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악재 속 인건비 부담 가중

건설·조선업종 인력유출 가시화
7월부터는 50인 미만 업체도 적용
‘공휴일 유급휴일’등 산 넘어 산
中企, 업종별 차등도입 강력 촉구

코로나19로 매출도 반토막 났는데, 외국인 근로자까지 구하기 힘듭니다. 정부에서는 이제 주52시간 근로도 반드시 준수하라고 하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금형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 모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가 경영중인 중소기업은 직원이 50여명으로, 지난해로 계도기간이 끝난 주52시간 근로제 적용 대상이 됐다. 올해 1월부터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기업에도 주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되며, 올해 7월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까지 적용대상이 넓어진다.

이 대표는 “1인당 근로시간이 제한되니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데, 충원 할 여력이 없다직원들은 특근을 못하게 되니 급여가 줄었다고 하소연하고, 경영자 입장에서는 인력 충원에 대한 부담과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취재를 위해 만난 중소기업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을 넘어 절망이 가득 찼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짧게는 5년 길게는 30년 가까이 경영한 회사를 닫는 것도 고려한 중소기업인도 상당수였다.

중소기업계는 지난해 주52시간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계도기간 연장을 수차례 요청했다. 1년의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던 탓이다.

정부는 당초 중소기업 산업 현장에서 벌어질 혼란을 줄이기 위해 근로자 300인 이하 사업장에 한해 1년간 계도기간을 부여했었다. 하지만 이 기간이 코로나19와 겹치면서 중소기업들은 코로나 대응에도 숨이 벅찼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정부가 현장을 도외시한 채 제도 시행을 강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제도를 강행했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IT회사를 운영 중인 최 모 대표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힘든 한해가 될 것 같다코로나19에 더해 정부의 각종 노동규제가 적용돼서 힘들다고 한탄했다. 이어서 그는 정부가 재난지원금 등 기업에 특별대출을 해주는 것은 기업이 생존하라고 도움을 주는 것 같은데, 52시간, 중대재해법 제정 등 경영을 힘들게 하는 법안 또한 정부가 만들고 있다기업 경영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혼돈스럽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지난해 11월 말 조사에 따르면 주52시간을 이미 초과한 중소기업의 90.4%는 추가 계도 기간이 필요 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현장 목소리를 외면한 채 제도 추진을 강행한 것이다.

이에, 중기중앙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정부와 국회에 1개월 초과 선택근로제의 업무범위 확대, 노사 합의시 일본과 같이 월·연 단위 추가 연장근로 허용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만성적 인력난을 겪는 업종들에 대해 인건비·설비투자비 지원, 외국인력 입국 정상화 등 정부 인력공급 지원책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중기중앙회에서 지난해 11월 열린 52시간제, 중소기업의 현장실태와 연착륙 방안 세미나에서 권혁 부산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수가 생산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일 경우 근로시간제한의 예외를 인정하는 독일식 단기 특별연장근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독일식 단기특별연장근로는 다른 대비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이면서 비교적 적은 수의 근로자가 일시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연장근로를 인정하는 제도로 행정청의 별도 승인이 필요 없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 또한 이날 세미나에서 과거 주5일 근무제 도입은 7(2004~2011) 정도 걸렸는데 반면 주52시간제는 3년에 불과하다현장에서 수용하기 벅찰 정도로 속도가 빠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민간 기업에서도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취급해야하기에 인건비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만약 휴일 대체를 하지 않고 근로자가 공휴일(대체공휴일 포함)에 근로를 하는 경우, 휴일근로 가산수당(18일 이내 50%, 8시간 초과 시 100%)을 포함한 임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중소기업계는 주52시간 적용을 피하기 위해 50인 미만으로 회사를 분리하는 등 궁여지책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도 오는 7월이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이 확대되기에 시한부대응이라는 한탄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노사 합의시 월·연 단위 추가 연장근로 허용, 1개월 초과 선택근로제 업무범위 확대, 인건비·설비투자비 지원 등 정부 인력공급 지원책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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