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성장 기반 다지는 무신사]
회원과 ‘끈끈한 정’이 최대 무기
고품격 정보채널도 인기에 한몫

코로나 속 지난해 거래 1조 돌파
기업가치 인정, 최근 1300억 유치

명품·스파·아웃도어 등 영역 확장
IT활용해 언택트쇼핑 한계 극복

온라인 상거래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업력 9년의 쿠팡은 미국 시장에 상장해 100조원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통의 신세계와 롯데를 합친 것보다 몇 배는 더 되는 기업가치다.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쿠팡이 상품 전 분야에 걸쳐 온라인 상거래를 펼치는 종합몰이라면,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발하는 온라인 커머스 업체도 있다. 식품에선 마켓컬리가 두각을 발하고 있고, 인테리어 부문에선 오늘의집이, 패션 분야에선 무신사가 빛을 내고 있다.

무신사, 마켓컬리, 오늘의집. 3개 업체는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의식주분야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적인 의식주 분야가 정보통신기술(ICT)와 만나 스파크를 일으키며 기업가치 1조원을 넘나드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전통적인 소비 영역을 대체하며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모바일과 스마트폰에 익숙한 MZ세대를 핵심 소비자층으로 확보하며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3년새 기업가치 5000억 수직상승

온라인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는 최근 1300억원 투자금을 유치하며 또한번 성장가능성을 증명했다. 무신사는 미국 벤처캐피털(VC)인 세쿼이아캐피털과 국내 투자회사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1300억원을 투자받았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투자로 무신사는 25000억원대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무신사는 지난 2019년에도 세쿼이아캐피털에서 투자를 받으며 당시 2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3년 사이에 5000억원의 기업가치가 올라간 셈이다.

무신사의 성장은 코로나19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국내외 패션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해 불황에 빠진 가운데서도 무신사는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무신사의 지난해 거래액은 1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거래액은 2013100억원을 돌파한 이후 급격히 성장하고 있으며 2019년 거래액은 8000억원이었다. 2019년 매출은 2103억원, 영업이익은 440억원이다.

무신사의 돌풍은 다양한 수치로 확인된다. 회원수는 2월 기준 800만명에 이르고, 입점 브랜드는 5700개가 넘는다. 이 중에는 MCM, 폴로 랄프 로렌, 베네통 같은 해외 브랜드 뿐 아니라 삼성물산, 신세계인터내셔널 같은 국내 패션 브랜드도 다수 포함돼 있다.

매달 평균 1000만명 이상 회원들이 무신사를 방문하고 있다. 거래액 기준 국내 1위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라는 영예를 차지하고 있다. 고객 연령층은 10대를 포함해 20,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80% 이상으로 매우 높아 향후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 무신사는 어떻게 독보적인 존재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무신사의 태생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신사는 2001년 작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했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는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열었다. 당시 조만호 대표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무신사 커뮤니티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해외 스트리트 브랜드 사진들을 모아서 나누는 놀이터였다.

무신사는 2005무신사 매거진이라는 이름의 패션전문 웹진을 발행하기 시작했고, 2009년부터 무신사 스토어를 열어 본격적인 온라인 상거래에 들어갔다. 여기에 무신사의 차별점이 있다.

무신사는 커뮤니티와 콘텐츠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커뮤니티로 시작한 무신사는 회원들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한다. 함께 웃고 즐기며 땀 흘리는 가운데 쌓이는 우정 같은 것이랄까. 패션과는 무관한 온라인 게임대회 등을 개최하며 무신사는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고객 충성도가 아닌 회원 충성도가 높은 커뮤니티의 특성을 무신사는 든든한 기반으로 두고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무신사의 또 다른 특징은 퀄리티가 높은 콘텐츠에 있다. 무신사 홈페이지에는 랭킹, 스트릿 스냅, 패션 리포트, TV, 룩북 등 패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 채널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쇼핑몰이라기보다는 매거진에 가깝다.

무신사는 2019년 기준 월평균 7700여건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무신사 매거진과 오프라인 매거진에 발행하고 있다. 패션 에디터, 디자이너, PD, 포토그래퍼 등 패션 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스타일리쉬한 콘텐츠를 보여주고 있다. 무신사는 단순한 온라인 스토어가 아닌 패션 콘텐츠 전문가 집단이자 정보 채널이다.

 

습관적 접속회원도 절반 육박

이렇다 보니 방문자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무신사를 방문하는 회원 중에 트렌드를 살피기 위해 오는 이용자가 전체 65%에 이르고, 특별한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접속하는 회원도 48%에 이른다. 2019년 오픈서베이 조사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콘텐츠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 무신사는 이들이 저항 없이 구매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커머셜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커뮤니티 회원과 콘텐츠 독자들이 구매자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스트릿 스냅에서 길거리 패션을 선보이는 동시에 사진 하단에는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페이지를 연결시켜 놓았다. 랭킹 서비스에서 핫한 아이템 순위를 보여주면서 상품 페이지로 다리를 연결해 놓았다.

인위적이거나 강매 느낌이 없다. 정보와 함께 구매 수단을 내놓지 않는다면 이용객들이 오히려 불만을 토로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커뮤니티나 콘텐츠 모두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열정과 진심, 투자가 오랜기간 차곡차곡 쌓지 않고선 만들 수 없는 내공이다.

무신사가 제공하는 IT 기술도 또다른 힘의 바탕이다. 무신사는 고객이 원하는 패션 아이템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기반 이미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패션 아이템이나 스타일링 이미지를 검색창에 올리면, 무신사는 그와 비슷한 상품을 찾아 보여준다.

마음에 드는 상품과 비슷한 디자인이나 패턴의 상품을 추천하는 스마트 서치 기능도 있다. 또 패션 상품을 직접 입어보지 않고도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16핏 가이드’, 패션 코디를 360도 각도로 볼 수 있는 ‘360도 코디숍을 서비스하고 있다.

언택트 쇼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신사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 지원하고 있다. 직원 500여 명 중 개발자가 100여 명에 이른다. 무신사는 커뮤니티이자 콘텐츠 생산자이고 또 IT 기업이다.

무신사가 국내 최대이자 최적의 온라인 편집샵으로 알려지며 주요 브랜드들의 입성이 이어지고 있다. 스트릿 패션에서 시작해 명품, 스파 SPA, 아웃도어, 골프웨어 등으로 분야를 확장하고 있고, 고객 연령층도 두텁게 넓혀가고 있다.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의 경우 지난해 연 매출이 2019년 대비 70% 이상 증가했고, 2년 전인 2018년에 비해서는 162% 성장했을 정도다.

무신사는 새로 들어오는 자금으로 또한번 도약을 마련할 수 있을까. 무신사는 투자자금으로 신사업을 확장하고 물류 시스템을 확충하는 데 쓸 계획이다. 기존의 주력사업이던 남성복 외에 여성복 플랫폼인 우신사를 키우고, 한정판 상품을 판매하는 래플(무작위 추첨) 제품군도 늘린다. 현재 회원 성비는 남성 55% 여성 45%로 비슷하다.

무신사는 새로운 브랜드를 육성하고 입점 브랜드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도 강화한다. 무신사는 슬로코스터같은 신진 캐주얼과 골프웨어 브랜드 소셜그린클럽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국내 제품을 유럽과 일본에 판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흑사병이 지나고 중세 유럽에선 르네상스 시대가 활짝 피었다. 코로나19 사태 뒤엔 어떤 시대가 열릴까. 무신사를 보며 새로운 시대 창조의 상상을 펼쳐본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