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에서나 정부와 공공기관은 큰 손으로 통한다. 2017년 기준 OECD 국가들의 평균 공공구매액은 공공지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조달 시장은 201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약 7%140조원에 달하는데 정부는 공공조달 시장을 통해 대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의 판로를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조합추천 수의계약이다. 협동조합이 품질과 납품을 검증하고 구매담당자의 업무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등 장점이 있다. 하지만 5000만원인 기준 한도가 2006년 제도 도입이후 15년 이상 동일하게 유지돼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에 2019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경제4단체장 초청 오찬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5000만원 이하인 조합추천 수의계약 한도를 2억원까지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고, 그 자리에서 대통령이 직접 정책실장에게 적극 검토를 지시하며 제도개선의 단초가 마련됐다.

지난해 4월 내수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기준한도가 2배로 확대되는 정책결정이 이뤄지고, 관련 법령이 개정 완료된 8월부터 12월말까지 4개월간 한시적으로 상향됐다. 이후에도 중앙회는 코로나19 장기화 여파 등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올해 6월까지 추가로 연장시켰고 마침내 지난 416공공조달제도 개선위원회를 통해 수의계약 기준 금액을 물품·용역은 5000만원에서 1억원, 종합공사는 2억원에서 4억원, 전문공사는 1억원에서 2억원까지 영구적으로 2배 상향 시키는 결실을 거두게 된 것이다.

이번 제도개선으로 중소기업계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책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우선 국가 기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함께 적용될 수 있도록 국가계약법령과 함께 지방계약법령의 동시 개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임의규정인 수의계약은 법령에만 있는 사문화(死文化)가 될 수도 있는 만큼 공공기관 계약담당자들의 적극적인 행정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수의계약이라는 명칭에서 오는 부정적 의미를 방지하고 제도가 가진 경쟁의 성격을 감안해 조합추천 수의계약의 명칭을 조합추천 지명경쟁제도로 변경한다면 공공기관 계약담당자들의 감사부담도 한층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공공조달은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가격이나 품질이라는 전통적인 시장가치 외에도 중소기업 지원과 같은 사회 안정화를 위한 공적인 가치 역시 중요하다. ‘조합추천 수의계약은 시장경제에서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이 공공조달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일정 규모를 할당하는 대표적인 상생 제도다.

15년 만에 이뤄진 기준 한도 상향을 바탕으로 조합추천 수의계약 활성화를 통해 공공조달 시장에서 상생의 가치가 활짝 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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