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신근 디피코 대표이사
40년 경력 자랑하는 ‘자동차 베테랑’
현장의견 수렴, 슬라이딩 도어 장착
야간배송 고려, 적재함에 전등 배치
오르막도 거뜬… 8초 만에 시속 70㎞

송신근 디피코 대표이사를 강원도 횡성의 디피코 본사에서 만났다. 40년 경력의 송 대표는 디피코가 신속하게 주력사업을 전환할 수 있었던 이유로 오래 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꼽았다.
송신근 디피코 대표이사를 강원도 횡성의 디피코 본사에서 만났다. 40년 경력의 송 대표는 디피코가 신속하게 주력사업을 전환할 수 있었던 이유로 오래 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꼽았다.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전기차 제작업체 디피코. 국내 최초로 초소형 전기화물차인 '포트로(POTRO)'를 개발, 생산, 판매하는 강소기업이다. 전기자동차 최초로 슬라이딩 도어 장착, 국내 최초의 자체 개발 기술 보유 등 다수의 최초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디피코의 송신근 대표이사를 디피코 본사에서 만났다.

1955년생인 송신근 대표는 대기업 완성차 업체의 엔지니어 출신으로 40년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대한민국 판금기술명장인 송 대표는 부산기계공고 재학 당시 부터 각종 기능대회를 석권했고, 약관의 나이인 1975년에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판금부문 동메달을 획득했을 정도로 청년시절부터 재능을 보였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송 대표를 "평생 자동차를 만드는데 온몸을 바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국내 자동차산업 1세대인 송 대표는 2020년에 본사를 경기도 군포에서 강원도 횡성으로 이전했다. 그는 왜 횡성을 골랐을까. 그는 기존에는 자동차 엔지리어닝 컨설팅이 주요 업무였는데 전기차 제조업체로 변신을 시도하면서 본사를 이전하게 됐다자동차 공장에는 차체, 도장, 조립 세가지 공정을 갖춘 설비라인에 폐수처리, 주행테스트 코스까지 갖출 설비가 많은데 강원도의 적극적인 지원도 있고, 횡성 부지가 저렴해서 오게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디피코 본사에서는 강원형 일자리 선포식이 열렸다. 광주형 일자리에 이어 제2호로 지정된 강원형 일자리 사업은 중소기업 중심의 이익공유형 사업모델이다. 이날 선포식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참석해 포트로를 시승하기도 했다.

강원형 일자리의 대표 사업체 중 하나로 선정된 디피코는 강원도의 지원을 받는다. 또한, 디피코도 지역인재를 채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다. 디피코는 현재 150여명이 근무 중인데 본사 이전 후 90여 명을 현지에서 채용했다.

1998년 창립된 디피코는 원래 자동차 제조 관련 엔지니어닝을 컨설팅 해주는 업체였다. 송 대표를 비롯한 엔지니어로 구성된 디피코 창립멤버들은 하드웨어 제작이 아닌 컨설팅 역량을 적극 세일즈했다. 2016년에는 이천만불 수출의 탑을 받기도 했는데,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만 수출해서 얻은 실적이었다. 디피코 관계자는 전기차 제작으로 사업을 변경하기 전까지의 매출의 90% 이상이 중국 등 해외 수출이었다고 귀띔했다.

자동차 엔지니어링 컨설팅으로 승승장구하던 디피코도 2016년에 거대한 난관을 마주한다. 바로 사드(THAAD) 사태다. 이로 인해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면서 회사 경영에도 타격이 발생했다. 그때부터 송신근 대표는 주력 사업 변경을 준비한다. 송 대표는 우리가 전문가도 많고 기술력도 있고 하니까 남의 차를 만들어줄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차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대기업 위주의 시장이 아닌 분야를 찾다보니 초소형 전기화물차가 적합했다고 말했다.

사업부지 마련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고, 2019년 횡성에 공장을 착공해 2020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가동 시작한 지 만1년도 안 돼 첫 제품인 포트로가 나왔다. 송 대표는 첫 결과물이 빨리 나온 비결로 20년 이상 쌓아온 완성차 관련 엔지니어링 노하우와 자체 생산 라인 구축을 꼽았다. 그리고 국산화률이 80%를 상회하는데, 이 또한 국내 최고 수준이었다.

출고를 대기하고 있는 포트로
출고를 대기하고 있는 포트로

기자도 인터뷰 중 잠시 포트로를 시승했다. 포트로 사이즈는 길이 3.39M, 높이 1.86M로 대표적인 소형 화물차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였다. 고속충전에는 1시간 소요되며, 1회 충전으로 100km를 이동할 수 있다. 적재공간은 2100L 규모였는데, 가장 많이 쓰는 우체국 상자 3~4호 기준으로 120개 정도가 들어가는 크기이며, 최대 250kg까지 실을 수 있다. 기존 소형 화물차와 비교하면 차체가 낮아(0.6M) 안정성이 뛰어나고, 슬라이딩 도어여서 승하차가 편했다. 또한, 기어박스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가 아닌 운전대 옆에 설치돼 양쪽 자리를 이동하기도 편리했다. 택배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보니 길이 좁은 경우 조수석으로 내리는 경우도 종종 있어 이를 반영한 결과라고 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부분에서 디테일이 눈에 띄었다. 최근 새벽배송 등 야간에도 배송이 많은 점을 고려해 적재공간에 전등을 달았다. 처음에는 On/off 스위치로 점등했는데, 시간에 쫓기는 배송 특성상 전등 끄는 것을 깜빡해 배터리가 방전되는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이를 반영해 화물칸 문을 열때만 켜지게 시스템을 변경했다. 그리고 화물적재시 문을 고정할 수 있도록 고정 후크도 달려있었다. 현장의 피드백을 수렴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디테일이었다.

송 대표는 이러한 디테일을 챙길 수 있었던 이유로는 자체역량으로 설계, 생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포트로를 시승했을 때 기자가 가장 놀란 점은 속도였다. 초소형 화물차는 법적으로 고속도로에 올라갈 수 없고, 주로 도심주행이기에 속도제한이 걸려있다. 최대 속도는 70km/h인데 최대속도로 올라가는 데 8초도 걸리지 않았다. 엔진 역할을 하는 모터의 힘이 좋았다. 초소형 전기차라면 일반적으로 골프장에서 많이 보이는 카트를 떠올리는데, 카트와 달리 포트로는 정말 차량이었다. ·후륜 디스크브레이크가 걸리고 ABS(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도 적용됐기에 제동이 뛰어났다. 등판능력이 36%로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도 막힘 없었고, 오르막길에서 정차 중에도 뒤로 밀리는 현상도 없었다. 초소형차량이지만 대부분의 기능은 다 갖추고 있었다. 8인치 네비게이션, 후방카메라 등은 기본 옵션으로 제공된다.

송신근 대표이사가 디피코의 주력 제품인 포트로에 앉아있다. 포트로는 초소형 전기화물차로 1회 충전시 10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송신근 대표이사가 디피코의 주력 제품인 포트로에 앉아있다. 포트로는 초소형 전기화물차로 1회 충전시 10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작년부터 생산이 시작된 포트로는 대형마트, 전문배송업체 등을 중심으로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로 택배물량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또한 당일 배송 프로그램이 증가하면서 포트로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고 있는 중이다.

저렴한 가격또한 장점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전기차 보조금이 많다보니, 실 구매가는 정가의 1/2 수준으로 저렴해졌다.

2019년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해 제2의 창업을 맞이한 23년차 기업 디피코. 송신근 대표에게 미래 비전을 물었다. 그는 “40여년을 기술자로 살아와서 재무회계같은 건 잘모른다하지만 지금까지 회사를 유지하고 경영해올 수 있었던 것은 팀이 만들어낸 결과물인만큼 회사 내에서 상생,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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