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해소에 탁효‘식물테라피’각광
플랜테리어 카페·그린월·실내정원 인기
​​​​​​​집콕 잦아지며 반려식물 키우기 일상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서울식물원’의 온실 전경. ‘식물테라피’를 경험할 수 있는 도심 속 힐링 명소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서울식물원’의 온실 전경. ‘식물테라피’를 경험할 수 있는 도심 속 힐링 명소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펜데믹 상황 속에서도 봄은 왔다. 새순 돋고 꽃잎 피는 나무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복잡한 머리가 일순 고요해지고 평온이 찾아온다. 꽃과 나무만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은 왜일까?

푸른 나무숲을 걸을 때 유난히 마음이 편안해지고 머리가 정돈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는 단순히 기분탓이 아니라 실제 과학에 근거하는 현상이다.

식물의 초록색은 정서 안정에 도움을 주는 뇌파인 알파파를 활성화시키는데, 이로 인해 뇌가 알파파 상태가 되면 스트레스와 불안함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식물을 가꾸고 교감하는 과정에서 우울감이 잦아들고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식물을 통해 심리적 위안과 정서적 안정을 얻는 행위를 식물테라피라고 부른다. 최근 코로나 블루(코로나19 확산으로 생긴 우울감)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힐링요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도심 속 오아시스, 식물원과 플랜테리어 카페

SNS를 중심으로 플랜테리어(식물과 인테리어의 합성어로, 식물로 실내를 꾸미는 인테리어 방법) 카페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김포의 글린공원이라는 카페를 방문했다.

도심 속 숲을 표방하는 글린공원은 카페보다 식물원에 가까운 모양새다. 작은 연못과 각종 나무들이 카페를 메우고 있다.

거리두기가 한창임에도 카페 안 빈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겨우 자리를 찾아 앉은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도처에 드리운 녹음을 보고 있자니 카페 안에 울려퍼지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하나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어느덧 잡념은 사라지고 마음이 한결 느긋해졌다. 이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와 미세먼지를 뚫고 굳이 플랜테리어 카페를 찾는 이유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서울식물원은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도심 속 힐링 명소다. 식물원과 공원을 결합한 서울 최초의 보타닉 공원으로 불리는 서울식물원은 개장 2년만에 약 660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갔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여의도 공원 2.2배 규모에 야외 주제정원인 주제원과 온실을 비롯해 호수원과 습지원, 열린숲이 들어서 있다. 공원을 산책하며 여유를 만끽하고 온실 속 푸른 식물을 보며 힐링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식물로 실내를 꾸미는 ‘플랜테리어’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심신을 치유해주는 효과도 지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식물로 실내를 꾸미는 ‘플랜테리어’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심신을 치유해주는 효과도 지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식물테라피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반려식물 키우기

바깥에 나가지 않고도 집에서 키우는 반려식물을 통해 식물테라피를 즐길 수 있다. 반려식물을 직접 키우면서 받는 치유 효과는 보기만 하는 것 이상으로 더욱 대단하다.

해시태그 ‘#먹스타그램’, ‘#여행스타그램등이 주를 이루던 한 지인의 인스타그램 피드가 어느 순간부터 푸른 식물 잎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비교적 키우기 쉽다는 다육이 화분 몇 개를 들여놓더니, 이제는 가히 밀림과도 같은 베란다를 자랑한다. 그 많은 식물을 관리하는게 힘들 법도 한데, 오히려 식물을 돌보며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화분에 물을 주고 잎을 닦는 일에 몰두하다 보면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어느새 잊혀진다고. 이뿐만이 아니다. 가드너들 사이에서 키우기 어렵다고 소문난 식물을 들여와 새 잎을 틔웠을 때의 성취감과 자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도 한다.

실제로 식물을 돌보고 키우는 활동이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 기운과 치유 효과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검증 및 체계화 됐으며, 심리상담 분야에서는 원예치료라는 개념으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지난 317일 서울시는 공공시설의 실내외 유휴공간을 녹색으로 물들여 이른바 생활정원으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사계절 푸른 실내정원을 통해 시민들의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실외정원으로 미세먼지 저감 등의 환경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겠다는 목표까지 전했다.

 

푸르게 진화하는 도시의 건물들

생활정원 조성사업을 통해 단조로운 회색빛의 건물이었던 마포구청사 내부 곳곳에는 녹색 식물로 가득한 그린월(Green-wall)이 들어설 예정이다. 황량했던 중랑구 면목유수지 쉼터는 자연친화적 디자인이 가미된 특색 있는 정원으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마포구와 중랑구를 시작으로 서울시내 생활정원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등도 방문객들에게 휴식과 힐링을 선사하는 조경공간 마련에 힘쓰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에 이어 목동점 7층에 약 800평 규모의 조경 공간인 글라스 하우스(Glass Haus)’를 선보였다.

글라스 하우스는 기존 문화홀이었던 공간에 나무 15그루와 자생식물 30여 종을 심어 꾸민 실내정원이다. 나무와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기존 문화홀의 벽을 전면 유리창으로 바꿔 채광을 확보했다. 또 글라스 하우스 천장을 LED 등으로 꾸며 온실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스타필드 코엑스몰은 봄날의 시행사를 위해 별마당 도서관을 생화로 꾸미는가 하면, 롯데백화점의 경우 최근 노원점을 리모델링하며 1층에 생화를 활용한 조경과 다양한 식물을 전시한 정원식 카페 ‘oops a daisy(데이지 포레스트)’를 만들었다. 이제 식물로 꾸민 힐링공간 조성은 공공시설 및 상업시설, 사업장 등을 가리지 않고 중요한 요소가 됐다. 마음의 병 하나쯤 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약 대신 식물을 처방해준다는 식물편집숍 슬로우 파마씨(Slow Pharmacy)’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식물을 처방해주는 식물 약국이라니()적이라고 생각했다. 혼란스러운 시국을 겪고 보니 정말 식물은 가장 간단하고도 효과적인 처방이 될 수 있음을 몸소 깨달았다.

올 식목일에는 꼭 화분 하나를 살 작정이다. 몇년 후, 잘 자란 나무를 보며 힘든 시간을 잘 헤쳐나간 올해를 떠올리고, 다시금 힘내길 소망해보며 말이다.

- 신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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