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리 한의사의 혀로 보는 건강학]

필자는 지난해 본지에 식치에 대한 글을 연재한 바 있다. 이후에 문의가 들어왔다.

약용작물은 몸에 맞게 먹는 것이 중요하고, 홍삼도 아무나 먹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럼 그걸 알려면 한의원에 가야 하나요?”

, 한의사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일단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라고 답변을 주고 나서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기에, 심지어 아파도 병원을 내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건강식품이 맞는지 일일이 물어보러 가야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본적인 몸 체크를 위해서 설진(혀로 진단) 연재 글을 준비하게 됐다.

 

구강은 화학적으로나 물리적, 또는 심한 온도변화 등의 자극 뿐만 아니라 350여종의 수억 개의 세균이 살고 있다.
구강은 화학적으로나 물리적, 또는 심한 온도변화 등의 자극 뿐만 아니라 350여종의 수억 개의 세균이 살고 있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는 높은 사망률을 보인 60대 이상의 노인과 기저질환자들에게 건강의 예방 욕구를 증대시키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감염예방을 위한 비접촉 문화는 비만, 당뇨 등의 대사증후군 질환을 확산시키고, 거리두기와 자가 격리와 같은 고립, 이로 인한 경제의 불황으로 심리적인 불안감,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불면 등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또한 경계고혈압과 경계당뇨, 경계고지혈증을 겪는 이들은 언제라도 기저질환자군으로 흡수될 수 있는데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 아직 환자는 아니지만, 건강한 상태도 아닌 것이다.

이들에게는 식이요법과 생활습관 교정, 운동보다 좀 더 적극적인 솔루션이 필요한데, 침과 한약으로 가능하다. 또한 식치 이론에 따라 몸에 맞게 섭취하는 한약재 함유 건강식품도 좋다. 그럼 어떤 한약재가 들어있는 건강식품이 내 몸에 맞는지 스스로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해답은 에 있다. 우선 혀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구강은 화학적으로나 물리적, 또는 심한 온도변화 등의 자극 뿐만 아니라 350여종의 수억 개의 세균이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는 별문제 없이 건강이 잘 유지되는 매우 독특한 기관이다. 그 중에서 혀는 내부 장기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경락을 통해 내장 및 기타 조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전신의 기혈, 진액, 내장기능의 상태가 여러 가지 설상 변화로 나타낸다.

설진을 할 때 한의사들은 보통 여섯 가지 요인을 고려한다. 설형(figure), 설색(color), 설태(coating), 설열(crack), 설반(spot), 설문(pattern)이 그것이다. 독자 분들이 이 요소들을 다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설태와 설열, 설반 정도만 볼 줄 알아도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고, 몸에 안 맞는 건강식품은 피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주위에서 몸이 너무 허해졌다며, 보양식을 먹어야 되겠다는 대화를 흔히 듣는다. 보양식은 양기(陽氣)할 때 양()이 아니고 기를 양()자를 써서, 몸을 보충하고 기르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보충하고 길러야하는 ()해짐은 음허(陰虛), 양허(陽虛), 기허(氣虛), 혈허(血虛) 네 가지 종류로 나뉜다. 몸의 상태가 혀에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에, 보양에 앞서 허증의 종류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만약 설질의 색이 붉지 않고 옅어졌다면 혈허, 기허이므로 보혈, 보기하는 당귀나 인삼이 함유된 건강식품을 섭취하면 좋다. (본지 202062일자 칼럼 참조) 하지만 설질의 색이 정상보다 더 붉고, 혀가 심하게 갈라졌다면 당귀나 인삼 섭취는 약이 아닌 독이 된다. 이럴 때는 치자나 생지황이 보양약이 된다. (본지 2020727, 828일자 칼럼 참조)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편으로 미루고, 혀를 관찰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먼저 입을 물로 헹궈서 음식물과 침이 없는 상태로 만든다. 거울로 직접 보는 것도 좋지만, 사진을 찍는 것이 좋다. 플래쉬를 켜고 하고 입을 크게 벌린 상태에서 찍어야 설근까지 찍을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 혀는 심장의 상태를 가장 많이 반영한다. 세계 사망률 1위를 기록하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셀카보다 중요한 것이 혀카. 오늘부터 당장 술과 담배, 야식을 줄이고 산책을 시작한 후, 매일매일 변화하는 혀를 관찰해보자. 혀는 건강을 위한 노력에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 최주리 한의사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창덕궁한의원 원장)
-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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