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복귀한 김승연 한화 회장]
취업제한 풀리며 공식활동 가시화
한화·솔루션·건설 ‘핵심3사’지휘
신성장동력 발굴 등 측면지원 유력
정·재계 인적 네트워크 활용도 관심
지분정리·후계구도에도 변화 예상
장남 김동관 사장, 기업승계 확실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돌아왔다. 김승연 회장은 3한화를 비롯한 3개 계열사에서 미등기 임원을 맡으며 경영 일선에 나선다. 김승연 회장은 1952년 생 출신으로 올해 69세다.

7년 만의 경영 복귀다. 김승연 회장은 201427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당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으로 징역 3,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집행유예는 20192월 종료됐다. 하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이유로 이후 2년 간 취업이 금지됐다. 그리고 올해 219일 이 제한이 풀리며 공식 활동이 가능해졌다.

취업제한 기간 중 김승연 회장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그룹 회장직을 유지했고, 2015년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할 때도 사업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법적인 제약이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번에 그 제한이 사라짐에 따라 보다 가시적인 경영 활동과 그 결과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등기임원 안 맡고 이사회 중심 운영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3월중 주요 계열사에 미등기 임원을 맡으며 한화그룹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2월말 밝혔다. 김승연 회장이 적을 두는 곳은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건설 등이다. 3개사 모두 그룹의 핵심 기업이다. 한화는 모기업이자 항공·방산 대표기업이며, 한화솔루션은 화학·에너지 분야, 한화건설은 건설 및 서비스의 대표 기업이다.

이번 복귀를 통해 김승연 회장은 한화그룹의 전략적 편대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이들 3개 기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중을 보여준 만큼, 그룹의 핵심 역량이 이 분야에 집중될 것이 점쳐진다. 다만 김승연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지 않은 것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한화 그룹은 이미 오랫동안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회사별 사업 특성에 맞게 자율경영, 책임경영 시스템을 지속 발전시킨다는 방침에 따라 김승연 회장이 등기 임원을 맡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이사를 맡지 않은 것은 한화그룹의 장기적인 경영승계 계획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동안 세 아들이 주요 핵심 포스트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장남인 김동관 사장은 한화솔루션의 대표이사를 맡고 그룹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태양광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차남 김동원 전무는 한화생명에서 디지털 금융 플랫폼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삼남 김동선 씨는 한화에너지 상무보로 일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굳이 대표이사에 오를 필요가 없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다른 대기업에서도 총수가 등기임원을 맡지 않고 그룹을 운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이 미등기임원으로 그룹을 총괄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직접 운전대를 잡는 대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글로벌 사안을 챙기는 등 그룹 전반에 영향을 주는 사안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승연 회장은 항공우주를 비롯해 미래 모빌리티, 그린수소 에너지, 디지털 금융 솔루션 등에서 세계 시장을 선점해주길 바란다며 그룹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후 계열사는 바로 관련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등 빠른 행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인공위성 분야 선두주자인 쎄트렉아이를 사들였고, 한화에너지는 프랑스 토탈과 미국에 재생에너지 합작사를 세운다고 발표했다.

한화시스템은 SK텔레콤, 한국공항공사, 한국교통연구원과 도심항공모빌리티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신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오는 2025년까지 태양광과 수소 에너지에 28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대대적인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김승연 회장이 가진 인적 네트워크도 주목된다. 김승연 회장은 과거 빌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를 받는 등 미국 정계 재계에 인맥이 넓다. 2001년 설립된 한미교류협의회에서 김승연 회장이 회장을 맡기도 했고, 헤리티지재단과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대통령·헤리티지재단과 인연

헤리티지재단은 미국 내 대표적인 싱크탱크 중 하나다. 마침 새로 출범한 바이든 미국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이 주력하고 있는 태양광과 수소 사업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승연 회장의 복귀와 함께 승계 작업도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화그룹의 정점에는 한화가 있다. 한화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생명보험, 한화호텔앤리조트, 한화건설 등 주력 계열사를 거느리며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의 지분 22.65%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에 비해 자녀들의 지분은 크지 않다. 장남 김동관 사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은 4.44%이며, 동생들은 각 1.67% 지분을 갖고 있다.

대신 이들은 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에이치솔루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동관 사장이 50%, 김동원 전무 25%, 김동선 상무보 25%를 갖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자회사인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종합화학을 지배하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 지분 100% 외에도 한화의 지분을 5.17% 갖고 있다.

현재 후계 구도에서 가장 앞선 것은 장남 김동관 사장이다. 김동관 사장은 지난해 9월 한화솔루션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를 맡았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을 합병해 만든 회사다. 태양광과 수소 등 신재생 그린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는 화학·에너지 부문의 핵심 기업이다.

한화솔루션은 조만간 유통 계열사인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도시개발을 흡수할 예정이어서 외형과 비중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동관 사장은 이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등기임원도 곧 맡게 된다.

재계는 김승연 회장 복귀와 함께 지분 정리와 후계구도 등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김승연 회장이 건재한 만큼, 승계 작업은 완만하게 이루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총수 41, 재계 최장수 회장

김승연 회장은 재계 최장수 회장이다. 올해까지 41년째를 맞았다. 김승연 회장은 부친인 고 김종희 창업주가 1981년 타계하며 29세 젊은 나이에 한화그룹 총수에 올랐다.

김승연 회장은 인수합병에 뛰어난 감각을 보이며 그룹의 변모를 이끌었다. 취임 1년 만에 한양화학(한화케미칼)과 한국다우케미칼을 인수해 석유화학사업에 진출했고, 1983년엔 경인에너지 지분을 넘겨받아 한화에너지로 키웠다. 1985년엔 한화호텔&리조트의 전신인 정아그룹을 인수했고, 이듬해 사들인 한양유통은 오늘의 한화갤러리아가 됐다.

2002년엔 대한생명보험(한화생명)을 인수해 금융 사업의 축을 세웠고, 2010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의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하며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5년 이후에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 두산 DST 등 방산과 화학 계열사를 인수하며 관련 사업을 키웠다.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시대다.” 이는 김승연 회장이 2005년 창립 기념사에서 밝힌 말이다. 김승연 회장이 가진 경영철학의 일면을 보여준다.

김승연 회장이 재임하는 동안 그룹 매출은16000억원에서 57246억원(2019년 기준)으로 껑충 뛰었다. 재계순위는 7(공정거래위원회 2020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현황 기준). 단순히 M&A로 덩치만 키운 것은 아니다. 한화생명의 흑자전환이 주요 성공사례다. 대규모 적자를 내던 대한생명보험을 인수, 특유의 뚝심 경영으로 마침내 6년 뒤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승부사로 통하는 김승연 회장. 그의 복귀가 또한번의 성공스토리를 써내려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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