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인 힘입어 우리경제 선방
스마트 재래시장 오히려 특수
코로나19 속 창업투혼 감동적
중소상공인 모두에게 갈채를

김광훈 칼럼니스트
김광훈 칼럼니스트

사람이 아프다고 하면 통증이 있는 것이고 아프다면 아픈 것이다.””

의학책을 읽다 보니 이런 구절이 격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원어민의 정서로 이해하긴 어렵지만 대략 위와 같은 뜻으로 읽힌다. 사람 대신 중소상공인을 대입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중소상공인이 힘들다고 하면 힘든 것이다.” 굳이 통계 숫자를 보이지 않더라도 아직까진 힘든 속내를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정서에서 그들의 어려움이 쉽게 감지되는 걸로 보아 우리 상공인들이 힘든 건 분명하다.

고통이란 타인에겐 어떻게 보이든 당사자에겐 해결해야 할 최우선의 현안이며 엄살일 수가 없다.

한 겨울에 접어드는 데다 누적된 피로감과 방심으로 코로나 확산이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견주어 선방하고 있다.

그 일선에 배달인들의 힘이 있다. 재미 동포인 소셜 미디어 친구가 한 달가량 우리나라에 머물며 배달 서비스 천국을 실감하고 며칠 전 돌아갔다. 나도 지난 1년 가까이 이 분들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우리 집만 해도 10% 정도에 불과하던 온라인 쇼핑 비중이 올해 들어 역전돼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 청구서가 매월 어김없이 올 때마다 잠시 움찔하긴 하지만 원하는 물건을 눈앞에 대령하는 손바닥 위 마법 램프의 편리함에 도취돼 금전적인 압박감을 잊곤 한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세를 과시하던 대형 유통업체가 서둘러 구조조정을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동네 재래시장 내 가게 몇 곳은 온라인 영업체제로 전환한 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손님이 매장에 들어오지 않고서도 주문과 결제가 가능한 김밥집과 카페에도 고객의 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택배 도착 전 받는 통보 문자가 휴대폰으로 올 경우 가능한 한 간단한 감사 표시를 하고 있다. 마감시간 압박에 따른 과로, 단가 인하 압력 그리고 이따금 발생하는 사고만 아니라면 역설적으로 배달업은 코로나 상황에선 드물게 활황인 업종으로 부러움을 살만하다. 종사자도 급증해 40만명 가까이 되고 있다.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억대 연봉을 받는 라이더도 등장했다고 한다.

호사가들은 인류의 역사를 코로나 전(before Corona)과 코로나 후(after Corona)로 구분하기도 한다. 영미권에서는 코로나 발생 후 태어난 세대를 Generation-C(corona)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직장 후배가 생후 1년 된 딸이 마스크 착용을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걸 보고 안도하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

미생물의 존재를 몰랐을 때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사실 인류는 이들과 늘 공존해 왔었다. 백사장 모래 1그램만 해도 약 3000종류의 박테리아와 곰팡이가 살고 있다고 한다.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초소형에다 예측불허로 변종을 거듭하는 그들의 정체를 파악한 후 선택적으로 박멸하는 슈퍼 생명체 인류의 출현이 그들에겐 오히려 위기일 수도 있다.

오늘 동네를 산책하다 보니 코로나 여파로 폐업한 자리에 토종 체인점 두 개가 막 개업을 하고 있었다. 업황이 불투명한데도 도전하는 소상공인들의 투혼이 감동적이다. 지인과 친구들이 보낸 화환에 돈 세다 힘들면 불러 주세요라는 재치 있는 격려 문구가 붙어 있다.

코로나 백신이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최고의 백신은 생존에 대한 본능과 부를 향한 인간의 건강한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욕망을 실현하고 인류를 영속케 하는 원동력은 기업이며 중소 상공인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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