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지급·인사평가 등 다방면서 공개적 반발
워라밸·개인이익 우선시하고 수평적 문화 중시
포스코, 직원·CEO 간 소통창구 ‘영보드’ 전면개편
中企도 변화, ‘초칼퇴 이벤트’등 이색복지 급물살

 

 

“제가 아직 신입사원이나 다름없는 구성원으로 보이실 수 있지만, 입사할 때 SK하이닉스가 저에게 보여준 믿음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해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적습니다.”

지난 1월 29일 SK하이닉스 입사 4년차 직원이 이석희 사장을 포함한 전 구성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보낸 이메일의 도입부다. 이 이메일의 발단은 SK하이닉스가 1월 28일 사내 공지한 ‘2020년도 PS(Profit Sharing,초과이익분배금) 지급안내’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성과급에 대해 기본급의 400%, 즉 연봉의 20%를 주겠다고 공지했는데, 이를 두고 “영업이익이 2배로 늘었는데 왜 지난해와 성과급 규모가 같은지 이해가 안 간다”는 직원들의 반발이 있었다.

메일의 작성자는 “PS 지급안내관련 전사공지가 올라온 이후, 전 구성원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며 “누군가는 이런 상황이 매년 발생하고, 잠깐 지나면 잠잠해질 하나의 바람처럼 생각하실수도 있지만 명확한 답을 구하지도 못하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이 상황이 저는 답답합니다” 라고 했다. 이어 “이 자리를 기회로, 모두에게 체계적이고 확실한 답변 및 기준이 정립된다면, 앞으로 구성원이 가지는 불만이나 이해불충분 상황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성자는 자체 성과급 지급 기준인 EVA(경제적 부가가치)에 대한 산출방식 공개, 실적에 따른 최대 성과급 및 특별기여금 비율 공개를 비롯해, SK그룹 특정 임원이 발언한 “PS더 주지 말아라”에 대한 입장 표명, 다른 계열사의 이익공유제 부담금 을 SK하이닉스가 충당하고 있는 지, 동종업계 경쟁사에 비해 성과급이 적은 이유에 대한 해명 등 회사 내 주요 이슈 12가지 항목에 대해 공개질의 했다. SK하이닉스 전직원 2만8000여명에게 전달된 이 이메일은 바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사내게시판과 ‘블라인드’ 등 직장인 익명 SNS를 통해 빠르게 외부로 퍼져나갔다.

SK그룹 경영진도 빠른 진화에 나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메일이 발송된 3일 뒤인 2월 1일에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그 다음날인 2일에는 이석희 사장이 “PS 논란에 가슴이 아프다”라며 글을 올렸다. 이어 박정호 하이닉스 부회장은 노조와 성과급 논의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SK하이닉스는 노사합의로 △PS 산정지표 개선 △우리사주 발행 △복지 혜택 확대 등이 담긴 합의안을 도출했다. 논란의 촉발점이 된 PS 산정의 기준 지표를 기존 EVA에서 영업이익과 연동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2월 4일 이석희 사장은 다시 “지금껏 여러분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CEO로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한다”라는 글을 다시 올리면서 사태는 진정됐다.

비단 이런 일은 SK하이닉스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네이버, LG, 카카오 등 여러 대기업에서 직원들의 공개적인 불만 표출이 이어졌다. 성과급 지급, 인사평가 등 사안도 다양했다.

 

공정한 보상·소통이 주요 경영과제

전문가들은 투명성과 공정성, 실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가 늘어난 만큼 ‘공정한 보상 체계’와 ‘소통’이 중요한 경영과제가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1980년대생인 밀레니얼 세대(M)와 1990년대생인 Z세대를 통칭하는 MZ세대는 어릴적부터 치열한 경쟁속에서 자라왔다. 공정성과 실리, 그리고 워라밸(일과 삶의 밸런스)를 중요시 여기며 회사를 ‘평생 직장’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실리나 원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면 참지 않고 명확하게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사내게시판, SNS, 커뮤니티 등 다양한 채널에서 의견 표출이 가능해지면서, 회사 밖으로도 순식간에 알려진다.

구인 구직 플랫폼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62.1%는 회사에 ‘워라밸 중시 및 보장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개인의 개성 존중받기 원함’(36.4%),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24.4%), ‘공평한 기회 중시’(21.1%), ‘명확한 업무 디렉션과 결과에 대한 피드백’(19.6%), ‘개인성장을 위한 교육지원 적극 요구’(12.1%) 등이 MZ세대가 회사에 요구하는 사항이라고 소개했다.

기업들은 올해 논란을 계기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변화에 나섰다. 포스코는 1999년에 직원들과 최고경영층간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로 신설한 ‘영보드’(Young Board)를 전면개편했다. 기존 사무·엔지니어 직원 중심의 영보드에 더해 제철소 현장직 직원 중심의 ‘현장직군 영보드’를 별도 신설했다. 참여 직원도 기존 과·차장급에서 대리급 이하로 낮췄다. 현장을 비롯한 다양한 부서의 젊고 생생한 목소리가 CEO에 직접 전달될 수 있도록 개편한 것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영보드 멤버들과 만나 “일터에서 실제로 생각하고 느끼는 점과 아이디어를 경영층에 가감없이 제안하고, 경영층의 철학과 비전을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가교 구실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영보드의 제안은 회사 정책에 적극 반영됐다. 조직간 협업 활동에 대한 목표와 결과를 성과 지표로 제도화하는 ‘협업 핵심성과지표(KPI)’가 도입됐으며,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 방안 중 하나로 제안된 ‘정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실습장에 도입됐다. 이외에도 남직원에게도 태아검진휴가 부여가 제도화됐고, 직원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추진한 우수 업무에 대해 본인을 포상자로 셀프 추천할 수 있는 공모 포상제도 역시 도입을 앞뒀다.

 

‘정부혁신 어벤져스 대화’진행도

공직 사회도 움직이고 있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월 2일에 43개 중앙부처의 주니어급 공무원 40여명과 온라인으로 만나 공직문화에 대한 의견을 듣는 ‘정부혁신 어벤져스와의 대화’를 진행했다. ‘정부혁신 어벤져스’는 부처별로 과장급 이하 실무자들이 정부혁신 방안을 논의하던 모임인 ‘주니어보드’를 43개 중앙부처로 확대해 연결한 것으로 근무 햇수로는 10년 이하, 직급으로는 5급 아래인 젊은 공무원 5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대화에서는 주니어급 공무원들이 느끼는 조직문화와 세대 차이에 대한 생각과 개선방안 등이 허심탄회하게 오고갔다.

중소기업계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MZ세대가 중시하는 워라밸을 복지로 내세운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인 셀메이트는 매달 1회 추첨으로 출근하자마자 퇴근하는 ‘초칼퇴 이벤트’를 시행중이다.

또한 마케팅 회사 인라이플은 한달에 2번 금요일 오후 1시에 퇴근하는 ‘슈퍼 프라이데이’, ‘생일 휴가’ 등 이색 복지 제도를 제시했다.

서울의 한 경영학과 교수는 “중소기업도 MZ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기업의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도 검토해야한다” 며 “기업의 문화가 세대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채용시장에서 기업이 도태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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