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눔 칼럼] 진진아 (신구대학교 미디어디자인과 교수)
사람과 환경의 공존 중심 역할
브라질 빈민촌, 벽화로 재탄생
하루 10만명 넘는 관광객 발길
디자인 공유 플랫폼 구축 시급

진진아 (신구대학교 미디어디자인과 교수)
진진아 (신구대학교 미디어디자인과 교수)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가만히 곱씹어보면 흔히 창의적인 무언가(what)를 생산해내는 일, 소비자의 니즈를 어떻게(How)든 자극해 구매를 결정하게 만드는 혁신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소위 잘 팔리는 디자인을 많이 배출해야지만 인정받는 스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본 디자인은 소비자로 하여금 단순히 예뻐보인다는 생각에서 그치게 하지 않고, 실제 기능적으로 필요하지 않음에도 마치 이 디자인이 나의 가치를 상승시켜 줄 것만 같다는 생각으로 제품구매까지 이어지게 한다. 확실히 디자인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소비자에게 잘 팔리는 디자인이 진정 좋은 디자인일까? 디자인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보자.

글로벌 선도 디자인 기업인 IDEOCEO 팀 브라운은 디자인의 심장은 타인과의 공감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에 대한 이해 없이는 어떠한 디자인도 의미 없는 작업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또한,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는 우리가 흔히 배워왔던 대중적인 디자인 교육 대신 생각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교육한다. 정리해보면 타인과의 공감을 통해 디자인씽킹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것이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진행 중인 지금, 디자인의 의미를 넘어 사회적 역할과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굿디자인을 통한 제품과 서비스로 기업의 수익창출에 많은 기여를 했다면, 팬데믹 이후의 디자인은, 사람과 환경이 공존하도록 그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인간 내면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문제까지 탐색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DSR), 현 시점에서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DSR은 기업 및 교육기관, 각종 단체뿐 아니라 개인에게까지 참여활동이 확산되는 추세이며, 협업을 통해 추진되기도 한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협업해 조립식 난민보호소 ‘Better Shelter’를 제작한 IKEA가구 DIY브랜드라는 핵심 경쟁력을 연결고리 삼아 사회공헌활동을 실행한 기업으로, 기업브랜드의 긍정적 이미지 제고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또한, 요즘 대학에서도 지역과 밀접 연관돼 있는 영세기업, 마을기업, 기타 사회복지시설과 여러 아젠다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책으로 산학협동프로젝트를 통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창의적 접근방식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은 대학의 새로운 교육영역 확대를 통한 긍정적 이미지 제고에서 나아가 학생의 취업까지 연계된다는 점에서, 개인과 단체의 동반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사회공헌활동은 시장-지역-국가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글로벌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벽화 그림을 통해 낙후돼 죽어가는 브라질의 빈민촌을 생명력 있고 성공적인 도시로 탈바꿈시킨 파벨라 페인팅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내국인이 아닌 네덜란드의 두 청년이다.

파벨라로 여행을 떠났던 두 청년은 범죄의 도시에 다녀간 이후(아젠다 발굴) 그들이 도울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했고(디자인씽킹), 그림이라는 재능을 통해 빈민촌을 무지개마을로 재탄생시켰다(문제해결). 두 청년의 도전은 작은 날갯짓에 불과했지만 그 효과는 실로 놀라웠다.

죽어가던 도시가 하루 1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을 뿐 아니라 범죄율이 25%나 감소한 것이다. 감히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결과론적인 관점에서만 살펴보면, 모든 사회공헌활동이 이처럼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치에 의한 결과론적 접근 대신 인간의 정서적·심리적 측면으로 접근해보면 그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다음의 실험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연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5 또는 $20이 들어있는 봉투를 무작위로 나눠주며 한 그룹은 스스로를 위해 쓰게 하고, 나머지 한 그룹은 타인을 위해 선물이나 기부를 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이후 이들이 느낀 행복감을 조사한 결과, 스스로를 위해 돈을 쓴 그룹보다 타인을 위해 돈을 쓴 그룹의 행복감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는 돈이라는 독립변수를 시간으로 바꿔 다시 연구했을 때도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 , 돈과 시간, 그 외 내가 가진 자원을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행위자체(경험)가 행복감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사회공헌활동을 할 수 있는 경로는 우리 주변 곳곳에 열려있다. 공익가치 창출을 위한 기업 및 전문기관의 사회적 역할과 실천, 대학에서의 사회적 디자인에 관한 교육도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특히 개인의 디자인 재능기부를 통한 나눔프로젝트야 말로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 같은 필자의 바람처럼 활발한 재능 기부가 이뤄질 수 있는 재능공유 플랫폼이 마련되고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보다 효율적이고 능동적인 디자인 나눔 활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감히 생각한다. 끝으로 디자인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모두의 효용가치를 높이는 일은 곧 나와 타인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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