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청 불공정 거래관행 근절
유통시장 불균형 바로잡아야
불합리한 제도개선 발등의 불

김기문(중소기업중앙회장)
김기문(중소기업중앙회장)

코로나 사태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경제주체간 갈등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양극화 해법으로 이익공유제를 제시했지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익공유제를 둘러싼 논쟁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심화되자 경제3() 해결을 해법으로 제안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적이 있다.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거래의 불공정”, 대기업의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의 불균형”, 중소기업을 차별하는 제도의 불합리를 경제3불로 정의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 당시 거대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은 앞다퉈 주력업종과 무관한 서민형 업종까지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했고,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협력업체들은 제발 납품단가만이라도 제대로 받게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경제3불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변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토대가 됐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양극화로 해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비대면 온라인경제가 급격히 확장되고, 업종별 양상이 다르기에 이익공유제에 대한 처방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불균형 해소를 통한 지속가능한 경제생태계 구축이다. 이익공유제의 핵심도 거래의 불공정·시장의 불균형·제도의 불합리를 바로잡는 노력, 즉 신()경제3불 문제를 해소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중기중앙회, 대기업과 대화채널 구축

제조부문은 거래의 불공정 개선을 우선순위에 두고, 원하청기업간 정당한 이익이 공유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 경제구조상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46.8%에 달하고, 이들 중소기업은 매출액의 81.8%를 대기업에 의존한다. 하지만 중소제조업체의 59.7%는 공급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다.

원하청기업간 불공정 거래관행은 0.3%의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64%를 차지하고, 대중소기업간 근로자의 월소득 격차가 2.2배나 벌어지는 양극화를 초래했다. 땀 흘린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은 기술개발 여력이 부족하고, 소속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급여 인상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건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다행인 것은 필자가 이끌고 있는 중기중앙회가 대기업과의 납품대금 조정협의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421일부터 중기중앙회는 납품단가 조정협의 권한을 활용해 보다 공정한 거래환경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민간차원의 자발적 상생협력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한국노총과도 긴밀히 협력해 주요 대기업과의 직접적인 대화채널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유통부문에서 시장의 불균형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몇년전만 해도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가 골목상권을 점령하고 아직도 철수를 안하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비대면 온라인거래가 급증하면서 거대 플랫폼 기업의 이익 독점 현상이 공고화되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주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소상공인은 10명 중 7명이 매출 감소를 겪었다고 한다.

유통부문에서 이익공유의 시작은 시장의 불균형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다. 백화점과 같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물론, 배달앱과 오픈마켓 등 온라인까지 과도한 비용전가 관행을 찾기 위해 중기중앙회 차원의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대형유통사와 입점업체간 거래조건 변경 협의 의무화, 계약내용 공개 제도화를 통해 거래관계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한시적으로 이익공유 협약을 체결해 수수료와 광고비를 인하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입점업체 부담이 줄어들면 그만큼 소비자가 선호하는 좋은 제품을 개발할 여유가 생기고, 대형유통사는 매출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공공조달 저가계약 관행 손질 필요

불합리한 제도도 뜯어 고쳐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 조달이다. 공공 조달시장 규모는 연간 135조원에 달한다. 이중 78%인 약 105조원을 중소기업제품을 구매해 중소기업 판로지원 효과가 크다. 하지만 최저가격 중심의 조달체계로 중소기업이 정당한 이익을 실현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조달청 연구결과에 따르면, 저가계약으로 중소기업은 연평균 95000억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계약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계약법상 최저가를 유도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낙찰하한율을 상향시키는 등 이익공유형 조달시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중소기업 판로지원보다는 감사를 두려워하는 공무원의 소극적 행정도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 조달시장의 변화는 정당한 이익이 공유되는 문화를 민간으로 확산시키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는 천재지변과 같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연대와 협력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이익공유제 논의도 경제주체간 갈등 보다는 이해와 협력을 기반으로 상생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모든기업은 독자적으로 존립하기 어렵다. 이익공유방식도 어느 일방의 희생과 강요로는 지속될 수 없다. 기업이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다고 판단할 때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부도 대기업을 옥죄기 보다는 이익공유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내놔야 한다. 세제혜택과 같은 정책지원도 좋지만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업이 활기를 찾아야 세금도 늘고 투자가 늘어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사회갈등을 줄일 수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