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포장재를 제조·수입·판매하는 자는 제품 출시 전, 포장재질과 방법에 대해 환경부가 정한 공인검사기관에서 사전검사를 받아 그 결과를 제품 겉면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사전검사를 받지 않거나 그 결과를 거짓으로 표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하는 것이다. 정부도 법 개정에 찬성하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이에 대해 40년 넘게 어린이 교육용 완구를 제조해온 한 원로 중소기업인은 제품 출시 전에 포장재의 과대포장 여부를 검사해 그 결과를 겉면에 표시토록 의무화하면, 제품 출시가 지연된다. 게다가 완구는 제품특성상 생산품목이 수백개에 달하는데 일일이 검사받게 할 경우 수천만원의 시험비용이 소요돼 기업경영에 부담이 너무 클 것이라고 하소연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배달서비스가 늘어나면서 택배상자,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하루 평균 종이류는 687t에서 889t으로 29.3%가 증가했고, 플라스틱류는 734t에서 848t으로 15.6%가 증가했다. 그만큼 국내 폐기물도 늘었다. 이에 정부는 일회용품의 과다한 사용과 과대포장을 폐기물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포장재 사용이 많은 음식료품, 화장품, 세제, 잡화, 의약외품, 의류, 전자제품 등 7개 업종별로 포장부피를 규정한 포장공간 비율과 포장횟수 기준을 마련해 지키도록 의무화해 기업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의원의 포장재 사전검사와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은 현장 중소기업인들의 우려를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

김치는 발효하면서 부피가 커지는데 사전검사 시 측정된 부피와 발효 후에 측정한 부피가 달라 제품정보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전자업계는 현재도 분리배출 표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추가로 포장방법과 재질에 대한 표시까지 도입되면 불필요한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도 낭비되는 포장폐기물을 억제하고, 버려지는 폐기물을 순환자원으로 재탄생시켜 활용하자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기업의 포장재 사전검사제 도입을 의무화할 경우, 포장폐기물을 줄이려다가 기업 경영과 소비자 부담만 지나치게 가중 시킬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포장재 사전검사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 대안으로 사후검사나 관리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포장재질과 방법을 제품 겉면에 표시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처벌보다는 기업이 자구책을 마련해 폐기물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R&D, 시설투자 등의 지원책을 마련해 자발적으로 따르도록 유인책을 주는 것이 더 적절하다. 과대포장을 줄여 폐기물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대국민 인식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근로자는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고용충격이 심화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비롯해 화평법과 화관법, 획일적인 주52시간제 시행 등 기업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법안 제·개정은 공청회 등 국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철저한 준비와 단계적인 입법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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