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고강도 체질 개선 나선 LG전자
스마트폰 5~6년간 5조원 손실
26일 주총서 결론 날 듯… 철수 유력

‘애플카’와의 파트너십 귀추 주목
글로벌 車부품사와 합작도 추진

올해 안 전장사업 흑자전환 전망
권봉석 대표, ‘새로운 10년’도전장

LG전자의 거대 변화가 시작된다. 오는 3월말까지 스마트폰사업을 맡고 있는 MC부문의 방향성을 확정하려고 한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MC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의 약자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국내 만년 3등이다. 세계시장에선 변변한 시장 형성도 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각축전 속에서 LG전자는 10년 넘게 추격하는 신세였다. MC부문의 적자가 커지자, 다른 흑자 사업이 메꾸는 형태가 이어져 왔다. 그래도 스마트폰이라는 사업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세계적인 IT전자 기업이 스마트폰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건 언뜻 납득하기 어려운 정체성이다.

하지만 LG전자는 달리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만년 3등인 스마트폰 부문을 떼어내는 건 고강도의 사업재편이다. 잘만 이뤄지면 LG전자의 기업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 매년 안타까운 MC부문 실적표를 받아보지 않아도 된다. 그간 LG전자가 스마트폰 때문에 손실을 본 액수는 천문학적인 숫자다. 최근 5~6년간 5조원의 적자를 봤다는 말도 나온다. 매년 8000억원대의 적자였단 소리다.

IT전자기업이라는 본연의 정체성에 있어 스마트폰 사업 포기가 살짝 마음 쓰이긴 해도, 결국 기업의 이윤 추구 목적에서 보면 효율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사업재편의 일정은 어떻게 추진될까? 3월은 주주총회 시즌이다. LG전자는 아마도 오는 24일 열리는 주총에서 해당 사업재편 안건을 올릴 것이다. 이어 26일 지주회사인 LG 주총에서 최종 결론이 나올 것이다. MC부문에 배치됐던 직원들은 LG유플러스 등 계열사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사업재편의 형태는 알려져 있지 않다. MC부문 사업재편을 놓고 축소를 할 수도 있다. 아예 철수를 하거나, 매각을 할 수 있다.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주총 전까지 구체적인 재편의 내용은 알 수 없다.

 

LG전자, 전장부품 시장서 이름값

시장에선 LG전자가 사업 철수를 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한다. 이미 지난 1월 권봉석 LG전자 대표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철수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이메일의 주된 내용은 모든 가능성을 열고 사업 방향을 잡자는 거였다. 가장 중요한 기존 인력에 대한 고용유지는 문제없이 승계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LG전자 내부적으로 사업재편의 조짐은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고용유지 승계에 대한 CEO의 확답 메시지는 LG전자가 올해 상반기에 어떻게 하든 구조조정과 같은 노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고, 이밖에 다른 이슈로 인한 논란 없이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LG전자의 MC사업은 과거 핸드폰 사업부터 현재까지 20년이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그렇다면 MC사업처럼 뜨겁게 집중 투자해야 할 다음 타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LG전자는 전기차 시장의 전장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점찍어 뒀다. LG전자의 핵심 사업은 3가지 기둥으로 이뤄진다. 생활가전과 TV 그리고 모바일이었다. 모바일 사업이 철수한 빈 자리에 요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주목받는 전자장비 즉 전장사업에 올인한다는 움직임이다. 전장사업은 자동차용 부품을 비롯해 모터나 인포테인먼트를 만드는 일이다. 현재 LG전자의 전장사업 규모는 크지 않다. 그리고 수익성도 썩 좋지 않다. 적자가 나고 있다. 그런데 왜 LG전자는 모바일에 이은 핵심 사업으로 이 전장사업을 키우려고 하는 걸까?

LG전자 내부보다 외부의 시선이 더 긍정적이다. 시장에선 LG전자가 전기차 시장에 있어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이 될 거란 평가도 나온다. 파운드리란 반도체 시장에서 제조만 전담하는 생산전문 기업을 말한다. LG전자가 바로 전기차 시장에서 이러한 역할을 하기 최적화됐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애플카 때문이다. 그러니까 애플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전기차 프로젝트에 LG전자가 협업하기 가장 좋은 컨디션이란 이야기다. 애플은 전기차 브랜드를 준비하지만, 애플 아이폰과 같이 제조는 다른 기업에 전량 맡기는 게 시스템화됐다. 전기차 시장에서 애플카의 주요 부품을 LG전자가 공급할 공산이 크다는 게 그 이유다.

과연 그럴말한 근거가 있는 분석인지 살펴보자. 먼저 애플은 협력사 선정에 있어 까다롭기로 소문난 회사다. 애플카와 같이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신기술에 있어서는 말을 덧붙일 필요도 없다. 이런 와중에 LG전자는 애플 입장에선 매력적인 구석이 많다.

현재 권봉석 대표는 전장사업 덩치를 키우기 위해 글로벌 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캐나다의 자동차 부품기업인 마그나와 전기차 부품 관련 합작법인도 설립 추진 중이다. 마그나는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존재감이 큰 기업 중 한 곳이다. BMW, 벤츠 같은 완성차 업체의 위탁생산도 맡고 있다. 마그나와의 연대는 LG전자의 신뢰도를 높여주는 하나의 근거다.

또 다른 근거로는 전장부품 사업 자체가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LG전자는 이러한 시장에서 그동안 현대자동차, GM, BMW와 같은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이미 전장부품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근거는 애플이 LG전자와 손을 잡으면 LG전자 이외에 LG그룹과 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LG화학에선 자동차 배터리가 생산된다. LG디스플레이는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를 만든다. LG이노텍은 자동차용 카메라도 만든다. 애플 입장에선 이 모든 필수 자원을 LG전자를 통해 단박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장사업 매출, MC부문 추월

애플카는 2024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애플은 현재 여러 글로벌 기업들과 물밑 협상 중이다. 현대차와도 긴밀히 논의했다는 이야기로 떠들썩했다가 금방 식었다. 애플이 요구하는 수준이 제조생산만 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자신의 전기차가 아닌 애플의 하청 제조기업이 될 수 없다.

아직 애플카가 나오기까지 3년이나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공식적인 협력 뉴스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워낙 전기자동차 시장에서의 플레이어들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애플과 가장 사업적 접근성이 높은 LG전자가 어떠한 형태로든 사업을 같이 할 공산이 크다는 게 시장의 추론이다.

LG전자 입장에선 지난 10년 동안 모바일 사업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뼈아픈 시간을 미래차로 쇄신하고 싶을 것이다. 권봉석 LG전자 대표는 원래 잘 하고 있는 생활가전이나 TV사업에 더 집중해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적자지만 잘 키워서 스마트폰처럼 대박칠 아이템으로 전장사업에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생활가전의 매출은 22, TV13조 정도 나온다고 한다. 전장사업은 매출이 6조 정도다. 생활가전과 TV 시장은 성숙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전장사업 시장은 이제 상승진입 단계 직전이다. 사실 전장사업은 LG그룹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이후 계열사마다 잘 안 되는 사업을 정리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로 전장사업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전장사업은 LG그룹의 미래사업이고, 그 선봉에 LG전자가 서 있는 것이다.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뉴스지만, LG그룹은 2018년에 사상 최대 인수합병을 했었다. LG전자와 LG가 힘을 합쳐 오스트리아의 전장기업 ZKW14000억원에 사들였다. 3년전부터 전장사업으로 힘을 모으고 있었다는 증거다.

문제는 3년전부터 시동을 건 사업의 실적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IT전자 업계에서 투자기간 3년은 상당히 긴 시간이다. 이건 전장사업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자동차의 미래기술은 항상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다. 그만큼 기술의 진입장벽도 높고, 안전성을 위한 수많은 테스트가 필요한 사업이다.

결과적으로 CEO의 강력한 의지와 물리적 자금과 긴 시간이 투입돼야 비로소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오르는 분야가 전장사업이다. 올해부터 전장사업도 실적개선의 기미가 보인다. 내부에선 당장 올해 안에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봉석 대표도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2021년 전장사업을 턴어라운드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권 대표는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LG전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632620억원, 영업이익은 31950억원이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눈여겨 볼 점은 전장사업의 성장세다. LG전자 전장사업 매출은 58000억원이었다. 반면에 모바일 사업은 지난해 매출 52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장 매출이 모바일을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2021LG전자는 창사 이래 가장 중요한 변곡점에 올라서 있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뚫고 기업의 사업체질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인 협력도 다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전장사업을 정상궤도로 올려놔야 한다. 권봉석 대표에겐 올해가 LG전자의 10년 명운이 달린 아주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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