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국회 소관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기술자료 제공시 비밀유지협약을 체결토록 하고, 기술탈취를 하지 않았다는 입증책임을 가해기업에게 분담시키는 한편, 관련 소송 시 법원의 자료제출 명령 및 기술탈취로 인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기업은 246, 피해금액은 541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피해기업이 폐업까지 이를 수 있는 심각한 불공정거래행위인 기술탈취 방지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사실 기술탈취 행위 근절을 위한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논의가 됐지만 과잉규제라는 반대의견에 막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었다. 대기업은 지금도 여전히 기술력 검증, 단가 분석 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 거래 중소기업에게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하고 있고, 관련 중소기업은 거래 단절에 대한 우려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거래관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기술을 제공받은 대기업은 직접 제품을 생산하거나, 다른 기업에게 자료를 제공해 거래선을 변경하는 등 기술유용행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법 개정에 가장 이견이 많은 부분은 이해당사자인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입증책임의 분담 부분이다. 기술탈취를 당한 중소기업 중 66.6%가 입증의 어려움으로 법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출사실은 분명하나 중소기업이 이를 자료로써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자료를 통해 중소기업이 기술탈취 피해내용을 신고하면 피신고기업인 대기업이 기술탈취가 없었다는 것을 증빙하게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기술탈취가 있었음을 인정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는 양측의 주장이 다를 경우 서로의 주장에 대한 입증사실을 밝힘으로써 어느 한쪽에 치우치거나 부담을 주려는 목적은 아니다.

물론 이번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소송과 분쟁이 급증하게 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도 있다. 하지만 실제 피해가 미미하거나 기술탈취 피해가 없는 중소기업이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소송과 분쟁을 제기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기술탈취로 인해 폐업의 위기에까지 내몰린 중소기업만 생존을 위해 소송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소송시 중소기업들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이 바로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자료제출 명령과 입증책임 분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원칙과 보호장치가 지나친 규제라고 할 수는 없다. 기술탈취 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도 규제가 아니라 불공정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불공정거래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특히 기술탈취는 어렵게 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나아가 생존의 위기까지 몰고 가는 가장 악질적이고 위험한 불공정행위이다. 중소기업계가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상생협력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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