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이 20% 넘게 올라 지난 1분기에만 6000만원이 적자다. 거래처에게 6%는 우리가 감내할테니 14%만이라도 올려달라 했더니 적자 근거를 대라며 납품단가 산정내역과 손익계산서를 달라고 한다. 이것저것 준비할 시간도 없고, 무엇보다 까다롭게 굴면 거래마저 끊길까봐 제대로 말도 못한다.” 인천의 어느 전선 피복 제조업체 대표 이모씨의 하소연이다.

이처럼 최근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국제 원자재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정당한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결과, 대기업 등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이 공급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0.3%의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가져가고, 99%인 중소기업은 22%에 불과한 결과를 낳았다.

다행히, 중소기업이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말을 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421일부터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을 대신해 대기업 등과 납품대금 조정을 협의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상생협력법에 근거해 생산원가가 올랐을 때 위탁기업과의 납품대금 인상 협의를 수급기업인 중소기업을 대신해 중기중앙회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제도의 근본적 틀을 바꾸지 않고 시행되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그동안 중기협동조합을 통한 조정협의도 가능했지만, 엄격한 신청요건과 거래단절 우려로 신청사례가 없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기중앙회를 통해 납품대금 조정신청을 하려면 중소기업협동조합을 경유해야 하고, 계약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특정재료비가 10%이상 올라야 하는 등 신청요건이 지나치게 복잡하게 규정돼 있다. 제도 이행력도 약하다. 위탁기업은 협의에 응할 의무만 있을 뿐 납품대금을 실제로 올려줄 의무가 없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활용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와 더불어 대기업에 말 꺼내기 어려운 현실 등으로 인해 어렵게 만든 제도가 사문화되진 않을지 우려된다. 이는 중소기업계가 10년 넘게 납품대금 연동제를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법으로 모든 것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거래관행상 수직적 갑을관계가 고착화돼 있는 만큼, 법과 제도를 공고히 해 민간의 자정능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 상생과 협력에 기반한 파트너십 구축도 중요하다. 정당한 납품대금 조정만 이뤄져도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통한 이익, 근로여건 개선 등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수 있다.

아프리카 속담에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 ·중소기업이 함께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 중기중앙회를 통한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 시행을 계기로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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