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생활반경 대폭 축소
동네상권이 소비활동 주무대
로컬기반한 플랫폼 전성시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로 공략
당근마켓, 커뮤니티 역량 강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정 모씨는 당근마켓애용자다. 5, 2살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그는 아이들이 입던 옷, 가지고 놀던 장난감 등을 당근마켓에서 판매해 쏠쏠하게 부수입을 올렸다. 팔고자하는 물건의 사진을 찍어 정성스럽게 설명도 단다. 판매 등록을 마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싶다는 문의가 들어온다. 정 씨가 사는곳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이다. 동네에서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해 거래까지 순조롭게 마쳤다. 당근마켓으로 대표되는 하이퍼 로컬(hyperlocal, 지역밀착)’시대의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당근마켓은 월 1450만명이 이용하며, 전국 6600여개의 지역에서 거래가 이뤄지도록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 핵심은 이웃 그리고 동네

하이퍼로컬 서비스는 특정 지역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굉장히 생소한 단어라고 느낄 수 있으나, ‘벼룩시장과 같은 지역 맞춤형 구인·구직 서비스도 일종의 하이퍼로컬 서비스다. 지역 중심으로 형성된 맘카페도 하이퍼로컬의 한 형태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창업주는 카카오에 근무할적에 사내 벼룩게시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당근마켓을 기획했다. 이렇게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데이터가 쌓이고 그 안에서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것을 하이퍼로컬서비스라고 부른다.

하이퍼로컬의 핵심 단어는 이웃그리고 동네. 굳이 차를 타지않아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안에서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네이버도 이웃과 로컬을 내세운 이웃서비스를 출시했다. 거주지역 또는 관심지역의 중고거래 현황, 동네소식을 모아서 보여준다. 3월 말에는 이웃톡도 출시했다. 따로 앱(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네이버 카페에 접속해서 지역만 설정하면 해당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이야기, 중고거래, 맛집 등 다양한 지역 소식이 한번에 제공된다.

네이버 이용자 2020년 기준 4000만명을 넘긴 만큼, 네이버 이웃톡도 폭발적인 이용증가가 예상된다. 한편, 세계적인 SNS인 페이스북은 2016년에 SNS 중고 거래 서비스인 마켓 플레이스를 출시하면서 동네를 공략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왜 이웃동네에 집중하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등 비대면 소통이 익숙한 세대와 코로나19로 생활반경이 동네로 좁아진 시대 변화가 결합한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모종린 연세대학교 교수는 지난 3월 발간한 책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에서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게 집까지 배송되고 스마트폰 하나면 온갖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시대라며 코로나로 생활 반경이 좁혀지면서 동네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주락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역설적으로 오프라인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을 키웠다사람들은 여전히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경험과 감성, 커뮤니티를 요구하다보니 로컬에 모이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데이터로도 입증됐다. 코로나19로 활동이 제한되면서 동네에서 대부분의 소비가 이뤄졌다. BC카드 빅데이터 센터에 따르면 거주지 500m 이내 결제는 20201~3월 기준으로 32.9%에 달했다. 이는 2018년 동일기간과 비교(25.6%) 하면 3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 동네 사장님들의 역할 커져

이러한 로컬기반 플랫폼이 증가할 수록 동네가게 사장님인 소상공인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동네에서 더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찾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싱싱하고 좋은 생선을 파는 가게, 아이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할 학원 등 일상을 동네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플랫폼 제공 업체 입장에서는 중간 수수료를 받으려면 많은 동네사장님들을 확보해야한다.

최근 네이버가 기술력을 앞세워 동네사장님들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에게 온라인 상점화 전환을 지원하는 스마트 스토어를 공격적으로 영업중이다.

지난 1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CEO 주주서한에서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해 새롭게 온라인 시장에 도전하는 SME(중소기업)들을 지원하며 이커머스 영역에서 함께 의미있는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성장을 가속화해 5년 후 스마트스토어 100만개를 만들겠다고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는 스마트플레이스라는 네이버의 다른 서비스와도 이어지는데 블로그, 카페 등 타 SNS에 올려진 가게 후기들을 한 군데 모아줌으로써 맘카페를 넘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로컬도 공략하고 네이버의 플랫폼 점유율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네이버 카페의 이웃 기능은 지역 카페를 중·소상공인 비즈니스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다리라고 말한다.

로컬플랫폼 라이벌인 당근마켓도 로컬커뮤니티 역량을 강화한다. 기존에 서비스 중인 내동네게시판이 제공하던 서비스가 부동산, 취업, 근처 매장 할인정보를 넘어 세탁·이사·반려동물 케어서비스까지 확장됐다.

당근마켓도 네이버의 진출이 탐탁치는 않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로컬 경제에 대한 수요가 입증되면서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서비스가 유사한 것은 많지만 담고자 하는 방향과 가치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터줏대감인 당근마켓과 새로운 시장진입자인 네이버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큐레이션 잘해야 소상공인 생존

이제 동네사장님인 중·소상공인의 역할만 남았다. 동네사장님은 당근마켓과 네이버가 제공하는 서비스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주변 2~30분 거리에 있는 동네이웃(거주민)의 성향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성향에 맞춘 아이템을 구비하거나 그들의 성향에 맞춘 광고 방식도 고려해야한다.

2019년에 발간된 책인 아는도시: 로컬 전성 시대에 의하면 일터, 단골 가게가 모두 20분 거리에 있어 동네에서 먹고, 자고, 놀고, 일하는 사람의 전성시대가 올것이라고 예상했다. 2021년 현재 코로나19가 이 변화를 앞당겼다.

이 책의 공동저자 중 한명인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살롱, 코워킹스페이스, 커뮤니티 공간 등 다양한 지역 공간이 생겨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큐레이션을 잘하는 소상공인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이미 가속화된 기술 변화 속에서 로컬 비즈니스는 단순 소매업이 아닌 사람-공간-지역을 연결하는 컨텐츠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큐레이션은 미술관 · 박물관 등에 전시되는 작품을 기획하고 설명해주는 큐레이터(curator)’에서 파생한 신조어로, 인터넷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수집해 공유하고 가치를 부여해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 백화점식 나열보다는 자신 가게만의 고유 특징을 부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긴 시간을 두고 공을 들여야 한다. 안병익 씨온 대표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로컬 비즈니스는 긴 시간을 두고 봐야하는 것이라며 오랫동안 공을 들여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이퍼로컬(Hyperlocal) : 범위가 좁은 특정 지역에 맞춘이란 뜻으로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생활 반경이 좁아져 동네 상권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가 늘면서 주목받고 있는 개념으로 상거래뿐 아니라 동네 기반 온라인 커뮤니티 기능도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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