대한 재능이 있음을 깨달은 그는 1994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론칭했다. 블랙베리, 오이, 얼그레이, 재스민, 작약 등 이전에는 잘 쓰이지 않던 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향을 이끌어냈다. 조 말론으로부터 탄생한 향수는 영국 상류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옷을 겹겹이 입어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듯, 향기 역시 층층이 쌓아올려 새로운 향을 만들 수 있다. 조 말론은 향의 레이어링을 염두에 두고 향수를 개발했다.

지금도 조말론 매장에서는 무겁거나 가벼운 향기든, 진하거나 상큼한 향기든, 꽃 향기든 과일 향기든 자유롭게 레이어링 해보는 것이 가능하며, 원하는 분위기를 이야기하면 직원이 조합할 수 있는 다양한 향수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그룹 빅뱅 멤버인 지드래곤의 향수로도 잘 알려진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은 라벨 가장 상단에 조향사의 이름을 넣을 정도로 조향사의 역할을 강조하는 브랜드다. 크리스찬 디올 향수를 만든 세르주 에틀러의 손자, ‘프레데릭 말이 창립했다.

프랑스 최고의 향수 연구소로 일컫는 루르 베트르랑 듀퐁에서 원료와 후각 균형을 공부한 프레데릭 말은 향수 자체보다는 브랜드 이미지에 초점이 맞춰져 상업적으로 운영되던 1990년대 중반의 향수 업계를 안타깝게 여겼다. 그리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연구소에서 친분을 쌓아나간 엘리트 조향사들을 모았다. 조향사들 역시 제품보다는 브랜드 이미지에만 중점을 둔 시장상황에 좌절하던 찰나였다.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_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_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프레데릭 말은 향수의 품질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조향사들이 브랜드가 아닌 그들의 이름을 내걸고 최고의 향수를 만드는데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조향사들은 마케팅 전략이나 마감 기한 등에 구애받지 않고 최상의 재료로 특별한 향을 만들 수 있었다.

향수 원료 중에서도 고급재료로 통하는 터키로즈가 향수 한병에 무려 400송이가 들어간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는 프레데릭 말이 조향사에게 얼마나 전적인 신뢰를 보냈는지 가늠케하는 제품이다.

독보적인 철칙과 향수가 가진 스토리로 전세계 패션 피플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가 있다. ‘바이레도.

2006년 스웨덴에서 시작한 바이레도는 절제되면서도 실용적인 스톡홀름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다. 대체로 향수에는 수십 개의 원료가 들어가는데 비해 바이레도는 많게는 10, 적게는 4~5개의 원료만을 사용한다.

엄선된 원료의 배합을 통해 무겁지 않으면서도 명확한 향을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향을 만들기 위해 바이레도는 최대 200번에 걸쳐 원료를 배합하고 다듬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니치 향수의 가격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병당 20~50만원을 호가한다. 평균 5~10만원선의 가격대를 형성하는 대중적인 브랜드의 향수를 놓고 보자면 니치 향수는 꽤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치 향수의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4월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올해 1~3월까지 대표적인 니치 향수 브랜드로 꼽히는 딥티크바이레도의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약 470%, 299% 증가했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는 같은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80% 가량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물론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니치 향수 브랜드의 수가 다양해진 것이 판매율 상승의 직접적인 이유라 할 수 있겠으나, 최근들어 니치 향수 판매량이 급증한 데에는 코로나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마스크에 가려지는 화장품 대신 향수를 선호하는 현상과 함께 코로나블루로 침체된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는 스몰 럭셔리 상품에 니치 향수가 적절하다는 인식이 더해져 이같은 판매 신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남들과는 차별된 개성을 표현하는 데에 적극적인 MZ세대까지 소비 행렬에 가세하며, 니치 향수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좋은 향기는 좋은 이미지를 남긴다는 이야기가 있다. 니치 향수 트렌드를 기회로 나를 업그레이드 시켜줄 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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