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저출산이지만 외동자녀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황제 시대’
아기 울음소리 줄어도 유아용품·산모 편의용품 시장은 점점 커져

2021년 새해가 밝았지만 TV에서 매년 익숙하게 보아오던 장면 하나가 사라졌다. 새해 첫 출산을 축하하는 인터뷰와 엄마 품에 안긴 아기들의 모습이다.

코로나로 모든 이슈가 묻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새해를 의미하는 출발과 새로움의 상징인 첫 출산장면이 사라진 건 많은 의미가 있는 거 같다.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인구는 5182만명으로 일년 전보다 2만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생아수는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30만명 이하를 기록했다. 2000년 신생아수가 60만명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20년만에 반토막 아래로 급감한 셈이다.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생아수는 27만6000명으로 전년대비 10% 이상 줄었다. 출산율 0.7명 대 시대가 시작될 정도로 아이 울음소리는 줄어들었다.

일각에선 인구 감소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지만 바다 건너 영국에서도 우리나라의 저출산에 대한 심각성을 이야기할 정도다.

유엔인구기금(UNPFA)의 ‘2020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State of World Population)’ 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의 198개국중에 꼴찌를 기록했고 통계청의 2020년 10월 인구 동향도 출생아 수 21,934명, 사망자 수 26,509명으로 사망자수가 4,000명이상 많아 저출산 문제 개선을 위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출산율은 떨어지지만 유아용품 시장은 특수

매년 출산율 급감으로 세계 최저 출산국이 된 대한민국이지만 부모들이 자기 자식에게 1인당 지출하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유아용품 시장규모는 작년 4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스토케 유아의자 트립트랩
스토케 유아의자 트립트랩

2015년 2조400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다시 5년 만에 1.7배 가량 커졌지만 성장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저출산은 외동 자녀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황제 시대’를 열었다.

스토케의 유아의자 브랜드 ‘트립트랩’은 지난해 품절됐다가 최근 재입고됐다. 스토케 트립트랩은 최근 9000개가 추가 입고됐으나 입고된 제품의 절반 이상이 사전 예약 물량이어서 시장에 풀리는 물량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는 게 업체측 설명이다.

트립트랩의 세트 가격대는 40만원대 후반으로 다소 고가임에도 영유아기부터 성인까지 사용할 수 있는 점을 앞세워 인기를 얻고 있다.

스토케의 프리미엄 유모차인 익스플로리는 국내 도입 초창기만 해도 ‘강남 유모차’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의 가격은 200만 원 내외(악세서리 포함)다. 스토케 익스플로리와 맞먹는 부가부, 오르빗 등 200만~300만원대 유모차 브랜드들도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스토케와 오르빗의 경우 국내 기업이 인수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한국 엄마들이 선택한 브랜드라는 점이 국내 기업의 인수에 불을 당긴 것으로 분석된다.

예전엔 아이를 재우거나 달랠 때 업어주거나 토닥였다면 요즘에는 바운서가 필수용품이 됐고 영유아 침대는 수백만원을 호가해도 날개돋힌 듯 팔려나간다. 아이를 업을 때 쓰는 포대기 대신 2000년대부터 등장한 아기띠 가격도 20만~3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다반사다.

남양유업 이유식 브랜드 '케어비'
남양유업 이유식 브랜드 '케어비'

10여년 전만 해도 불모지나 다름없던 배달 이유식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도 늘고 있다. 풀무원 ‘베이비밀’과 베베쿡이 양분하던 배달 이유식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부모들의 니즈와 맞물려 프랜차이즈 기업 본아이에프와 분유 업체인 아이배냇, 남양유업까지 가세했다.

유아용품 업계에서는 출산율이 줄어들지만 유아용품 구매 객단가는 커지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점차 커지는 산모를 위한 편의용품 시장

유아용품 시장과 더불어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이 편리함을 중시하는 MZ세대 산모들을 위한 시장이다. 비용이 크게 들더라도 육아가 편리해지고 본인의 생활도 만족할 수 있는 편리미엄(편리+프리미엄) 제품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만큼 관련 시장은 출산율과 상관 없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임신을 한 산모들은 의례 찾아오는 치질이라는 질환을 숙명으로 받아들였지만 MZ세대 산모들은 고가의 치질시트, 치질방석 등을 구매해 적극적으로 불편함을 해소하고 있고 배가 불러오면서 생기는 튼살을 제거하기 위한 크림 중 화학성분을 배제한 제품을 사용하는 등 좀 더 나를 위한 제품을 찾고 있다.

최근 산후조리원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다면 알겠지만 점차 기업화되고 개인맞춤형으로 커지고 있는 산후조리원도 MZ세대 산모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리본코리아 치질시트
리본코리아 치질시트

그래서 최근 이러한 트렌드를 읽고 이들과 공감할 수 있는 여성대표들의 제품이 각광받고 있는데 치질환자의 통증을 완화시키는 보조 기구인 치질시트를 개발한 리본코리아 대표에 따르면 최근 구매자의 70%이상이 30대 초반의 결혼한 주부로 점차 그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MZ세대의 산모들은 과거의 방식에서 탈피해 조금 더 자연적이고 친환경적인 방법을 선호한다는 의미로 앞으로 산모들을 위한 제품 개발 시 참고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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